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태풍 피해 복구 기적 뒤엔 아내들이 있었다
  • 이진수기자
포스코 태풍 피해 복구 기적 뒤엔 아내들이 있었다
  • 이진수기자
  • 승인 2023.03.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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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직원 아내 4명
힌남노 침수 피해 복구 작업때
현장 방문해 먹거리 전달·응원
“진흙탕 공장서 땀흘리는 남편
보자 울컥… 너무 자랑스러워
복구 도움 준 모든 분들 감사”
지난해 9월 6일 태풍 힌남노로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전공장이 가동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서 남편과 직원들에게 먹거리를 전달한 포항제철소 4연주공장 직원들 아내인 김미경 이춘희 김화자 한혜점씨(왼쪽부터). 이들은 올해 2월 21일 함께 모여 당시 태풍 때의 일을 이야기했다.
지난해 9월 6일 태풍 힌남노로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전공장이 가동 중단된 가운데 직원들이 2후판공장 지하에서 설비에 묻은 진흙과 뻘을 제거하는 힘겨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포스코는 1월 20일부터 태풍으로 가동이 중단됐던 포항제철소 복구 작업을 완료하고 전공장을 정상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9월 6일 태풍 힌남노로 포항제철소가 침수돼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된 지 135일 만으로, 경북 포항에서 산업의 쌀인 철의 심장이 다시 뛰고 있다.

그리고 한달 후 2월 21일 포항문화예술회관에 김화자, 김미경, 이춘희, 한혜점씨 등 4명이 모였다.

이들은 포항제철소 4연주공장의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아내로, 남편들은 50대 중·후반의 철강산업 역군이다.

이날 기자를 만난 김화자씨는 “태풍이 몰아치던 그날 밤 남편이 야간 당직이어서 제철소가 침수로 큰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많이 당황했다”면서 “남편 동료의 아내들과 친분이 있어 어떻게 하면 작은 도움이 될까 함께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생각은 곧장 실행으로 옮겨졌다. 이들은 9월 8일 햄버거 100여 개와 박카스, 음료수 등 직원들의 먹거리를 준비해 4연주공장을 방문했다.

당시 공장은 침수로 정전 및 단수 상태여서 피해 복구 작업을 하는 직원들이 식사조차 제대로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김씨는 공장에 들어가니 그야말로 아수라장 이었으며 모두들 비슷한 복장으로 작업을 하고 있어 누가 내 남편인지 모를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엉망이 된 공장에서 땀 흘리는 남편을 보는 순간 울컥했는데, 먹거리를 챙겨 온 자신을 본 남편이 오히려 더 감동을 받아 눈물을 보이더라”고 말했다.

힌남노는 포항에 시간당 101㎜의 비를 퍼붓는 등 이날 500㎜의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냈다.

설상가상으로 형산강의 만조 시간대와 겹치면서 제철소 인근 하천인 냉천이 범람하면서 제철소를 덮쳤다. 620만t의 흙탕물이 공장 곳곳에 차고 넘쳤다.

이춘희씨 남편도 당시 회사에 비상대기하고 있었는데 “물이 한 순간에 공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니까 손 쓸 수가 없었다. 너무나 허탈했다”며 아내에게 말했다고 한다.

김미경씨는 한때 제철소 견학안내사원으로 근무했었다. 김씨는 “그때는 공장 견학을 가도 직원들이 많지 않았는데 이번 태풍 때 가보니 직원들이 너무 많더라”며 “모두들 복구 작업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직원 아내들이 먹거리를 마련해 제철소를 찾은 것이 이들이 처음이었다. 울산소방본부에서 지원 나온 사람들에게도 힘내라며 나눠주기도 했다.


아내들은 회사 방문에서 “진흙탕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공장을 보고 울컥, 남편을 보고 울컥, 복구 작업을 하는 직원들을 보고 또 울컥했다”며 그 당시의 심정을 잔잔히 털어났다.

포스코는 복구 작업의 안전을 고려해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지하자 이들은 먹거리를 택배로 전달했으며, 남편 도시락을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등 회사와 남편에 따뜻한 애정을 보였다.

당시 직원들은 몇 일씩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복구와 사투를 벌이고 있어 아내들의 내조가 큰 힘이 됐다. 보이지 않은 손이, 보이는 손에게 힘을 실어 준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항제철소 가동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서 아내들의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였다. 위기 극복에 가족이 함께 한다는 상징”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아내들은 이번 사태로 남편을 대하는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

이들은 “예전에도 느꼈지만 이번에 태풍이란 큰 위기를 겪고 나니 남편이 정말 애사심이 많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며 “천재지변의 위기에서 열심히 일하는 당신이 고맙고, 감사하고, 자랑스럽다”면서 “포스코 남편을 둔 모든 아내와 가족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50년 간 축적된 세계 최고 수준의 철강 조업·정비 기술력과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포항시민, 멀리서 한 걸음에 달려온 자원봉사자, 여러 관계기관의 인력·장비 지원에 힘입어 안전사고 없이 1월 20일 모든 복구를 마무리했다.

당초 1년, 혹은 2년, 또는 제철소를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한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 상태에서 135일만에 복구가 완료된 것이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기적에는 포스코 모든 아내들의 내조도 한 몫했다.

위기와 절망의 끝 자락에서 모두의 악전고투로 ‘희망’과 ‘정상 가동’을 일궈낸 값진 결과이다.

우리나라 철의 심장이 다시 뛰고, 산업의 동맥이 다시 활기를 찾은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강한 ‘회복 탄력성’이다.

한혜점씨 등은 “포스코 직원들을 비롯해 포항시민, 자원봉사자, 기관단체 등의 노력과 도움이 있었기에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빨리 포항제철소가 정상 조업을 하게 됐다”면서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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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2023-03-06 00:12:43
포스코 태풍피해 복구의 숨은 주역들이시네요!
네 분의 따뜻한 마음과 섬세한 손길이 더해져 더욱 복구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나봅니다.
소매 걷고 직접 실천하신 모습이 정말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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