지금은 군인의 팔로우십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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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군인의 팔로우십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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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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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군이 소란스럽다. 북한 무인기 도발 대응 문제로 시작해, 병사 봉급 200만 원 인상에 따른 초급간부들의 상대적 사기 저하 및 간부 지원 급감에 따른 인력 수급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도발에 대해 상급부대가 하급부대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급기야 김승겸 합참의장이 장군은 폼 내는 자리가 아니라고 하면서 예하 부대 지휘관의 적극적인 임무수행과 장군들의 솔선수범을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무엇이 우리 군을 이처럼 소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걸까? 혹자는 정치가 군을 흔들고, 지난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 탓이라고도 한다. 어떤 이는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에 빠진 지휘관들이 사고예방에만 급급한 채 부대훈련을 등한히 한 결과라고도 한다. 물론, 이러한 진단들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보단 본질적인 문제는 팔로우십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돌이켜보면 우리 군은 1990년 후반부부터 독일 연방군의 지휘 방침인 ‘임무형 지휘’를 우리 군의 지휘 철학으로 수용하고 부대 지휘의 근간으로 삼아왔다.

‘임무형 지휘’란 하급자가 상급자의 의도 범위 내에서 폭넓은 자유를 갖고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지휘방식이다. 임무형 지휘하에서 예하 부대가 갖고 있는 자율성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장 상황에서 예하 지휘관이 주도권을 갖고 상급 지휘관의 의도에 맞는 임무를 완수한다는 특징이 있다. 사실 팔로우십은 임무형 지휘와 일맥상통한다. 팔로우로서 군 장병들이 자신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면 그것은 곧 지휘관이 바라는 임무를 완수하는 것으로서 임무형 지휘의 다른 표현인 것이다.

팔로우십은 1990년대 초 미국의 경영학자 로버트 켈리가 팔로우 유형을 정리한 이래 리더십과 더불어 조직 내 리더와 구성원 간의 관계를 규명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하고 활발히 다뤄지고 있다. 반면 우리 군은 팔로우십 보다는 리더십을 중요히 여기고 관심을 소홀하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쩌면 훌륭한 리더 밑에 있는 부하들은 팔로우십이 저절로 생길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일반 학교 현장에서도 담임교사가 훌륭하고 리더십이 뛰어나면 그 학급은 문제아 발생비율이 낮고 학급 성적도 높다는 결과론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과연 학급에서 소위 말하는 문제아가 발생하고 학교폭력이 생기는 것이 담임교사 개인의 역량에 따른 결과일까? 그렇지 않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이 갖고 있는 내재적 변인과 학급 외적 환경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요즘 우리 군이 겪고 있는 문제 해결의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보면 그것은 팔로우십 강화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 군이 임무형 지휘를 지휘 철학으로 유지하고 있는 한, 각각의 지휘관, 나아가 개별 장병들은 상급 지휘관이 요구하는 임무를 스스로 능동적이면서 창의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다른 말로 로버트 켈리가 주장한 것과 같이 모범형 팔로워가 돼야 하는 것이다. 또 다른 팔로우십 학자 최원근이 말하는 주도적·적극적 임무수행이 가능한 ‘협력적 조직 주도형’의 팔로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글을 마무리하며 군이 다시금 자세를 추스르고 국방의 수호자로서 제 임무를 수행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팔로우십 교육 강화를 충언으로 전하고 싶다. 고성진 예비역 육군대령/現 우송대 초빙교수/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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