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출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첫 자전적 에세이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가 출간(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열린책들 출판)됐다. 이 책은 한계를 모르는 상상력으로 방대한 작품 세계를 창조해 온 저자가 어떤 삶을 살며 어떻게 글을 써왔는지를 유쾌한 필치로 그려 낸 책이다.저자는 스물두 장의 타로 카드를 하나씩 소개하면서 각 장(章)의 문을 열어 다섯 살 무렵부터 오늘날까지의 이야기를 풀어 간다. 맨 처음 등장하는 것은 성장 서사의 시작과 끝을 모두 뜻하는 <바보> 카드다. 카드 속 인물은 모험을 끝맺으면서, 혹은 다시 시작하면서 봇짐을 메고 길을 떠난다. 그 모습은 데뷔 3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지점을 지나 새로이 출발점에 선 저자 자신과 닮아 있다.
그가 들려주는 다채로운 여정 속 인물과 사건은 모두 그의 소설과 자연스럽게 포개진다.
그와 인연이 깊거나 스쳐 지나듯 만난 다양한 존재들, 이를테면 뉴욕 거리의 사기꾼, 엉뚱한 영매 친구 모니크, 제멋대로인 반려 고양이 도미노는 저마다 소설 속 등장인물로 다시 태어난다. 그는 고등학생 때 탐독한 아이작 아시모프에게서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는 관점을, 스무 살 때 빠져든 필립 K. 딕에게서 광기의 힘을, 신인 시절 접한 스티븐 킹에게서 서스펜스를 쌓아 올리는 기술을 흡수한다. 어렸을 적 할아버지의 고통스러운 죽음을 지켜보며 격은 충격과 여름 캠프에서 만난 친구 자크와의 유체 이탈 경험, 기자 시절에 임사 체험을 취재하며 수집한 정보는 「타나토노트」 가 되고, 둘째 아들 뱅자맹을 돌보느라 잠 못 들던 수많은 밤은 「잠」이 된다. 삶이 곧 소설이 된 심이다.
그뿐 아니라 베르베르에게는 소설이 곧 삶이다. 매년 10월 새 책을 발표하기 위해 그는 글쓰기를 중심으로 엄격하게 짜인 일과를 수십 년째 지속해 왔다. 아침 8시부터 12시 30분까지 <무조건 하루 열 장>,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는 집필에 필요한 자료를 조사하거나 소설 이외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6시부터 7시까지는 단편소설을 써낸다. 그렇게 한 시간 한 시간이 쌓여 어느덧 수만 시간을 이루고, 원고 한 장 한 장이 모여 수십 권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끝없는 창조력을 갖춘 타고난 이야기꾼이 한결같이 끈기 있게 글을 써온 결과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타로 카드는 <세계>다. 카드 속 인물은 과거를 돌아보며 미소를 띤 채 세계를 구성하는 만물과 어우러져 춤춘다. 그 인물의 표정과 몸짓은 지난날을 양분 삼아 더 풍요로워진 내면의 세계를 품고 춤추듯 자유롭게 써 나가는 베르베르를 연상케 한다.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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