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개최된 제19회 아시안게임은 한국 수영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무대가 되고 있다.
한국 수영 대표팀은 이틀 동안 금메달 2개와 동메달 4개를 획득했다. 금메달 없이 은메달 3개와 동메달 6개만 따낸 ‘수영 강국’ 일본보다 월등히 좋은 성적이다. 또한 이번 대회 경영 경기에서 압도적 기량을 과시하던 중국의 독주에도 제동을 걸었다.
지난 두 번의 대회와 비교하면 대단한 성과다. 한국 수영은 홈 이점을 가진 2014년 인천 대회에서 ‘노골드’ 수모를 당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도 부진했고, 여자수영 간판 김서영(경북도청)이 여자 개인혼영 200m 시상대 맨 위에 오르며 체면치레를 했다.
그러나 항저우 대회에서는 아직 경영 일정의 절반도 치르지 않았는데 앞선 두 대회의 성적을 뛰어넘었다.
한국 수영은 경영 첫날인 24일 황선우와 이주호(서귀포시청)가 각각 남자 자유형 100m와 배영 100m에서 동메달을 따며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25일에는 메달 개수를 4개로 늘렸는데 그 중 2개는 금색이었다. 지유찬(대구광역시청)이 남자 자유형 50m에서 21초72의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자유형 50m 금메달은 2002년 부산 대회의 김민석 이후 21년 만이다.
황선우와 김우민, 양재훈(이상 강원특별자치도청), 이호준(대구광역시청)으로 구성된 ‘드림팀’도 남자 계영 800m에서 7분01초73의 아시아 신기록과 함께 사상 첫 수영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여기에 커리어 마지막 아시안게임을 치른 김서영이 여자 개인혼영 200m에서 동메달을 추가했다. 최동열(강원특별자치도청)도 남자 평영 100m에서 59초28의 한국 기록과 함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영 100m 메달은 1962년 자카르타 대회 3위에 오른 진장림 이후 61년 만이다.
확 달라진 한국 수영에서 주목할 점은 ‘다양성’이다. 황선우만 잘하는 게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여러 종목에서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한국 수영은 국제 대회에서 ‘특별한 개인’에 의존해왔다. ‘아시아의 물개’ 故 조오련과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 ‘마린보이’ 박태환 등이 탄성을 자아내는 역영을 펼쳐 금맥을 캤지만 꾸준하게 경쟁력 있는 선수들을 발굴했던 중국, 일본과 비교해 한참 뒤처지는 수준이었다.
황선우가 2021년 개최된 도쿄 올림픽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한국 수영 간판으로 자리 잡은 뒤에도 또 다른 수영 스타에 대한 목마름이 컸다. 지난해와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총 2개의 메달을 땄지만 이는 황선우의 개인 종목에서 나왔다.
티가 잘 나지 않았을 뿐 김우민, 이호준, 지유찬, 최동열 등은 한국 수영의 기대주들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세계선수권 등 큰 무대에서 경험을 쌓고 경쟁력을 높이며 중국, 일본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 기량을 갖췄다. 이호준은 황선우와 함께 올해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 결선에 올랐고, 김우민은 같은 대회 자유형 400m 결선에서 5위에 입상했다.
여기에 아시안게임 대비 특별전략 육성 선수단 프로젝트를 진행한 대한수영연맹의 장기적인 계획과 꾸준한 투자도 한 몫을 했다.
특히 계영 800m 대표 선수들은 연맹의 전폭적 지원 아래 2년 간 해외에서 고강도 훈련을 하며 기량이 일취월장 했다. 그렇게 탄생한 드림팀은 ‘준비된 금메달’을 가져왔다.
특정 종목에서만 메달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자유형, 개인혼영, 배영, 평영, 계영 등에서 메달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수영 대표팀은 괄목상대의 원동력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동기부여’를 꼽았다. 김서영은 “황선우 등 많은 선수들이 이제는 세계를 목표로 도전하고 있다. 그런 선수들을 보며 다른 선수들까지 한 명 한 명 목표를 크게 잡다보니 전체적으로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최동열도 “(황)선우를 비롯해 계영 800m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다. 또한 ‘한국 수영도 충분히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선수들이 있어서 나를 비롯해 다른 선수들도 성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황선우도 준비한 대로 따낸 계영 800m 금메달이 수영 대표팀에 좋은 영향이 미치기를 바랐다. 황선우는 “동료들과 함께 합을 맞춰서 아시아 신기록을 세워서 기쁘다. 이번 금메달로 우리 수영 대표팀이 기세를 탈 것 같아 만족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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