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주
  • 모용복국장
노블레스 오블리주
  • 모용복국장
  • 승인 202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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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기업 에코프로 회장
힌남노 직격탄 고향주민 위해
피해복구 성금 100억원 기탁
부영그룹 회장 고향 주민들에
격려금 명목 최대 1억원 기부
아이들 위해 초등학교도 건립
우리사회에 부자 적지 않지만
富의 규모와 愛民 비례 안 해
노블레스 오블리주 표상될 만

지난해 9월 초 태풍 ‘힌남노’는 사상초유의 집중호우로 포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태풍이 지나간 후 포항시 남구 일원과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공단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처참한 광경이었다. 엄청난 자연재난 앞에서 수재민들이 삶의 희망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을 때 경향 각지에서 포항을 돕기 위해 성금이 답지하고 불원천리(不遠千里)하고 자원봉사자들이 속속 몰려들었다.

그 가운에서도 에코프로는 단연 화제였다. 포항에서 이차전지 소재 관련 사업을 하는 에코프로는 태풍 힌남노 수해 복구를 위해 포항시에 성금 100억원을 쾌척했다. 에코프로 이동채 회장은 포항시청을 찾아 이강덕 시장에게 가장 어렵고 필요한 시민, 기업체, 피해현장에 써 달라며 성금을 전달했다.

에코프로는 2017년부터 포항에서 양극소재에서부터 배터리 재활용에 이르는 이차전지 관련 사업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아무리 포항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있지만 100억원이라는 거액을 선뜻 내놓기는 쉽지 않다. 그것도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 기승을 부려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운 시기에 말이다.

알고보니 이 회장의 고향은 포항이었다. 더군다나 태풍 힌남노 집중 피해를 입은 읍지역이 그가 태어난 곳이었다. 고향 주민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안타깝게 여겨 이같은 거금을 성금으로 내놓은 것이다. 그의 선행을 생각하면 지금 영어(囹圄)의 몸이 된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고향을 위해 거액을 내놓은 기업인은 또 있다. 주인공은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최근 이 회장은 고향인 전남 순천 운평리 280여 가구 주민에게 많게는 1억원까지 개인통장으로 입금해 세간을 놀라게 했다. 세금을 제하고 적게는 2600만원부터 최대 9200만원을 거주 연수에 따라 차등 지급했다. 이뿐만 아니라 자신의 초중고교 동창 80명에게도 5000만원에서 1억원을 지급했다.


격려금 명목으로 지출된 돈은 1600억원에 달하며 모두 이 회장 개인 돈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에는 현금뿐만 아니라 선물세트와 공구세트, 도서 등 물품도 포함돼 있어 모두 합치면 2600억원에 달한다. 생각지도 못한 거액의 격려금을 손에 쥐게 된 고향 주민들이 기뻐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들은 이 회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받은 돈 1%를 성금으로 거둬 공적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운평리 마을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가정형편 때문에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상경해 낮에는 일을 하며 야간 고등학교를 나왔다. 그래서 성공한 후에 자신과 같이 형편이 어려운 고향 아이들을 위해 순천에 부영초등학교를 세웠다. 또 과거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나 단체에 지속적으로 기부를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서는 이 회장의 선행을 두고 백안시(白眼視)하는 경향이 있다. 그가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갖가지 일로 구설수에 올랐다는 이유다. 이 회장은 지난 2018년 배임, 횡령 혐의로 구속돼 161일간의 수감생활 끝에 2021년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나 지난 3일 형기가 만료됐다. 하지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의한 취업제한 규정에 따라 아직 경영에는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또 임대아파트 분양 전환 과정에서 분양가를 높여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소송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혐의를 받는다 해서 그가 베푼 선행을 폄훼할 이유는 전혀 없다. 온갖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긁어모은 후 기부는커녕 개인치부에 혈안인 기업인들이 판을 치는 세상인 것을 생각하면 이 회장의 선행은 단연 귀감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고향을 위해 생색내기로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을 주민 개개인에게 일일이 현금으로 지급하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 자수성가한 부자(富者)는 적지 않다.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견디고 뚝심 하나로 일가(一家)를 이뤄낸 기업인 얘기는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고향과 고향 사람들을 위해 거액을 기부했다는 소식은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그들이 쌓아올린 재산의 규모와 애민(愛民)정신은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에코프로 이동채 회장과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은 우리사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表象)이라 할 만하다.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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