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범대위의 존재 이유
  • 모용복국장
포항 범대위의 존재 이유
  • 모용복국장
  • 승인 202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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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 본사 앞 총궐기대회
각계각층 포항 시민 우려 목소리
범대위, 지주사 이전에 긍정 작용
역할 종료로 활동중단 여론 고조

포항-포스코 반세기 동반자 관계
대화·협력으로 상생 발전 이어와
포항시·지역 정치권 중재 노력과
시민의견 수렴 시스템 구축 필요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가 오는 15일 포스코 포항 본사 앞에서 ‘포스코 지주사 관련 범시민보고대회 및 최정우 퇴진 총궐기대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지역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범대위의 활동에 대해 미심쩍은 시선을 보내온 시민들은 급기야 그 존재 이유에 대해서도 회의를 품기 시작했다. 포스코와의 갈등에 대해 걱정하는 경제인들은 심지어 범대위의 활동이 포항시민들 간 갈등을 야기시킨다며 일체의 활동을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협력사협회는 지난 9일 입장문을 통해 “범대위가 포항의 발전을 도모하다면 포항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50만 시민 간에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일체의 활동을 중단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포스코의 지주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출범한 범대위는 ‘포항에서 포스코를 지켜내자’는 구호처럼 포스코 수호의 보루(堡壘)로서 시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나아가 포스코 지주사 소재지 이전과 미래기술연구원 본원 설치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포스코 지주사 이전 문제는 지난 3월 17일 주총에서 포스코홀딩스 본사 소재지를 서울에서 포항으로 이전하는 안건이 통과됨으로써 일단락 됐다. 이어 지난 4월 20일 포스코그룹 연구개발 컨트롤타워인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이 포항에 개소함에 따라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범대위의 역할은 수명(壽命)을 다한 셈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범대위가 대규모 상경시위를 벌이고 집단행동을 지속하는 데 대해 시민들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더군다나 오는 15일엔 철지난 이슈를 들고 나와 포스코를 규탄하는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심지어 포스코 회장 화형식과 참수식까지 강행한다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어 지역 민심은 흉흉하기 짝이 없다.

많은 시민들은 포스코 회장 화형식 등 극단적인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도 그럴 것이 분노를 통한 집단행동은 개혁의 동력이 될 수 있지만 과도한 시위는 오히려 상대와의 거리를 벌려 놓아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범대위의 시민 1만명 동원을 통한 대규모 총궐기대회와 화형식이 지탄을 받는 이유다.


주지하다시피 포항시와 포스코는 매우 특수한 관계다. 1960년대 초, 열악한 대한민국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 정부가 선도기업 육성책으로 중점 지원한 기업이 바로 ‘포항제철’(현재 포스코)이었다. 이렇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성장한 포항제철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철강기업으로 자리잡게 되었으며, 포항시 경제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했다.

이처럼 포항시와 포스코는 반세기 이상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를 대화와 협력을 통해 지역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 왔다. 포스코는 포항에서 시작되어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며 포항시 역시 포스코의 발전을 위해 많은 지원과 협력을 해왔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한 하천 범람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막대한 침수피해를 입었을 때 포항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피해복구에 나선 것은 이러한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서 어느 한 쪽이 대화와 타협을 내던져 버리고 실력행사로 나선다면 이는 파국으로 향하는 지름길일 뿐이다. 포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포스코 문제는 협의와 타협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항 시민들은 이번 범대위 논란을 계기로 지역 경제와 산업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 더이상 침묵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일부 시민단체가 아닌 보통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동과 실천에 나서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선 포항시를 비롯해 지역 정치권과 원로들이 중재 노력을 통해 원만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시민여론을 수렴해 시정에 적극 반영하는 노력과 함께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각계각층을 아우르는 포항 시민과 포스코 관계자간 대화와 토론을 갖는 ‘소통 포럼’ 같은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보통 시민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의견을 수렴하고, 그 결과를 정책으로 추진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범대위 총궐기대회는 향후 포항과 포스코간 관계정립에 있어 새로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이번 사안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포항 숙원사업의 미래가 좌우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범대위도 대다수 시민들이 우려해 마지않는 과격한 행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이제 시민들이 그 ‘존재의 이유’에 묻고 있기 때문이다.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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