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남
누나는 마지막 버스에서 내렸다
손에 들린 큰 가방이 수상했다
집으로 걸어오는 내내
누나 표정을 훔쳤다
발끝에 차인 돌멩이가 앞서갔다
할머니 제삿날이 이맘때였던가
아버지 생신은 눈이 오고 추웠는데
곰곰 생각하며 걸었다
마을 어귀부터 하얗게 떨어진 밤꽃이
불길한 예감처럼 스멀스멀 따라왔다
돌멩이 하나
담장 위 검은 고양이를 향해 힘껏 날렸다
진짜 맞기라도 할까 봐 겁이 났다
화들짝 달아난 참새 몇 마리와
질끈 눈 감아 버린 감자꽃 사이로
타닥타닥 보릿대 탄내가 났다
가방 받아 든 엄마의 표정을 모른 체 했다
탁-
동전만 한 멍이 든 건 담장 아래 철들어 가는
토란잎이었다
세종특별시 출생
201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귀가 자라는 집』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도서 외
현재, 삽량문학회 회장, 이팝시동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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