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글로벌 기후 리더십'에 앞장설 때
  • 뉴스1
이젠 '글로벌 기후 리더십'에 앞장설 때
  • 뉴스1
  • 승인 2023.1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달 초부터 미국 뉴욕에서 제78차 유엔총회가 ‘신뢰 회복과 글로벌 연대 재촉진’을 주제로 열리고 있다. 지난주엔 각국 고위급이 모여 기조연설을 진행하는 ‘유엔 정상 주간’으로 분주했다. 20일(현지시간)엔 각국 정상과 대표단이 참석한 ‘기후 포부 정상회담’도 열렸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개회사에서 “인류가 지옥의 문을 열었다. 지금의 기후행동은 앞으로 닥칠 도전의 규모에 비하면 너무 초라하다”며 현 상황을 환기시켰다. 그는 최빈국들은 지체되는 기후행동과 부족한 기후재원 수준에 대해 충분히 화낼 권리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각국 정상들이 채택한 성명엔 △화석연료 확산금지에 대한 협상을 촉구하고, △화석연료 폐지 종료일을 앞당겨 발표하자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성명엔 △공동의 에너지 전환 파트너십의 진전사항 업데이트 △화석연료 기업들의 속임수·무대책에 대한 비판 강화 △기업들의 ‘그린 워싱’(위장환경주의) 논란 속 넷제로(탄소 중립) 약속에 대한 신뢰 제고 △2차 재원 보충이 진행되고 있는 녹색기후기금(GCF)의 자본 재구성 결정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됐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그린 워싱 형태 또한 다양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기업들의 진정성 있는 노력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관심과 목소리도 커져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같은 날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기후대응과 관련한 유의미한 내용들이 담겼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격차 해소’, 특히 개발 격차와 기후격차, 디지털 격차 등 3개 분야 격차 문제를 제기하며 이를 완화하기 위한 지원방안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들 격차 해소를 위해선 재원과 기술 역량을 가진 국가들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도 긴축 재정에도 불구하고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해 개발도상국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내년 ODA 예산이 40% 이상 확대되고, 주로 역량 강화를 위해 지원될 것이라고 한다. 이 역시 반가운 소식이다. 무엇보다 기후격차 해소를 위한 ‘그린 ODA 확대’와 GCF 3억 달러 추가 기여를 약속한 건 우리나라의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위상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정부는 GCF 초기 재원 조성 시 1억 달러, 1차 재원 보충 시 2억 달러에 이어 이번 공여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른 기후 재원 공여 의무가 없는 국가 중 가장 큰 규모를 지원하는 국가가 됐다.

현재 글로벌 기후대응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사다리 걷어차기’ 같은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에 반해 유엔사무총장이 재차 강조하고 우리가 이행에 옮기고 있는 개도국에 대한 기술·재원 지원은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을 만들어 가는 ‘녹색 사다리’를 놔주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필자가 2000년대 초반 개도국 개발협력 사업을 진행할 때와 20년이 지난 지금 개도국에서 기후대응 사업을 하며 만나는 현지 공무원과 국민이 한국을 대하는 분위기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개도국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사람이라면 모두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과 협력하고 싶어 하는 그들의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유엔 회원국들은 2015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하고 파리협정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주 유엔 정상 주간 첫날 청년 리더로 참석한 수단 출신의 마야다 아딜은 대표단을 향해 고작 15%밖에 이행되지 못한 ‘SDGs는 실패’라고 평가했다.

가속화되는 기후재난 앞에서 SDGs 이행은 결국 기후대응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가 계획한 그린 ODA도 보여주기식 단기 목표에 급급해하지 말고 중·장기 로드맵을 세워 개도국과 함께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윈-윈’(win-win)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기후격차는 선진국·개도국 간에만 있는 게 아니다. 한 국가 내의 부유층과 취약계층 사이에서도 발생하고 있고, 그 간극이 커지고 있다.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 기후 적응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리 대통령은 ‘기후’를 10번 언급하며 기후대응 의지를 보여줬다. 오는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에도 우리 정상이 참석해 글로벌 기후 리더십을 이어가고 국내에서도 기후 대응이 가장 우선된 현안으로 자리 잡길 소망한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