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탐사선의 달 남극 착륙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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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탐사선의 달 남극 착륙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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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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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유토피아이자 동화 세상
인류가 가야할 영원한 안식처
한민족의 삶과 생명같은 존재
인도 탐사선 첫 달 남극 착륙
얼음층 존재 처음으로 밝혀내
우주를 향한 꿈 실현 길 열어
모용복 선임기자.
모용복 편집국장

한민족은 달(月, Moon)의 민족이다. 고대국가의 지배계급은 하늘의 자손을 강조하기 위해 태양을 숭배했지만 민중들은 달을 더 사랑했다. 그래서 민요, 동요 등 옛 민중들의 노래에서는 해보다 달이 많이 등장한다.

우리 선조들은 아무리 가난한 살림 속에서도 밤하늘 달을 쳐다보며 희망을 꿈꾸며 현실의 고통을 견뎌냈다. 남편이 멀리 객지로 장사를 하러 떠난 아내와 자식을 전장으로 떠나보낸 어머니는 아무도 없는 한밤중 장독대 위에 정안수를 떠놓고 달을 향해 남편과 자식의 무사귀환을 빌고 또 빌었다.

계수나무며 옥토끼가 살고 있는 달은 유토피아이자 동화의 세상이며 언젠가 인류가 가야 할 영원의 고향이었다. 캄캄한 밤하늘에 휘영청 높이 떠 세상을 굽어보는 보름달은 인간의 모든 속사정을 헤아리고 있다. 그래서 한 해 중 가장 큰 달이 뜨는 대보름에는 궂은 일을 삼가고 몸가짐을 조심했다. 예를 들어 몸에 피부병과 부스럼이 생긴다 해서 김치, 생선을 먹지 않았으며, 복이 나간다 여겨 마당을 쓸지 않고 흉년이 든다 해서 빨래를 하지 않았다. 또 보름달을 올려다보며 소원을 빌고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도 달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픔이 눈 녹듯 사라졌다.

이렇듯 전통사회에서 달은 한국인의 삶이요 생명과도 같은 존재였다. 달의 결영(缺盈:기욺과 참)에 빗대어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해석했으며,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는 민요 대목처럼 죽음이 영원한 사라짐이 아닌 재생의 과정이라고 생각해 냈던 것이다.

현대사회에 들어와서 과학이 발달하면서 인류는 동경의 대상이자 미지(未知)의 세계인 달을 향한 탐험을 시작했다. 1957년 구소련이 세계 최초로 스푸트니크 1호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면서 이전까지 지상에서 바라만 보던 우주는 새로운 탐험의 세계로 바뀌었다. 그리고 1969년 7월 닐 암스트롱(Neil Alden Armstrong)이 달에 첫발을 내딛으면서 본격적인 탐험이 막을 올렸다. 이후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로켓을 쏘아 올리며 달 탐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우주개발의 변방으로 여겨졌던 인도가 최근 세계 최초로 달 남극에 무인 착륙선을 안착시켰다. 지난 23일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는 인류 최초로 달의 남극지역 착륙에 성공했다. 탐사선이 달 표면에 착륙 뒤에는 착륙선인 비크람 안에 들어있던 중량 26㎏짜리 무인 탐사차(로버) 프라그얀이 나와 탐사를 시작했다. 비크람에는 월면의 온도와 열전도율을 측정하는 장치 등이 달렸으며, 프라그얀은 월면의 암석과 토양의 성질을 분석하는 장비가 탑재됐다. 두 장비는 달에서 약 2주 동안 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인도우주연구기구(ISRO)가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에서 촬영한 달의 표면. ISRO X 갈무리
인도우주연구기구(ISRO)가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에서 촬영한 달의 표면. ISRO X 갈무리

인도는 미국, 구소련, 중국에 이어 달 착륙에 성공한 네 번째 국가가 됐다. 그러나 달의 남극에 착륙한 것은 이들 전통적인 우주강국이 아닌 인도가 처음이다. 러시아는 이보다 사흘 전 탐사선 루나 25호가 남극 착륙에 나섰지만 달 표면에 충돌하면서 실패로 끝났다. 우주강국을 자부해 온 러시아는 체면을 구긴 반면 인도는 달 남극 착륙에 성공함으로써 우주개발 질서의 재편이 불가피하게 됐다.

인도가 세계 최초로 달의 남극 착륙에 성공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난 2008년 인도의 첫 달 탐사선인 찬드랴안 1호는 달 궤도 진입에 성공해 달 남극에 얼음층 존재 가능성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태양 빛이 닿지 않는 달의 극지방인 영구음영(永久陰影) 지역에서 얼음 존재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달의 얼음은 녹여 식수로 활용할 수 있고 물을 분해해 얻는 수소와 산소는 우주선 연료로 쓸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달에 우주기지를 지을 수 있다면 인간이 달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또 달을 넘어 화성 등 더 먼 곳으로 유인 탐사를 보낼 수도 있어 우주개발을 위해 중요한 자원이 되는 것이다. 세계 우주 강국들이 달의 남극 탐사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그 옛날 달 속의 계수나무와 절구공이를 손에 쥔 토끼는 허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류에게 우주를 향한 길을 열어 줄 소중한 자원인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밤하늘에 뜬 달을 바라보며 내일을 꿈꿨던 것처럼 달은 이제 인류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달아달아 밝은달아 하늘가득 밝은 달아…초가삼간 집을 짓고 양친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지고”라고 노래한 조상들의 염원이 현실이 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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