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별들의 구릉 어디쯤 낙타는 나를 기다리고』출간
  • 손경호기자
시집 『별들의 구릉 어디쯤 낙타는 나를 기다리고』출간
  • 손경호기자
  • 승인 2023.0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의 언어를 감춤으로서 드러내는 시인 윤선
시집『별들의 구릉 어디쯤 낙타는 나를 기다리고』
윤선 시인의 첫 시집 『별들의 구릉 어디쯤 낙타는 나를 기다리고』(윤선 지음 | 걷는사람 출판) 출간됐다.

시인은 시의 언어를 감춤으로서 드러내는 시인이다.

“말의 수위를 풀빛으로 잔잔하게 조율해 보세요”(「말을 가두어요, 조세핀」)라는 시구에서 알 수 있듯, 이 시집은 시의 절대적 언어에 다가가기 위한 방법론적 모색이다. 이쪽과 저쪽의 경계, 밤과 낮의 경계, 불안과 일상의 경계에 시는 존재하며 그것은 앎과 모름의 경계에 자리 잡고 있다고 시인은 말한다. 그래서 시의 절대자 혹은 신적인 존재인 듯한 “알 듯도 한 그 사람”은 “소리 없이 붙잡혀/붉은 어둠으로 내려앉는 것이/슬쩍 빼앗기는 것이” 시의 미덕이라 알려 준다.

문학평론가 김대현은 해설에서 이러한 시인의 태도를 파블로 네루다에 빗대며, 윤선의 “그 사람”은 네루다의 ‘시’처럼 “아무도 모르게 다가와 ‘나’의 온몸을 열병처럼 휘감고 영혼 속에서 무언가를 시작하게 만드는 무언가”라고 말한다.

영혼을 열병 상태의 시적 에너지로 만들기 위해 시인은 어떻게 자신을 만들어야 할까. 역설적이게도 에너지를 가득 채우기 위해 시인의 존재는 비움의 상태이다. 언어의 비움 상태야말로 시를 받아들이기에 필요 조건이며, “광주리를 들고 걸어 들어오는/알 듯도 한 그 사람”과 내가 “사과를 입안 가득 베어 먹는 시간”을 겪으며 시의 “달콤하고 황홀한 밤”(「훌륭한 밀월」)을 경험한다.

그 문장, 생명의 언어들 받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오직 기다리는 것이다. 기다림이 간절해졌을 때, 마음의 비움 상태가 되었을 때 “종횡무진으로 달리는 불면의 자락들을/나는 얼마나 기다리는지” 회의하고, 검은 밤을 지새울 때 시의 언어는 획득된다.

한편, 경북 의성에서 태어난 윤선 시인은 2018년 《시와반시》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