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와 기러기
  • 모용복국장
백로와 기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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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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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호 태풍 기러기 일본서 소멸
당분간 한반도 태풍 영향 없어
초유의 피해 입힌 힌남노 1년
포항시·포스코 재난 대비 총력
올해는 별다른 水難 겪지 않아
8일은 기러기가 날아오는 백로
기러기 같이 좋은 소식 들리길

‘달 밝은 가을밤에 기러기들이~ 찬서리 맞으면서 어디로들 가나요~’

‘가을’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참 많다. 국화, 코스모스, 능소화, 구절초 같은 꽃과 기러기, 잠자리, 귀뚜라미 등 동물이 가을 정취를 풍긴다. 그 중 기러기는 가을을 알리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가을에 따뜻한 남쪽으로 찾아와 겨울을 나는 철새인 기러기는 그 울음소리가 구슬퍼서 가을 풍광과 어울려 처량한 정서를 잘 나타낸다. 그래서 동요, 가곡, 대중가요를 막론하고 가을노래에는 으레 기러기가 등장한다.

가을이 되자 우리나라를 찾아오던 ‘기러기’가 한반도에 다다르지 못하고 도중에 소멸했다. 제12호 태풍 얘기다. 태풍 기러기는 북한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지난 3일 북상 중 세력이 약해져 일본 도쿄 해상에서 소멸됐다. 한반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됐던 제11호 태풍 하이쿠이도 방향을 틀어 중국 남부에 상륙했다. 이로써 당분간 한반도 주변은 태풍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기상청 전망이다. 최근 제9호부터 12호까지 서태평양에서 4개의 태풍이 잇따라 만들어졌지만 우리나라로 올라오지는 못했다. 한반도 상공에 가을장마를 만든 차고 건조한 공기가 자리하면서 태풍 북상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태풍 기러기는 갔지만 ‘가을새’ 기러기들은 우리나라를 향해 비행할 채비를 마쳤다.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處暑)가 지난 지 2주가 됐지만 본격적인 가을의 시작은 백로(白露) 무렵이다. 처서와 추분(秋分) 사이에 드는 절기인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이때쯤이면 밤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 데서 유래했다. 가을의 기운이 완연히 나타나는 시기로 기러기가 날아오는 때이기도 하다.

기러기는 가을에 오고 봄에 돌아가는 철새로서 가을을 알리는 새인 동시에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는 길조로 인식돼 왔다. 9월이 되어 가을 하늘을 가로지르는 기러기의 행렬은 가히 장관이다. 두 다리를 바짝 모으고 V자 모양으로 대열을 이뤄 창공을 날아가는 모습은 낭만적인 가을 정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또 가을이 되어 한반도를 가장 먼저 찾는 첫 손님이기에 더욱 반가운 존재다. 그래서 옛날부터 기러기를 귀히 여겨 흰기러기를 임금에게 진상하고, 함부로 사냥을 하지 않았다.

우리 속담에 혼자 된 사람을 빗대어 ‘짝 잃은 외기러기’라는 말이 있듯이 기러기는 사랑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기러기는 한 번 짝이 되면 평생 그 짝이 되어 지낸다. 만약 암수 중 한 쪽이 먼저 죽으면 남은 쪽은 평생을 혼자 살아간다고 한다. 이러한 습성으로 인해 전통혼례에는 기러기가 등장했다. 목안(木雁)이라고 해서 신랑이 신부 집으로 장가 갈 때 기러기 한 쌍을 먼저 앞세워 갔다. 또 신랑이 신부의 부모나 친척 앞에서 백년해로 서약을 할 때 기러기를 전달하는데 이 식을 전안(典雁)이라 한다. 이어 신부 어머니가 나와서 기러기를 치마에 싸가지고 들어가 기러기를 방 안에 있는 신부 앞에 슬쩍 밀어 그대로 서면 아들을 낳고 넘어지면 딸을 낳는다고 여겼다.

오늘(6일)은 태풍 힌남노가 포항지역을 강타해 사상초유의 피해를 입힌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힌남노로 인한 상흔은 아직 채 가시지 않았으며, 재해 복구 작업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포항시와 포스코는 힌남노 극한호우를 교훈 삼아 재난 방재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안전도시 조성에 총력을 쏟고 있다. 그 결과 올해는 어지간한 태풍과 호우에도 별다른 수난(水難)을 겪지 않았다. 물론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그래도 기러기가 찾아온다는 백로가 낼모레(8일)이니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겠는가. 기러기가 날아들면 태풍도 거의 볼 장 다 본 것이나 진배없다.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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