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칠곡할매와 10대 동화작가… 세대를 뛰어넘은 위로
  • 박명규기자
80대 칠곡할매와 10대 동화작가… 세대를 뛰어넘은 위로
  • 박명규기자
  • 승인 2023.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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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내달 16일까지 ‘괜찮아’ 주제 전시
전 작가의 작품 40점 칠곡할매글꼴로 설명
복잡다단한 현대 사는 다양한 세대에 위로
낙동강 물·제주 바닷물 함께 도자기 담아
김재욱 칠곡군수·오영훈 제주지사 ‘화합’
제주시 걸어가는 늑대들에서 칠곡할매글꼴 특별기획전 개막식을 마치고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칠곡할매글꼴 특별 기획전 개막식에서 전이수 작가의 작품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이수 작가는 자신을 작품을 칠곡할매글꼴로 설명한 캔버스를 들고 있다.

칠곡할매 전성시대, 말 그대로 대한민국은 칠곡할매들의 곡진한 삶을 바탕으로 한 칠곡할매글꼴이 감동의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경북 칠곡군의 80대 할머니들과 제주의 10대 천재 동화작가가 특별한 전시회를 마련했다.

세대를 뛰어넘어 따뜻한 위로와 사랑을 전하기 위한 ‘전이수×칠곡할매글꼴 특별기획전’은 지난 16일부터 내달 16일까지 제주시 조천읍‘걸어가는 늑대들’갤러리에서 ‘괜찮아’라는 주제로 열린다.

기획전은 16일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한 달간 전 작가 작품 40여 점을 칠곡할매글꼴로 설명한 캔버스가 나란히 내걸리고 칠곡 할머니들의 인생과 삶, 애완이 녹아있는 시집과 시화 10점을 선보인다.

칠곡할매글꼴은 일제강점기와 가난으로 일흔이 넘어 한글을 깨친 다섯 명의 칠곡 할머니가 수없이 연습한 끝에 제작한 글씨체(5종)로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연하장에 쓰일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 15세인 전 작가는 2018년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최연소 동화작가로 소개됐으며 동화책 및 에세이집 11권을 출간했다.

개막식은 오영훈 제주지사와 김재욱 칠곡군수를 비롯해 칠곡할매글꼴 주인공 이원순·김영분 할머니와 전 작가 등 100여 명이 함께했다.

개막식을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하자 조회수가 1만 회를 기록할 만큼 높은 관심을 보였다.

칠곡 할머니들은 손자뻘 되는 전 작가를 위해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나물밥을 해주며 정을 나누기도 했다.

전 작가는 동생 우태 군과 대형 캔버스에 칠곡 할머니의 젊은 시절과 현재의 모습을 그리며 굴곡진 삶을 살아온 칠곡 할머니를 위로했다.

전 작가는 “할머니들의 깊은 삶의 흔적이 배어있는 칠곡할매글꼴과 제 그림을 함께 전시할 수 있게 돼 매우 뜻깊다”며 “할머니들의 숨결이 이곳 제주에서도 많은 사람의 가슴에 따뜻한 온기로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영훈 지사와 김재욱 군수는 낙동강 물과 제주도 바닷물을 도자기에 담아 합치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소통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오 지사는“특별기획전을 통해 10대와 80대가 세대를 넘어 우리가 꿈꾸는 사회의 미래를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칠곡과 제주의 시민들이 더 행복해지는 특별한 인연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 군수는“그림과 글 작품들이 강렬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조화로운 청정 제주의 자연을 닮아서인 것 같다”며 “문체부 법정 문화도시 선정과 칠곡할매글꼴 등의 문화콘텐츠를 또 하나의 성장 동력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이철우 경북도지사, 정희용 국회의원, 최홍식 (사)세종대왕기념사회업회대표를 비롯해 장고의 신 박서진 등의 많은 연예인들이 동영상 축사를 보내며 특별기획전을 응원했다.

갤러리 관계자는 작품을 할머니 글씨체로 설명해서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며 “할머니 시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한편 칠곡군은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문화체육관광부 법정 문화도시 사업의 하나로 관내에서 특별기획전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칠곡할매글꼴 특별기획전에서 전이수 작가가 칠곡 할머니의 과거와 현재를 드로잉 하며 굴곡진 삶을 살아온 칠곡 할머니를 위로했다.
칠곡할매글꼴 특별 기획전 개막식에서 낙동강 물과 제주 바닷물을 합치며 대한민국의 화합을 기원하고 있다.

△ 칠곡할매글꼴 할머니가 전하는 위로

칠곡할매글꼴 할머니들이 어린이 동화작가 전이수와의 ‘괜찮아’ 특별기획전과 관련해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사랑의 메시지를 내놓아 관심이 모아진다.

추유을 할머니는 “공부를 좀 못해도 괜찮더라”라는 메시지를 내고 “공부가 다 아니더라. 나는 4남매를 키웠는데, 그중에 공부하려는 애는 많이 시켰고, 하기 싫어하는 애는 적게 시켰다. 공부 적게 한 아이가 가까이 있으면서 더 자주 오가고, 효도한다. 공부가 다 아니고 성격이 좋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순 할머니는 “돈이 없어도 괜찮더라”고 했다. 할머니는 동네에 돈이 있는 사람도 못쓰고 결국 가드라면서, 잘 먹고 마음 좋게 살다가 가는 게 좋다면서 할머니와 같은 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지혜를 내놓았다

이종희 할머니는 “시간이 지나니 어려운 일도 다 괜찮더라”며 “힘든 일도 괴로운 일도 시간 지나니 추억 같고, 눈감고 생각해보니 세월이 보약이더라”는 삶의 지혜를 던졌다.

김영분 할머니는 “혼자라도 괜찮아. 동네 할매 할배들이랑 10원짜리 화투도 치고. 음식도 맛있는 것 먹고 하니 괜찮다”면서 “너희는 나보다 젊으니까 낫잖아. 그러니까 걱정하기 보단 노력하고, 버티면서 살아보자. 내가 옆에서 도와줄께”라면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한편 할머니들의 연륜과 삶의 지혜가 담긴 메시지는 복잡다단한 현대를 사는 할머니와 같은 세대와 젊은 세대에 큰 울림으로 다가가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제주시 조천읍 걸어가는 늑대들에서 열린 칠곡할매글꼴 특별 기획전 개막식 전경.
제주에서 열린 칠곡할매글꼴 특별기획전 개막식에 참석한 오영훈 제주지사(오른쪽)와 김재욱 칠곡군수가 럭키칠곡 포즈를 하며 대한민국의 화합을 기원했다.

△ 대통령도 반한 칠곡할매글꼴

할매글꼴을 모르면 간첩이란 말이 있다. 할매글꼴이 시사용어 사전에 등재될 만큼 관심이 높다는 의미다. 할매글꼴은 칠곡군이 시행한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일흔이 넘어 한글을 깨친 추유을(89), 이원순(86), 이종희(81), 권안자(79), 김영분(77) 할머니에 의해 탄생했다.

할매글꼴은 방송인·역사학자 정재환 전 성균관대 교수가 홍보대사를 맡으면서 대중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개그맨으로 활동한 정 교수는 우리말 겨루기 TV 프로그램 진행으로 한글과 인연을 맺은 이래,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를 지내는 등 자타 공인 한글지킴이다.

연간 100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찾는 경주 황리단길 입구에는 권안자체로 ‘지금 너의 모습을 가장 좋아해’라고 쓴 5mⅹ10m 대형 글판이 내걸려 있다.

글판 앞은 사진촬영 명소로 유명하다. 수원 해병대 사령부와 포항시 오천읍 해병대 교육훈련단은 ‘해병대 입대를 환영합니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란 현수막을 걸었는데, 할매글꼴이 장병들에게 고향의 정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 이유다.

충북 충주시 우리한글박물관은 할매글꼴로 제작한 표구를 상설 전시하고,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에게 공개하고 있다. 또 할매글꼴에 담긴 숨은 이야기와 제작 과정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안내 책자를 비치하고 별도의 기획전을 개최했다.

할매글꼴이 한컴오피스에 공식 탑재됐다는 소식에 할머니들은 토마토, 가지, 오이 등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한글과 컴퓨터에 전달해 달라며 칠곡군청을 찾기도 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정규 한글교육을 받지 못한 마지막 세대가 남긴 문화유산으로 한글이 걸어온 역사에 발자취를 남기고 새 역사를 쓴 것으로 평가해 할매글꼴을 USB에 담아 유물로 영구 보존하기로 했다.

할매글꼴 주인공들은 지난 1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와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할머니들의 사연을 들은 대통령실 초청으로 이뤄진 만남이었다.

이 자리서 대통령은 할머니들이 작성한 ‘대통령에게 전하는 희망 메시지’에 서명했고 대통령 기록물로 영구 보전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칠곡할매 문화관’건립에 따른 지원을 약속받았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신분일 때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자신의 SNS에서 할매글꼴을 사용한 바 있다. 그때 “칠곡군 문해교실에서 한글을 배운 어르신의 사연을 듣고 SNS에 사용하게 된 것”이라며 “어르신들의 손글씨가 문화유산이 된 것과 한글의 소중함을 함께 기리는 차원”이라고 설명, 관심을 보였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학교에 다니지 못한 할머니들을 위해 40여 년 만에 교사로 돌아와 수업을 진행하고 명예졸업장을 전달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카카오톡 이모티콘과 농산물 포장지, 할매벽화 그림 등에 칠곡할매글꼴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며 “칠곡할매문화관을 건립해 칠곡할매글꼴이 칠곡을 상징하는 문화콘텐츠가 되도록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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