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설정에도 ‘생존과 번영’ 관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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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 설정에도 ‘생존과 번영’ 관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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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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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1949년 10월 중앙아시아의 동투르키스탄, 즉 지금의 신장(新疆)을 점령한 데 이어 1950년 10월 달라이 라마 14세가 통치하던 독립국 티베트마저 점령했다. 중국은 내친 김에 국민당 정부가 도피한 대만까지 점령하고자 했으나, 1949년 10월 진먼다오(金門島) 패전에 이어 1950년 한반도에서 6·25전쟁이 발발하는 바람에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이후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 1999년 포르투갈로부터 마카오를 돌려받으면서 러시아에 할양해준 연해주 등을 제외한 과거 청(淸)나라 전성기의 영토를 거의 다 회복했다.

중국 입장에서 대만은 ‘국토완정’(國土完整)의 최후 과제다. 첨단 반도체 시설 ‘TSMC’를 가진 대만과 함께 남중국해도 중국이 해양 강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스프링보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는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 호주, 인도, 베트남 등 여타 국가들에도 ‘핵심 국익’에 속한다.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면 대만과 필리핀 루손섬 사이에 위치한 동아시아 물류 요충지 바시 해협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이란이 서방과의 분쟁 때마다 페르시아만과 인도양 사이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놓고 위협하듯, 중국도 국제 분쟁 발생 때마다 ‘바시 해협’을 갖고 위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중국이 ‘불침항모’(不沈航母) 대만을 점령하면 이를 해공군 기지로 이용해 서태평양을 남·북부로 양분(兩分)할 수도 있다.

또 중국의 남중국해 도서(스프래틀리·파라셀제도) 군사화와 ‘항행·상공 비행의 자유’ 제약은 중국 해공군의 서태평양 장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남북한은 물론, 일본 역시 중국 해공군에 사실상 포위 당한다. 우리 국가주권도 크게 제약받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생존 여부를 좌우할 ‘키’를 쥐고 있다. 그리고 북한은 지정학적으로 중국 안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나라 중 하나다.

중국의 대북 안보 이해관계는 미국의 대(對)멕시코 관계 이상이다. 이 때문에 중국을 지배한 세력은 어느 누구든 한반도가 중국에 적대적인 세력의 영향권 아래 들어가지 못하도록 국력을 쏟아 부었다. 이는 명(明)과 청, 국민당과 공산당 등 중국의 어느 왕조·정부에서나 같았다. 중국은 1592년 임진왜란, 1882년 임오군란, 1884년 갑신정변, 1950년 6·25전쟁 당시 한반도에 대병(大兵)을 투입했다. 북한과 중국은 ‘전략적 이해관계 불일치 하의 일치’ 관계에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월26일 부산에서 왕이 중국(王毅) 외교부장,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무상과 회동했다. 3국 외교장관들은 2019년 이후 중단된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조기 개최를 위해 노력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중국은 올 4월 이후 자신들이 ‘핵심 국익’으로 보는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한국의 직설적 지적이 되풀이되자 강한 불만을 표명해왔다. 중국이 최근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조기 개최에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듯하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은 앞으로도 당분간 한국에 호의적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것 같다. 2024년 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할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미국과 ‘신(新)냉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지전략적으로’(geostrategically), 그리고 경제적으로 중요한 한국과의 관계를 ‘파탄’ 상태까지 몰고 가려고 하진 않을 것이다.

분단국가 한국의 국가적 목표 역시 ‘생존과 번영’이다. 이를 위해 한국은 △한미동맹 공고화 △중·일과의 선린 우호관계 증진 △동남아·인도 진출 강화 △한반도 안정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은 ‘생존과 번영’의 지속이란 측면에서 미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특히 중국과 어떤 관계를 설정하고 유지해가는 게 좋을지 판단해야 한다.

우리의 제1무역상대국이 중국이란 점과 대만·남중국해 문제가 우리의 ‘생존과 번영’에 미치는 영향 등을 두루 감안해 이 문제에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로, 어떻게 대응하는 게 가장 좋을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이 문제를 결정하는 데는 결코 친중(親中)·반중(反中) 같은 이념적 잣대가 개입해선 안 된다.

중국의 삼국시대 위(魏)나라를 세운 조조(曹操)가 190년 ‘실력자’ 동탁(董卓)을 타도하기 위해 봉기했을 때 그 아버지 조숭(曹嵩)은 ‘섣부르게 먼저 뛰쳐나가면’ 동탁의 타깃이 돼 제일 먼저 짓밟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대만 점령이나 지속적인 남중국해 군사화는 한국의 ‘생존과 번영’에 결정적 장애를 조성할 게 틀림없다. 그러나 한국의 ‘중대한’ 정세 판단 실패는 크고 작은 ‘어려움과 위기’를 부를 수 있다. 한국이 섣불리 이 문제에 대해 언급했던 건 아닌지 깊이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백범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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