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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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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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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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수 편집국장
 
영국의 한 대학이 최근 `세계 행복지도’를 발표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세계 각국의 국민들에게 “당신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느냐”고 물은 뒤 국가별 순위를 정한 것이다. 그 결과 데만크가 1위를 차지했고 스위스, 오스트리아, 아이슬란드가 뒤를 이었다. 조사에서 유럽,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국가는 행복 순위가 높았고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반대였다. 대한민국은 178개국 가운데 102위, 전체적으로 보면 중위권이지만 이웃나라 중국(82위)이나 일본(90)보다 낮았다. 물론 이 같은 결과가 객관적으로 타당한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하지만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7 사회통계 조사’에서도 이러한 현실이 잘 드러난다. 새 정부가 들어선 가운데 현재 전반적인 생활여건이 3년전(2004년)보다 `좋아졌다’는 비율은 28.4%, 보건의료서비스 32.2%, 사회보장제도 19.7%, 문화여가 향유여건 28.5%로 나타났다. 지난 1년 동안 적어도 한 번은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국민도 10명 중 1명꼴이었다. 또 자신을 하류층으로 생각하는 국민이 45%나 됐다. 수출 3000억달러, 세계 11위의 무역대국이라는 대한민국 국민의 2007년 자화상이 이렇다. 우리 선조들은 `쌀독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
 많은 부를 지녔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겠지만 쌀독이 비어 있으면 국민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민심마저 흉흉해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지난해 말 개인부문의 금융부채 잔액이 739조원으로 전년말 대비, 10.4%나 늘었다. 이를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말 추계인구 4845만6000명으로 나눠보면, 1인당 개인부채가 1527만원에 달한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고 경고한다. 한마디로 많은 국민의 쌀독이 이미 바닥을 드러냈거나 계속해서 비어 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의 역활이 중요하다. 국민의 빚이 더 이상 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론, 쌀독이 채워지도록 살펴야 한다. 그러자면 국민의 지출 부담이 줄어들 수 있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이러한 일에 관심이나 있는지 의문스러울 때가 많다. 국민의 염원과는 거리가 먼 정책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4월 소비자물가가 3.9%, 생활물가는 4.9%나 급등했다. 정부가 52개 생활품 잡기에 나섰지만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처음 공개된 52개 생활품 물가를 보면, 밀가루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4.1%나 껑충 치솟았다. 스낵과자(28.4%), 라면(21.1%), 자장면(13.0%), 농축산물(2.4%), 개인서비스 부분(3.9%), 공공서비스(3.3%) 등의 상승률도 높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인상되는 공공요금도 그중의 하나다. 전철료(10.9%), 도시가스료(12.1%), 목욕료(8.0%), 시내버스료(7.1%), 교육기관 납입금(6.5%), 학원비(5.9%) 등 어느 것 하나 안 오르는 것이 없다. 정말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방의 공공요금도 예외는 아니다. 툭하면 대중교통수단인 지하철이나 버스, 또는 상·하수도 요금이 인상된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요금 인상에 앞장을 서는 듯 하니 덩달아 전체 물가도 불안하다. 효율적인  예산 집행과 합리적인 행정으로 부담을 줄여줄 생각은 않고 언제나 국민의 쌀독에서 쌀 퍼갈 궁리만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논어에 따르면 국민의 식량을 풍족하게 하는 것이 정치의 첫번째 목표다. 또 “백성족(百姓足)이면 군숙여부족((君孰與不足)이고, 백성부족(百姓不足)이면 군숙여족(君孰與足)”이라고 했다. 직역하면 `백성이 풍족하면 누구와 더불어 군주가 부족하겠는가,백성이 부족하면 누구와 더불어 군주가 풍족하겠는가’라는 뜻이다. 이를 오늘날 우리 현실에 맞춰 풀어보면 공공요금 인상 요인이 있더라도 국민들이 여력이 생겨날 때까지는 자제해야 한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2008년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제살리기에 모든 행정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살림살이를 걱정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국제유가와 원자재값 폭등에 따른 소비자물가가 4%시대에 진입하면서 서민은 `사경’이다. 경제성장률 둔화, 각종 세 부담 증가, 금리 인상, 수출 차질 등 경제전망이 너무 어둡기 때문이다. 이런 만큼 국민들이 공공요금이나 물가고 걱정만이라도 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봉’이 아니다.
 국민들의 형편이 더 이상 나빠진다면 자칫 쌀독마저 깨어질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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