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성공에도 '야구 월드컵'이 될 수 없는 W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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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성공에도 '야구 월드컵'이 될 수 없는 W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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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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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명실상부 최고의 야구 국가대항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번 대회는 외형적으로 본선 참가 팀이 20개로 규모가 커졌고, 총관중은 사상 처음으로 100만을 넘어 126만7202명을 기록했다. 일본과 미국이 격돌한 결승전에는 3만6098명이 집계됐다.

‘야구 세계화’를 목표로 2006년 창설된 WBC는 짧은 역사에도 올림픽, 프리미어12 등 다른 국제대회를 제치고 야구 선수들이 뛰고 싶은 최고의 무대가 됐다.

현역 빅리거가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는 유일한 국제대회라는 특수성도 WBC의 가치를 키우고 있다.

부상 우려, 시즌 개막 준비 등을 이유로 대회 참가를 기피했던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들의 WBC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오타니 쇼헤이, 마이크 트라웃(이상 LA 에인절스) 등이 처음으로 참가하면서 ‘급’이 높아졌다.

그러나 WBC가 세계 최고의 스포츠대회인 축구 월드컵처럼 발전할 수 있는 지를 묻는다면,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6년 만에 개최된 이번 WBC는 동네 체육대회보다 못한 대회 운영으로 빈축을 샀다.

처음부터 동등한 조건에서 공정한 경쟁은 펼쳐지지 않았다.

1라운드는 20개 팀이 5개 팀씩 4개 조로 나눠 풀리그를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현재 세계랭킹 혹은 지난 대회 성적을 대로 포트를 나눠 공개적으로 조 편성을 하는 모습은 전혀 없었다. 조 편성은 어떤 기준도 없이 뒤에 꽁꽁 숨어 진행됐고, 일부 나라는 조직위원회에 입김을 넣기도 했다.


미국, 일본, 대만 등 개최지를 기준으로 최대한 지역별 안배를 했다고 하나 특정 조에 강팀이 대거 몰리는 이상한 구도가 됐다.

토너먼트 일정은 더 가관이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대회 도중 중계방송 편성이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미국의 8강 경기 일정을 18일에서 19일로 바꿨다. 나아가 슬그머니 대진표도 변경, 미국의 4강 상대도 일본이 아닌 쿠바로 교체했다.

미국이 멕시코에 덜미가 잡혀 C조 1위가 아닌 2위가 되자 조직위원회가 대회 도중 규정을 바꾸는 촌극을 일으킨 것. 미국이 수월하게 결승에 올라가게 돕기 위한 편파였고, 나아가 미국과 일본의 결승 매치업을 밀어주기 위한 조작이었다.

8강 2경기 개최권을 가진 일본 역시 혜택이 주어졌다. B조 2위는 A조 1위와 15일, B조 1위는 A조 2위와 16일 도쿄돔에서 맞붙는 일정이었지만, 일본은 B조 2위를 차지해도 무조건 16일에 8강전을 치르는 ‘특별대우’를 받았다.

일본이 1라운드에서 4승으로 B조 1위에 올라 논란이 더 커지지 않았지만, 다른 국제대회에선 볼 수 없는 황당한 예외규정이 곳곳에 있었다.

여기에 대회를 주관하는 MLB 사무국은 WBC가 야구 세계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WBC를 통해 국가대항전에 대한 수요와 잠재된 시장성을 확인했지만, 세계 최고의 야구대회는 메이저리그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AP통신은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WBC가 월드시리즈 포함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을 넘어 축구 월드컵처럼 빅 이벤트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고 전했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WBC가 지금보다 더 커지길 바라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가 계속 ‘월드시리즈’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WBC는 월드시리즈와는 다른 형태의 대회다. 우리는 야구 세계화를 위해 이 대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위원회가 이미 입맛대로 WBC를 운영하더니 스스로 대회 권위마저 깎아내리고 있다. 사실상 WBC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시각을 지우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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