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운영의 나침판 -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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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운영의 나침판 -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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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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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출산이 심각한 국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2022년도 기준 출산율이 0.78명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하락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가 소멸할 수 있다는 위기설이 괜한 말이 아닌 듯하다. 마약 범죄 증가세도 우려할 수준이다. 지난 몇 년간 마약 관련 범죄율이 5배나 증가했다. 경제 분야는 전 지구적 경제 위축으로 2024년도 세계 경제 성장은 2.4%, 한국 경제는 1.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의 부동산 23년 수급지수는 65.9로 여전히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범죄 증가율, 경제 성장률, 부동산 하락, 증시 등락 등 온갖 일들이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데 어떻게 종합하여 지표로 나타낼 수 있을까? 바로 통계 덕분이다. 통계란 어떤 현상을 종합적으로 알아보기 쉽게 일정한 체계에 따라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집단의 상황이나 현상을 조사하여 양적으로 치환한 것으로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변화되는지 파악하는 지표이다. 이를 통해 사회 어느 분야에서 문제가 있는지 찾아내어 분석하고 대응한다. 통계는 분배와 누수, 증세와 감세, 필요와 불필요, 수정과 보완, 부족함과 과함을 분석하고 판별하는 주요수단이다. 심리학, 인구학, 사회학, 과학 등 모든 분야도 통계 없이 존재할 수 없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투명한 세상일수록 통계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국정을 운영하는 국가지도자가 나라가 돌아가는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것도 각종 통계자료 덕택이다. 복잡한 사회구조와 체계를 가진 민주주의 사회에서 통계야말로 여러 불확실한 상황하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타당한 결론을 도출하여 최선의 의사결정으로 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나침판 역할을 한다.

물론 통계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비교·비율 대상의 편중, 소수의 일반화, 잘못된 표본추출 등 여러 변수에 의해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오류는 대부분 일회성에 그친다. 가장 큰 문제는 통계를 의도적으로 조작하거나 왜곡하는 것이다. 이는 곧 국가를 안에서 곪게 만드는 가장 망국적인 행위이다. 그러므로 그 무엇보다 통계는 정직해야 한다. 또한, 어느 정권이든 관계없이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저께 문재인 정부의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 이어 장하성 전 정책실장까지 주요 국가통계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었다. 그 당시 소득주도성장에 따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직원을 거의 고용하지 않아 실업률은 상승했고 저소득층의 소득은 급감했다. 집값 또한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자 23번의 부동산 정책을 시행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그런데 그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일 잘하고 있는 멀쩡한 통계청장을 갑자기 바꾸어 버린 것이다. 야당(현재 국민의 힘)은 결격사유가 전혀 없는 통계청장을 교체하는 것을 두고 “정권에 불리한 지표를 발표하는 게 못마땅해서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바꾸어 경제지표를 유리하게 조작하려는 것 아니냐”며 극렬 반발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때부터 이상한 통계수치가 나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저소득층 소득이 증가했고 실업률 수치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로 집을 산다”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다. 어떻게든 집을 사기만 하면 몇억은 그저 벌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했다. 이런 와중에 정부에서 갑자기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수치를 발표했다. 국민 대다수는 정부 발표에 코웃음을 쳤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국토부 직원이 한국부동산원에 집값 변동률이 ‘마이너스’(하락)로 나오도록 조작을 압박했던 것이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윗선까지 연결되었는지 수사 중이다.

만약 통계 조작이 최고위층까지 연결되었다면 이것이야말로 경천동지할 일로서 진정한 국기문란이요 국정농단이다. 아무리 무능과 실정을 감추고 싶더라도 통계 조작만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통계가 정직해야 이 나라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추락하고 있는지 번영하고 있는지, 순탄한 길로 들어섰는지 험로로 들어섰는지, 특정 정책이 잘되고 있는지 못되어지고 있는지, 어느 구석이 병들어 있는지, 무엇을 바꾸고 개선해야 할지, 어디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 조작은 올바른 정책 수립을 방해하여 나라를 병들게 하는 최악의 해악 행위이다. 검찰은 다시는 이 같은 조작이 반복되지 않도록 구국의 심정으로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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