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점령’한 외래곤충, 고유자생식물이 위태롭다
  • 허영국기자
울릉도 ‘점령’한 외래곤충, 고유자생식물이 위태롭다
  • 허영국기자
  • 승인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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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허리노린재·갈색날개매미충·해바라기방패벌레 등
솔송나무 등 섬 고유 33종 외부 영향에 취약… 먹잇감 우려
국립생태원 연구진이 울릉도 10개 지점에서 ‘외래생물 현장 조사’에서 성충과 약충을 합쳐 소나무허리노린재 40여마리를 관찰했다(국립생태원)
갈색날개매미충(국립생태원)
천혜 자연을 자랑하는 ‘한국의 갈라파고스’ 울릉도가 외래곤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립생태원 연구진이 6~8일 울릉도 10개 지점에서 ‘외래생물 현장 조사’를 진행한 결과 4개 지점에서 성충과 약충을 합쳐 소나무허리노린재 40여마리를 관찰했다

국립생태원 외래생물팀 이희조 전임연구원은 처음 관찰된 때로부터 5년 만에 울릉도를 ‘점령’한 것으로 추정되며 키가 큰 소나무나 접근이 어려운 절벽을 낀 숲에서는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으므로 실제 개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나무허리노린재는 실제로 빠르게 세력권을 넓혔다. 2010년 경남 창원시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이제는 전국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됐다. 울릉도의 경우 2017년 섬 동쪽에 있는 도동항에서 처음 관찰됐다.

생태계 교란종까지는 아니지만 소나무허리노린재는 빨대처럼 생긴 주둥이를 솔방울이나 잣에 꽂아 영양분을 빨아먹는 과정에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주로 소나무과 식물에 붙어산다. 길쭉한 체형에 몸길이는 16~20㎜ 정도고 6~11월 활동한다.

상대적으로 고위도에 위치한 북미가 원산지라 빠르게 한국 생태계에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함께 주요 조사 대상이었던 갈색날개매미충은 조사 지점 10곳 중 2곳에서 성충 20여마리와 알집 30여개도 확인됐다.

산란 흔적은 발견됐지만 분포 범위가 넓지 않고 출현 밀도는 높지 않았다. 다만 육지에서처럼 대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동부 출신인 갈색날개매미충은 국내에서는 2009년 충남과 전북에서 처음 나왔고 이후 전국으로 확산했다. 울릉도에서는 2019년 울릉도 관문 도동항 근처에서 처음 관찰됐다.

몸길이가 암컷은 7.5~9.2㎜, 수컷은 7.0~8.3㎜이고 주로 갈색을 띠지만 암갈색, 녹갈색, 황갈색, 적갈색 개체도 있다.

줄기와 잎에 붙어 즙을 빨아 먹어 과육 생장에 피해를 주고 배설물이 그을음병을 유발해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됐다. 사과나무부터 가죽나무, 산수유나무, 측백나무, 감나무, 밤나무까지 식생을 가리지 않는다.

연구진에 따르면 소나무허리노린재와 갈색날개매미충 외에 국화과 식물에 피해를 주는 외래곤충 해바라기방패벌레도 울릉도 전역에 서식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고양이, 다람쥐, 시궁쥐 등 포유류와 큰산개구리(옛 북방산개구리) 등 양서류는 울릉도 내 먹이사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울릉도는 5000~250만년 전 형성된 이후로 육지와 연결된 적 없는 섬이다. 면적이 넓지 않고 지형이 험준해 종 분화가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여러 고유종이 자생하고 있어 ‘한국의 갈라파고스’로 불린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울릉도에 분포하는 식물 494종 가운데 33종(6.7%)이 고유종이다. 고유종 국명에는 대체로 ‘섬’, ‘우산’, ‘울릉’ 등 접두사가 붙었다.

울릉도에는 소나무허리노린재의 ‘먹잇감’이 될 수 있는 고유종 솔송나무도 살고 있다. 외부 영향을 받지 않고 고유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섬은 외래종 유입에 더 취약하다.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섬에서 발생한 멸종의 90%가 주로 외래종에 의해 발생했다”며 “도서 지역 4분의 1 이상에서 외래식물이 자생식물보다 많았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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