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구속을 피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비명계 의원에 대한 ‘보복성 징계’를 예고한 가운데, ‘심리적 분당’ 상황에 이른 계파 갈등 수습이 가장 큰 과제로 놓여 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이 대표의 당내 입지를 다시 공고히 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체포동의안 가결에 책임을 지고 비명계 원내지도부가 물러난 자리에 친명계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가 들어서면서 ‘친명 지도체제’가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 원내대표는 전날 당선 소감을 통해 “우리 민주당이 하나의 팀이 돼서 이재명 대표로 함께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힘을, 동력을 만들어 내겠다”며 내년 총선까지 이 대표의 ‘친정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우선 이 대표를 중심으로 강고해진 당 지도부가 반란표를 던진 비명계 색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비명계는 그간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필요성과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 여부와 상관 없이 당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했다.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한 이 대표의 입장 번복이 비명계를 중심으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당 안팎에선 평가했다. 비명계는 이 대표의 ‘말 바꾸기’를 놓고 “약속을 뒤집어버리니 당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당 지도부는 비명계를 겨냥해 가결표를 ‘해당행위’로 규정하며 징계 가능성을 시사해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진 상태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가결파 의원들을 향해 “지지자, 국민들에게 피멍 들게 했던 자해행위에 대해 통렬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한다. 반드시 외상값은 계산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구속영장 기각으로 친명 지도부는 당 내 장악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면서 ‘심리적 분당’에 이른 내분 수습 방향에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검찰의 영장 재청구 가능성 또한 여전하지만, 당 지도부는 ‘정치 검찰 조작 수사’ 주장으로 당내 여론을 장악하며 ‘반발 여론’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가결표 의원에 대한 일부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검찰이 추가 구속영장을 칠 가능성도 있어 이미 제한선을 넘긴 반발표심을 찍어 누를 수 없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비명계 끌어안기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중진 의원들도 가결표를 두고 해당행위로 볼 수 없다며 통합에 무게를 더 실었다. 총선을 앞두고 비명계 중심으로 분당 가능성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 이후 통합적 기구 구성이나 가결표 징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런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