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 경북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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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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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식문서에 서명할 때마다 3456자를 써야 한다면?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이지만 17~18세기 인도 구쟈라트주(州)란 곳에 오늘날의 `주지사’쯤 되는 사람의 이름이 그랬다고 한다.`라쟈도히라지 라나지 시리폴스 싱구지’란 그의 이름을 쓰려면 32자가 필요했다. 문제는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거나 글로 쓸때마다 108회나 되풀이하도록 한 그의 엄명이었다.
 그런가하면 이름을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 종족 이야기도 있다. 많은 저술을 남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글에 이런 대목이 있다. “야만인은 자기 이름을 숨긴다. 남이 알면 주술적인 방법을 써서 그 이름의 소유자를 죽이거나 미치게 하거나 종으로 만들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명예훼손이나 구설의 개념에는 아직도 이런 미신이나 그 영향이 남아있다.
 요즘 길에 나서면 명함을 한 움큼씩 쥐고 나눠주느라 여념이 없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5·31지방선거에 나선 예비후보들이다. 쉽사리 훼손되지 않도록 만든 이 명함들이 본래의 목적과는 관계 없는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 건네주자마자 버려버리는 까닭에 곳곳에 쓰레기를 양산해내는 까닭이다.
 명함 디자인이나 수집에 취미가 없다면 언젠가는 버릴 것이긴 하다. 그렇다고 예비후보가 바라보고 있는 앞에서 쓰레기를 만드는 것은 다소 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뭇 발길에 짓밟히면서도 명함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여성후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뭔가 외치는 남성후보들의 얼굴이 안쓰럽기까지 할 지경이다.
 `여론조사 기관’이라고 자기 소개를 하면서 걸핏하면 걸려오는 전화 또한 푸대접의 단골이다. 이렇게 구박덩어리 노릇을 하며 몇 고개를 넘어 당선되면 `연봉’이 빌미가 되어 또 입방아에 오르겠지. 그렇더라도 복채 싸들고 점집 찾아다니는 짓만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김용언 논설위원 ki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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