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커피? 차가운 커피?
  • 손경호기자
따뜻한 커피? 차가운 커피?
  • 손경호기자
  • 승인 202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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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지지자들을 커피로 비유해 보면 어떨까?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나 무더운 한여름에도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골수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엄동설한에도 차가운 커피를 마시는 사람을 진보 정당 지지층, 한여름에도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사람을 보수 지지층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동시지방 선거 등 전국 단위의 선거가 있을 때마다 보수정당이나 진보정당은 중도 지지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적이었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전광훈 목사와의 단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극우 성향의 전 목사와 가까이 해봐야 이득 될 게 없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다시 커피에 비유하자면 중도는 무엇일까? 미지근한 커피일까, 아니면 주스일까. 물론 미지근한 커피나 주스만 찾는 사람을 제3정당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커피숍 입장에서 ‘따뜻한 커피’와 ‘차가운 커피’의 매출액을 극대화할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선택한 방식은 전광훈 목사 세력을 당에서 쫓아냈다. 즉, 따뜻한 커피의 매출을 늘리기 위해 커피 온도를 80℃에서 70℃로 낮춘 것이다. 이렇게 하면 중도 지지층이 국민의힘을 지지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커피 온도가 낮아지면 미지근한 커피를 마시거나 주스만 마시는 사람이 따뜻한 커피를 마실 거로 생각하는 것 같다. 주스만 마시는 사람이 커피 온도가 낮아졌다고 따뜻한 커피를 선택할 것이라는 생각은 난센스 같은 주장일 뿐이다.

미지근한 커피나 주스를 마시는 사람만 중도는 아니다. 따뜻한 커피도 마시고, 차가운 커피도 마시는 사람도 중도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날씨가 더우면 시원한 커피를, 날씨가 추우면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다. 즉, 이 사람들의 경우 커피 선택 시 날씨가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차가운 커피의 매출도 한여름 무더위가 계속된다면 매출이 쑥쑥 늘어날 것이다. 즉, 따뜻한 커피 매출 증가는 커피 온도를 낮추는 게 아닌 날씨가 추워져야 하는 것이다. 물론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들로부터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따뜻한 커피에만 무료 쿠폰을 준다든지, 초콜릿을 주는 방식으로 혜택을 주는 방법이 있다.

실전 사례가 있다. 18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뉴타운 공약이다. 보수정당이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서울 강북지역에서 대승을 거둔 것은 뉴타운 개발을 통한 부동산 가격 상승 욕구가 지지로 이어졌다. 결국 선거에서 무상급식이나 감세처럼 포퓰리즘적 공약이 득세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도의 실체는 무엇일까. 2002년 대선 당시 투표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중도성향 정몽준 후보가 새정치국민회의 노무현 후보에 대해 지지를 철회했다. 이론상으로는 중도층이 떠났으니, 보수가 당연히 승리해야 했다. 결과는 청년층과 진보층이 결집하며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역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각 지지층들은 위기 의식을 느낄 때 결집을 통해 진영의 승리를 이끌어 냈다. 2004년 열린우리당과 새천년민주당이 분열할 때 열린우리당으로 결집하면서 과반 의석을 얻은 것만 해도 그렇다. 결국 선거는 중도의 지지를 이끌어야 승리하는 게임이 아니다. 누가 집토끼를 더 결집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 따뜻한 커피와 차가운 커피만 파는 가게에서 주스만 마시는 사람은 매출액 증가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수가 승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따뜻한 라떼, 따뜻한 카푸치노 등 다양한 따뜻한 커피를 구비하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사람에게 혜택을 주면 된다. 보수정당이 전광훈 목사를 비롯해 보수 유튜버들을 손절하는 것은 득(得)보다는 실(失)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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