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현숙
가을이 되면 아주 작은 것들의
설명을 들으러 나무 밑으로 간다
톡, 도토리 하나 주워 들고는
소소한 기척을 잘 키우면
소리로 우거진 숲이 된다고 한다
탕탕 치는 큰소리일수록
주울 게 별로 없단다
숲은 귀 밝은 습성이 있어서 나무 밑들은 쉽게 정체를 드러낸다 빗방울이거나 도토리거나 낙엽 같은, 그 소리에게서 바람이 싹트고 그늘이 돋는다 또 그런 소리를 굴속에 저장해놓고 겨울을 나기도 한다
소리가 옮겨 다닐 수 있다는 걸 상세히 듣는다 톡 하고 도토리 하나 떨어지는 소리만으로도 귓속이 꽉 차는 속에, 작은 소리는 큰 소리의 씨앗쯤 되는 것이다
분명히 알게 된 것은
거대한 바람도 톡톡 떨어지는
소리가 자라서 생긴 것이고,
다람쥐는 도토리 구르는 소리의
해설사였다는 것이다
2023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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