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 이겨낸 포스코 포항제철소, ‘위기 극복 DNA’ 처럼 노사 상생해야
  • 이진수기자
힌남노 이겨낸 포스코 포항제철소, ‘위기 극복 DNA’ 처럼 노사 상생해야
  • 이진수기자
  • 승인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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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민·관·군 아낌없는 헌신
135일만에 완전한 정상화 이뤄
차수벽 등 재발 방지대책도 착착
위기극복 8개월 만에 노사 이견차
창립 55년만에 노사 첫 교섭 결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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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포항시민을 위한 포항제철소의 트롯 공연에서 시민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

지난 3일 기후변화로 늦더위는 여전했으나, 저녁은 가을 바람이 묻어났다. 

이날 삼삼오오 짝을 이룬 수 천명의 시민들이 포스코 협동 스포츠랜드를 찾았다.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인기 가수를 초청해 트롯 공연을 시민들에게 선물한 것이다. 운동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가수들이 뿜어내는 열정적인 노래에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태풍으로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은 포스코가 1년 만에 시민들과 흥겨움을 함께 한 것이다.

2022년 9월 6일 태풍이 포항을 급습했다. 대형 태풍 힌남노의 거센 위력은 포항 지역 곳곳을 초대화시켰으며 여러 인명까지 앗아갔다. 특히 어떤 침입도 거든히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았던 거대한 철옹성의 포스코 포항제철소도 태풍으로 한순간에 무너졌다.
시간당 100㎜, 4시간 기준으로 최대 500㎜의 폭우가 쏟아졌다. 포항제철소 인근의 냉천이 범람하자 물줄기는 제철소를 덮쳤다.

620만t의 흙탕물이 제철소로 유입돼 공장 곳곳이 뻘 형태였으며 수위가 무려 1~2.5m 정도로 물바다가 됐다. 1968년 포스코 창립 이후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침수로 제철소의 상징인 고로(용광로) 3기가 모두 휴풍(쇳물 일시 생산 중단)에 들어가는 등 제철소 모든 공장의 조업이 한순간 중단됐다.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 포항제철소 조업 중단

포스코는 일어섰다. 주저앉아 넋 놓고 망연자실하는 것은 잠시였다. 태풍 피해 복구에 모든 임직원들이 하나같이 팔을 걷어 부쳤다.

허허벌판과도 같았던 영일만에서 제철소를 건설한 것처럼 포스코는 제철소 정상화를 위해 사투를 벌였다.

포스코그룹 임직원과 민·관·군을 포함한 연인원 약 140만 여명의 헌신적인 노력과 열정으로 제철소 복구가 시작됐다. 여기에 포스코 명장 등 전문 엔지니어들이 보유한 세계 최고의 조업·정비 기술력이 더해졌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물에 잠겼던 압연지역 17개 공장이 순차적으로 재 가동하면서 드디어 올해 1월 20일 태풍 135일만에 완전체의 조업 정상화 기적을 일구어냈다.

복구 과정에 한 건의 중대재해도 없었다.

이백희 포스코 포항제철소장은 “지난 50여 년 간 여러 어려움을 겪어 오면서 쌓은 포스코 만의 위기 극복 DNA가 이번 포항제철소의 침수 피해 복구 과정에서 빛났다”면서 “향후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는 큰 밑거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숙한 공동체 사회가 일궈낸 값진 결과이며, 포스코의 강한 ‘회복 탄력성’의 저력이다.

회복 탄력성은 도시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테러, 안전사고와 같은 충격적인 사회적 사건 등 큰 재난에도 불구, 이에 적응해 나가거나 변화에 맞게 시스템을 변형해 가면서 도시의 시스템을 회복하고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포스코 철강인들이 태풍에서도 그에 걸 맞은 회복 탄력성을 보여준 것이다.

포항제철소 피해 복구 활동 감사패 전달
포스코는 2월 10일 포항제철소 정상 가동 기념 감사의 장 행사를 갖고 태풍 피해 복구에 참여한 관계자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포스코는 2월 10일 포항 본사에서 태풍 피해 이후 135일 기적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포항제철소 정상 가동 기념 감사의 장 행사를 가졌다.

침수 135일만에 제철소를 완전 정상화시킨 눈물과 감동의 과정을 되돌아보고, 제철소 정상화에 헌신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임직원들과 관계기관 대표들을 초청해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는 자리였다.


△135일만에 완전 정상화 기적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침수 초기 제철소를 다시 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포스코가 세계 철강업계 역사에 남을 기적을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연인원 140만 명의 헌신적인 노력과 50년 동안 축적된 세계 최고 조업, 정비 기술력 덕분이었다”면서 피해 복구에 도움 준 이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포스코는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후 자연재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했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이후 포스코는 올 5월 포항제철소 정문에 차수막을 설치했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이후 포스코는 올 5월 포항제철소 정문에 차수막을 설치했다.

올 5월에는 정문에서 3문까지 1.9㎞에 이르는 국도변 지역에 차수벽을 설치를 마무리했으며, 6월 냉천 제방 지역 1.65㎞ 구간에 시트 파일을 박아 보강을 완료했다.

제철소의 변전소, 발전소, 원정수설비 등 공장가동을 위한 핵심시설에 대해서는 추가로 차수시설을 설치했다.

또 공장, 건물, 지하 등 저지대 취약개소에도 차수판을 설치했으며, 2문에서 3문 간 차수벽 앞 배수로 600m를 준설하기도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태풍 힌남노 이후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추진해 완료했다”면서 “두번 다시 힌남노의 악몽은 재현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악의 시련을 극복한 포스코는 더 단단하고 성숙해졌다.

탄소중립 2050 실현을 위해 수소환원제철공법을 개발하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스마트 핵심기술의 혁신과 벤처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포스코 노조가 4월 28일 임단협 출정식을 하고 있다. 노조는 6일 광양제철소에 이어 7일 포항제철소에서 쟁위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갖는다.
포스코 노조가 4월 28일 임단협 출정식을 하고 있다. 노조는 6일 광양제철소에 이어 7일 포항제철소에서 쟁위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갖는다.

그런 포스코가 노사 갈등이라는 새로운 난관에 부딪쳤다.

포스코 노조는 7일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갖는다. 최근 임금 및 단체협약의 교섭 결렬에 따른 쟁대위 출범으로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포항 본사 앞 도로에서 개회선언, 연대조직 소개, 투쟁사, 연대사, 결의문 낭독 순으로 진행된다.

6일에는 전남 광양제철소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노조는 앞서 8월 28일 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포스코 창립 55년 만에 첫 교섭 결렬이다.

노조는 이날 그동안 20차에 걸쳐 회사 측과 임단협 교섭을 가졌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교섭 결렬을 선언하게 됐다고 밝혔다.

교섭 결렬 선언과 쟁대위 출범은 자칫 파업으로 갈 수 있기에 포스코의 긴장감이 상당하다.

임단협은 쟁점인 △기본급 13.1% 인상 △정년 연장 △포스코홀딩스 주식 100주 지급 등에서 상당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내용이 직원들의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또한 기본급 인상에 대한 내용 없이 노조에서 제시한 임금 요구안 23건 중 5건 만 포함돼 있다며 교섭 결렬의 이유를 밝혔다.
 


△노사 상생과 경제 위한 대승적 합의 필요

한국노총 금속노련 소속으로 지난해 12월 출범한 제19대 노조는 포스코 내 복수노조 중 대표교섭노조다.

노조는 “사측의 불성실한 교섭 태도에 노사 간 소통과 화합의 분위기는 막을 내렸다”고 했다.

반면 포스코는 노조의 기본급 13.1% 인상, 조합원 대상 자사주 100주 지급, 목표 달성 성과급 200% 신설, 노동조합원 문화행사비 20억 원 지원,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 연장 등의 요구는 경영 여건상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제시한 요구사항 이행에 소요되는 비용은 1조 4000억 원으로, 연간 인건비의 절반 이상이며 포스코의 분기 영업이익을 상회하는 수준이며, 더욱이 올 1분기까지 회사는 수해 복구로 2조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는 설명이다.

회사 측은 “태풍 피해 복구에 따른 조업 정상화 8개월 만에 찾아온 임단협에 대한 노조의 교섭 결렬 선언과 쟁대위 출범은 안타깝다”면서 노조의 교섭 복귀를 요청했다.

노조의 교섭 결렬과 쟁대위 출범 등으로 포스코 제철소가 있는 포항·광양시민들은 혹 파업으로 이어질지 않을 가 우려하고 있다.

포항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임단협에 대한 상호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파업으로 가면 지역경제가 마비될 것이다”며 “노사 상생과 지역경제, 나아가 국가경제를 생각하는 대승적 차원의 합의점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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