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어리’밖에 없는 TK 정치권,‘메기’가 필요
  • 손경호기자
‘정어리’밖에 없는 TK 정치권,‘메기’가 필요
  • 손경호기자
  • 승인 202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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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나무에 염소를 매어 놓으면 그 해에 대추가 잘 열린다고 한다. 생명에 위험을 느낀 대추나무가 생존을 위해 열매를 많이 맺는 것이다. 일명 ‘메기효과’인 셈이다.

메기효과는 다음과 같다. 과거 북유럽 해역에서는 정어리가 많이 잡혔는데, 항구에 도착하는 동안 대부분의 정어리들이 죽었다. 그런데 노르웨이 어부 한 명이 유일하게 정어리를 활어 상태로 운반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가 사망한 뒤 비법이 알려졌는데, 수족관에 메기를 집어넣는 단순한 방법이었다고 한다. 수족관에 정어리의 천적인 메기를 집어넣으면 정어리들이 생존을 위해 계속 움직여 항구에 도착할 때까지 살아남는다고 한다.

‘메기효과’는 이처럼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일컫는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대구·경북 정치권에 남긴 가장 큰 숙제는 ‘메기’ 등장의 필요성이 아닐까한다. 국민의힘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강대식 국회의원(대구 동구을)이 임명됐다. 원외인 김재원 전 국회의원이 최고위원으로 당선됐을 뿐 이번 전당대회에서 대구·경북지역 현역 국회의원은 당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했다. 여전히 전대 출마 선수를 찾기가 힘들고, 출마를 한다고 해도 똘똘 뭉쳐 당지도부로 입성시키겠다는 단합은 언감생심이다.

어쩌다가 대구·경북이 민주당도 아니고 국민의힘 지명직 최고위원을 받는 지경까지 됐나 탄식부터 나온다.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은 대구·경북 정치권이 전원 정계 은퇴를 선언해야 할 만큼 부끄러워해야 할 장면이다.

3월 현재 대구·경북지역 25명의 국회의원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한마디로 대구·경북 정치권은 정어리들 밖에 없는 안락한 수족관이다.

유전학적으로 근친교배가 오랫동안 지속될 경우 열성 유전자 발현이 강해지면서 기형아나 열성 개체가 태어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한다. 삼국시대 당시 골품제도를 유지한 신라는 선덕여왕 등 유일하게 여왕이 존재한 국가였다. 근친혼으로 성골 출신의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권력 유지 수단으로 근친혼을 선택했지만, 그 근친혼제도 때문에 성골 출신들이 사라진 것이다.

부산·경남·울산지역은 국민의힘 정치인이 상당수이지만,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도 7명이나 활동하며 치열한 경쟁으로 지역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호남지역에도 정운천 국회의원과 이용호 국회의원이 여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지역 발전을 이끌고 있다.

2024년 4월 국회의원 선거가 1년 여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의힘 소속 25명인 대구·경북은 이미 정치적 쇠퇴기를 맞고 있다.

대나무는 지하경(뿌리 줄기)에 붙은 모죽으로 번식을 한다. 그런 대나무도 평생 한 번 꽃을 피운다고 한다. 대나무꽃은 50~100년에 한 번 핀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흔하지는 않다. 그런데 대나무에 꽃이 피면 주변 대나무에도 꽃이 피고 모든 대나무가 말라 죽는다고 한다.

대구·경북에도 대나무가 꽃을 피듯 국민의힘 정당 소속 정치인들이 총선에서 전멸하다시피한 적이 있다. 바로 자유민주연합(자민련) 돌풍이 불은 15대 국회의원 선거다. 당시 자민련·무소속 바람이 불어 대구지역 13개 선거구 가운데 당시 신한국당은 단 2곳에서만 당선자를 배출했다.

국민의힘은 총선때마다 거창하게 물갈이 공천을 진행했지만 ‘맥아리’가 없는 정어리1, 정어리2 대신에 또 다른 ‘맥아리’ 없는 정어리3, 정어리4로 바꿨을 뿐이었다. 결국 대구·경북 유권자들은 새로운 정어리들을 선택했지만 최근에 끝난 전당대회 결과로 ‘맥아리’ 없는 또 다른 정어리들을 선택한 것임이 확인됐다.

대구·경북 정치권도 동종교배가 아닌 이종교배가 필요하다. 이제 정어리들 밖에 없는 대구·경북 정치권에 매기를 넣어줘야 할 시간이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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