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해양산업 그리고 포항
  • 이진수기자
철강·해양산업 그리고 포항
  • 이진수기자
  • 승인 20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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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해양 활용한 나라가 패권국
포항 철강으로 지역·국가 발전
영일만항 지리적 한계로 침체
러시아에 이어 유럽 연결하는
북극항로 개설이 가장 중요
포항시 항만 활성화 대책 시급
기원전 1600년 경 고대 히타이트는 오리엔트를 천하 통일합니다. 히타이트가 세계 최초로 철기시대를 열었기 때문입니다.

석기, 청동기시대에서 철기로 바뀐 것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패러다임 전환입니다.

대포 등 무기와 자동차 등 인간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 제품의 소재로 철이 사용되기 때문에 철은 인류 문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21세기인 지금도 우리는 철기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히타이트를 이어 받는 나라가 페니키아입니다. 페니키아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천하 통일합니다. 해양 세력의 부상입니다.

인류가 세계적으로 교류를 갖게 된 것은 바다를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육상 교류에 한계가 있자 콜롬버스의 신대륙 발견 등에 힘입어 배를 타고 먼 나라로 항해를 하면서 본격적인 교류가 시작됩니다.

항해술의 발달은 미지의 나라에 대한 침략, 약탈과 함께 부국강병의 의미도 갖고 있습니다.

스페인 무적함대, 영국의 해양대국, 지금의 미국은 항공모함으로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고 있습니다.

중국도 바다를 확보하기 위해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부동항을 얻는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경제 및 군사력에 있어 바다는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경북 포항은 철강도시이며 해양도시입니다. 역사적으로 세계를 제패한 철과 바다를 갖고 있는 것이 포항입니다.

포항은 1968년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들어서면서 획기적인 발전이 시작됩니다. 포항에서 생산한 철로 우리나라는 중화학공업을 육성해 선진국으로 도약하게 됩니다.

철이 포항에 미치는 영향은 이처럼 대단한데, 아쉽게도 해양은 그렇지 못한 현실입니다.

포항은 2009년 8월 영일만항 개항으로 대구 경북에서 유일하게 컨테이너항을 보유하게 됩니다. 벌써 14년입니다.

포항시는 영일만항의 물동량 유치를 위해 화주, 선사, 물류회사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도 별 소득이 없습니다.

만성적인 적자로 이제는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영일만항의 침체는 무엇보다 지역적인 한계입니다. 포항과 가까운 곳에 부산항과 울산항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산항은 중국 상하이, 싱가폴, 홍콩, 선진항 등에 이어 세계 6위 규모입니다.

2022년 국내 총 해상 수출입 화물의 57%, 컨테이너 화물의 75%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지역 및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합니다.

지난해 부산항의 물동량은 1618만여 TEU이나, 영일만항은 5만여 TEU로 부산항의 0.3%에 불과합니다.

부산항은 세계 각국과 직항로가 연결돼 있어 화주 및 선사들의 입장에서는 빠르고 편리한 부산항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반면 포항은 러시아, 중국, 일본과 일부 동남아 국가에 항로를 개설했으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에 전체 물동량의 45% 정도 집중돼 지역의 다양성이 떨어집니다.

지역적 한계에 이어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블라디보스토크항의 일본 마쯔다 자동차 KD(부품 형태로 수출해 현지에서 조립하는 방식) 물류도 끊어진 상태입니다.

그나마 지난 1년 6개월 동안 처리 물동량 감소로 중단됐던 영일만항의 인입 철도 열차 운행이 올해 1월 재개돼 영일만항에서 강릉 안인역까지 연간 14만t 규모의 우드 펠릿을 운송할 예정입니다.

포항시는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종전, 포항 영일만산업단지와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에 이차전지, 철강부품, 수소연료전지 등의 기업 유치에 따른 물동량 확보로 영일만항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영일만항의 가장 근본적인 활성화 방안으로 ‘북극항로’ 개설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이어 유럽으로 진출하는 것이지요.

영일만항에서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유럽은 부산항에서 출항하는 것보다 거리가 3분의 1정도 단축되기 때문에 화주 및 선사들이 포항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즉 영일만항의 북방 교역에 따른 중심 항만의 역할 수행입니다.

하지만 북극항로 개설은 국내외 정세와 맞물려 있고, 워낙 장기적인 계획이라 지금으로써는 전망 자체가 불확실합니다.

우리나라가 1990년대 이후 일본을 추격하는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전자, 가전, 자동차 기업만의 힘이 아닙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세계 수준의 조선 기술과 그에 병행하는 철강 제조업을 자력 육성할 수 있었고, 한때 세계 5위권에 달했을 정도의 해운업 역량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바다에 눈을 돌렸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포항이 철강으로는 ‘굴기’를 했지만, 해양은 낙제점을 면할 수 없습니다. 1992년부터 지금까지 영일만항 건설과 운영에 1조 6550억 원을 퍼부었으며, 2040년까지 1조 1200억 원을 더 투자할 계획입니다. 총 2조 8500억 원 규모입니다. 국민 혈세가 바다에 잠식되는 것 같습니다.

혹자는 당시 포항에 영일만항을 건설하지 않고 대규모 관광단지, 대학, 대형 병원, 기업 등을 유치했으면 지역 및 국가 발전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물론 결과론적인 지적입니다.

향후 전망은 불확실하고, 그렇다고 폐항할 수 도 없는 ‘계륵’과도 같은 영일만항. 이런 영일만항을 활성화할 묘수를 찾는 것이 포항의 시급한 과제입니다.

이진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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