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시티는 메가시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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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시티는 메가시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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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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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이라는 뜻의 접두사 ‘메가’를 붙인 메가시티는 최근 대한민국에서 거대한 논쟁을 만들어내고 있다.

학문적 의미로 ‘메가시티(megacity)’는 유엔(UN) 기준에 따라 인구 1000만명이 넘는 거대도시를 의미하며, 도쿄, 상하이, 델리, 뭄바이 등의 도시가 그 예이다.

거주인구를 기준으로 하는 이 용어가 지칭하는 공간적 경계는 명확하지 않아 반드시 단일도시일 필요는 없으며, ‘메가시티 리전(megacity region)’이라는 파생적 용어를 통해 중심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인구 밀도가 높은 주변 도시 지역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메가시티는 인구 규모 즉, 양적인 면을 중시한다는 측면에서 국가와 지역의 사회경제적, 문화적 활동의 중심성을 강조하는 메트로폴리스(metropolis)와는 구별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사용되는 메가시티는 학문적 용어의 메가시티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메가시티가 널리 알려진 계기는 부산, 울산, 경남이 자발적으로 힘을 합쳐 수도권에 맞먹는 경쟁력을 갖춘 광역경제권을 만들고자 했던 ‘부울경 메가시티’다.

수도권에 대응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경제 생활권역을 만들고자 한 ‘부울경 메가시티’는 사실상 초광역권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메가시티 본래의 개념은 균형발전 달성이라는 정책적 목표 의식도 없으며, 지역 간 기능적 협력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다른 지역에서 충청권 메가시티, 광주전남 메가시티 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부울경 메가시티가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으로 논의 수준이 축소되면서 세간의 관심은 크게 수그러들었다.

이렇게 꺼져가던 대한민국의 메가시티의 불씨가 뜻하지 않게 서울에서 다시 살아났다. 수도권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으로 사용되었던 메가시티는 또 다른 논리를 가지고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의 서울을 중심으로 한 메가시티 논의는 행정구역과 생활권을 일치시키고자 하는 행정구역 개편에 초점을 둔다. 서울은 이미 메트로폴리스(metropolis)이며, 메가시티(megacity)이자 국제적 위상을 갖춘 세계도시(global city)이다. 행정구역을 개편하여 통합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고 서울의 새로운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 개별 지자체 위주의 결정에서 벗어나 대도시 권역에서 신속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통합 그 자체가 서울의 경쟁력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행정구역 통합으로 기대되는 편익과 사회적 비용, 제도상의 여러 가지 여건, 시민들의 의견 등을 충분한 시간을 들여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우선이다.

메가시티가 가지는 큰 인구와 면적은 경쟁력과 성장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또한, 많은 인구수로 인해 문화의 다양성이 발생하기도 하며, 경제활동과 정치권력의 중심지가 되기도 한다. 반면, 교통혼잡, 환경 오염,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를 드러내기도 한다. 메가시티는 그냥 메가시티일 뿐 그 자체가 살기 좋은 도시나 경쟁력을 갖춘 도시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인구와 면적, 밀도와 같은 양적 측면에서 메가시티의 장점이 있지만, 도시는 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세계적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도시의 외연적 확장이 아니라 도시권 차원의 도시 공간구조를 고려한 입체적인 접근도 가능하다. 즉, 거대도시권 공간구조의 합리적인 재설계와 교통 등 연결망을 확충하여 도시권 전체의 유연성과 효율성,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물론, 그 연결망이란 물리적인 교통시설의 연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 문화적 인프라의 연결을 포함하여야 한다. 대한민국은 절대인구가 감소하는 시대로 접어들었고, 서울은 이미 거주인구 면에서 성장의 정점을 찍은 상태이며, 주변 도시들로부터 유입되는 사람들로부터 도시의 사회경제적 활력을 도모하고 있다. 서울 대도시권이라는 관점에서 각 도시가 개성 있는 발전을 도모하고 상호 간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전략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학문적 용어이던 메가시티는 대한민국에서 매력적으로 포장되고 정치적 의미가 덧붙여져 다양한 논의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균형발전을 위해 초광역권 전략으로서의 메가시티가 어떻게 추진되어야 하는지, 서울 메가시티 논의가 수도권의 경쟁력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본질에서 벗어난 논쟁들은 공허하기만 하다. 누구를 위한 메가시티인가? 메가시티가 본질에 대한 의미를 외면한 채 한때의 유행어처럼 소비되고 있는 지금, 진정성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거대한’ 논쟁의 끝이 시시한 결론으로 귀결되지 않기를 바란다.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삶의질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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