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20일 20일 중국 항저우 린핑 스포츠센터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 C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인도에 세트스코어 2-3(27-25 27-29 22-25 25-20 15-17)으로 졌다.
한국의 최근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인도 배구는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전력이다. 세계랭킹으로 봐도 한국은 27위, 인도는 46계단이 낮은 73위다.
세계랭킹으로 승패가 가려지는 것은 아니라지만 남자 배구가 인도에게 패한 것 자체가 드문 일이다. 마지막 패배가 2012년 아시아컵으로 무려 11년 전이다.
이날 한국은 매 세트 인도와 접전을 벌였다. 1, 2, 5세트에선 듀스까지 가는 혈전을 벌였는데 이 중 2, 5세트를 내줬다.
블로킹 싸움에서 6-12로 뒤지면서 높이 싸움에서 밀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한국은 5세트에서도 흐름을 잡는 듯 하다가도 번번이 상대 블로킹에 막혀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고, 막판 15-15에서도 연속 블로킹 실점으로 고개를 떨궜다.
더구나 인도는 이날 경기 내내 미들블로커를 활용한 속공으로 많은 점수를 올렸다. 한국은 이를 뻔히 보면서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가운데 범실 개수에선 36-19로 우리가 두 배 가까이 많았다. 드러난 숫자로만 봐도 한국의 경기력이 얼마나 처참했는지를 알 수 있다.
핑곗거리가 없지는 않았다. 한국은 이날 주포 정지석이 허리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않았고, 주전 세터 한선수도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 경기 중반 황택의와 교체됐다.
하지만 말 그대로 ‘핑계’일 뿐이다. 상대가 일본, 중국, 이란도 아닌 인도였다면 주전 한둘이 빠지거나 부진했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잡았어야만 했다.
아시안게임의 부진은 예고된 것인지도 모른다. 남자 배구는 최근 국제대회에서 최악의 성적을 거듭해왔다.
2018년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강등당한 남자 배구는 다시 VNL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부리그’ 격인 FIVB 챌린저컵을 안방에서 개최했지만 우승의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올해는 ‘3부리그’ 격인 아시아 챌린지컵에서 세계랭킹 77위 바레인에게 패해 ‘2부리그’ 출전 자격도 얻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전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선 12강에서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3-2로 힘겹게 승리한 뒤 6강에서 2진이 대거 나온 중국에 1-3으로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2021년 대회에 이은 2개 대회 연속 4강 탈락인데, 2021년 한국은 코로나19 여파로 상무를 대표팀으로 내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린다는 목표 설정 자체가 아이러니였다. 최대 4강 진출 정도를 노리는 것이 현실적 진단이었을지 모른다.
인도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했지만 아직 남자 배구의 아시안게임이 끝난 것은 아니다. 당장 21일 열리는 캄보디아전에서 승리하면 1승1패 조 2위로 12강에 오를 수 있다.
C조 2위로 12강에 오르면 상대는 D조 1위인 파키스탄이다. 여기서 승리하면 B조 2위가 유력한 바레인, E조 1위가 유력한 카타르의 승자와 4강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C조 1위였다면 6강에서 일본을 만났을 가능성이 높았기에 ‘대진운’은 더 좋아졌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파키스탄, 바레인, 카타르 어느 팀도 만만하게 볼 수 없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대표팀 아웃사이드 히터 전광인은 전날 인도전 패배 후 “모든 선수들이 부담을 가지고 뛰어야 한다. 미친듯이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이제는 경기력의 반전과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남자 배구는 벼랑 끝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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