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가 그동안 전국 지방자치단체 243곳을 대상으로 ‘시도 개인정보 보호 표준 조례안’까지 만들어 독려했지만, 조례를 제정·운영하는 지자체는 36곳(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단체 가운데는 부끄럽게도 대구광역시·경상북도·울산광역시가 개인정보 보호 조례 제정을 외면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이 개보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자체들이 조례 제정을 미루는 사이에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개보위가 제출한 피해 규모를 보면 2020년 66건, 2021년 6만 4,003건, 2022년 1만 7,538건, 2023년 297만 2,817건으로 누적 305만 4,524건에 달했다.
유출된 개인정보 도용으로 인한 피해는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니다. 누군가가 남의 정보로 사이트에 가입하거나, 대출을 받아서 가로채거나,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개인정보를 이용해서 피싱 등 사기를 치거나, 예전에 있었던 n번방 사건이나 몸캠 피싱범들처럼 개인정보를 이용해 협박을 할 수도 있다. 막대한 금전적 피해는 물론 무고한 피해자와 불특정 다수의 ‘노심초사’ 등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개인정보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 것은 세계무대에서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유럽, 미국 등의 국가들은 일정 수준의 개인정보 보안 관련 법 구축 등 기반을 갖추지 않은 나라와는 무역조차 하지 않는다. 유럽연합(EU)은 시민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경우 GDPR(개인정보보호 규정)을 준수하도록 엄격히 제한한다.
국민과 가장 가까이에서 봉사하는 지자체들이 개인정보 유출 폭증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큰 충격이다. 하루빨리 온전한 개선책을 강구해 최고의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지자체는 지역민들을 고객으로 둔 서비스 조직이다. 개인정보를 제대로 보호해주지 않는 기관을 무작정 신뢰하는 소비자들이 세상 어디에 있나. 지자체를 믿고 따르도록 만드는 일은 오로지 지자체들의 몫이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