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덧칠하지 않은 인류사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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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덧칠하지 않은 인류사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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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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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원전
존 캐리 엮음∥김기협 옮김∥바다출판사∥3만원
 
2500년 역사 목격자 증언 통해 재현


   “아이들은 죽은 엄마의 발치에 우울한 모습으로 무감각하게 앉아 있었다. 그 무엇도 아이들의 천진한 슬픔을 움직일 수 없었다. 의무대 트럭이 도착해 두 아이를 안아 고아로서 그들 인생의 첫 발길을 떼어 주었고 여인은 혼자 도랑 속에 남았다”
 한국전쟁을 목격한 미국인 레지널드 톰슨이 남긴 글이다.
 전쟁의 비극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기록이다.
 역사는 늘 지나간 일이다.
 그래서 현장을 목격한 사람의 증언만이 역사를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
 역사의 현장을 목도한 증인들의 증언을 모은 책 `역사의 원전’이 나왔다.
 BC 399년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목격한 플라톤의 글에서부터 1982년 차틸라에서 벌어진 레바논 민병대의 학살 사건에 이르기까지 180개의 사건을 목격한 르포가 담겨 있다.
 1945년 8월 9일 원자폭탄을 싣고 일본을 향해 날아가는 폭격기 안에 있었던 월리엄 로렌스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이 순간, 목표로 선정된 몇 개 도시 중 어느 것이 사라지게 될지 아무도 몰랐다. 최후의 선택은 운명에 달려 있었다. 일본 상공의 바람이 결정을 내려줄 것이다. 두터운 구름이 일차 목표지 위에 머문다면 그 도시는 살아남을 것이다. 주민들은 얼마나 고마운 바람이 자신들의 머리 위를 지나갔는지 영원히 모를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바람이 다른 도시에는 재앙을 가져다 줄 것이다.”
 결국 목표지 중 나가사키가 선택됐고, 5000명의 사람이 죽어가야 했다.
 인간은 늘 역사에 대해 절대 약자다.
 가해자 위치에 있었든 아니면 피해자 위치에 있었든, 아니면 주류였든 방관자였든 간에 역사는 늘 인간을 할퀴고 지나갔다.
 진주만 공습 때 해군조선소에서 배관공으로 일하던 열여섯 살 소년 존 가르시아는 미군의 오폭으로 여자친구를 잃었다.
 “여자친구 집이 포탄에 맞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3년 정도 사귀고 있던 친구였지요. 당시에는 일본 포탄이라고 사람들이 말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 포탄이었죠. 그 친구는 죽었습니다. 교회에 가려고 준비하던 중이었다고 하더군요.”
 덧칠하지 않은 살아있는 현장성이 이 책의 가장 큰 힘이다.
 <자료제공:학원사>
 /여정엽기자 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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