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리의 조건
  • 모용복국장
차기 총리의 조건
  • 모용복국장
  • 승인 2024.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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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22대 총선서 역대급 참패
국무총리 등 핵심참모들 사의
새 비서실장에 원희룡 등 물망

尹대통령 후임 총리인선 고심
개혁적·과단성있는 인물 필요
권영세·주호영·김한길 ‘하마평’

총리 인선은 정권성패 가늠자
洪 대구시장·李 경상북도지사
대한민국의 소중한 정치 자산
국정정상화 위해 적극 활용을

지난 10일 막을 내린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했다. 정부는 국면타개를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핵심 참모 대부분이 사의를 표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만간 이관섭 비서실장을 교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통령실 3기 참모진을 이끌 비서실장으로 정치인이 대거 물망에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약점으로 지적받은 정무 기능을 끌어올려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이들 후보군 중 원희룡 전 장관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원 전 장관은 16~18대 3선 의원과 37~38대 제주도지사를 거쳐 윤석열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을 역임해 정무·행정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대선 때부터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파헤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저격수를 자칭하며 ‘대장동 1타강사’로 불렸다. 이번 총선에서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해 이재명 대표와 맞대결을 벌였다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김대기·이관섭 두 비서실장은 ‘늘공’(임명직 공무원) 출신으로서 윤 대통령 보좌에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총선 정국에서 이종섭 전 호주 대사 임명 논란과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막말 논란 등이 불거진 과정에서도 대통령실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다양한 정치이력을 지닌 원 전 장관은 이러한 정무적 약점을 보완할 적합한 인사로 평가된다.

현 정부 초대 국무총리인 한덕수 총리 교체도 유력하다. 윤 대통령이 가장 주안점을 두고 해야할 인사가 차기 국무총리 선임이다. 이번 총선에서 여권의 참패로 역대급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차기 총리는 흐트러진 국정을 추스리고 22대 국회에서 거야(巨野)를 상대로 국정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닌다.

이러한 상황인식을 반영하듯 윤 대통령도 후임 총리 인선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항간에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5선에 성공한 서울 용산의 권영세 의원, 6선 고지에 오른 대구 수성갑의 주호영 의원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또 민주당 대표를 지낸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호남 출신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 등도 거론된다. 이들은 정치권에서 신망이 두텁고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는 중진들로서 평상시 같으면 총리 자격에 손색이 없다.

그러나 지금은 현 정부 들어 최대의 위기에 직면한 비상시국이다. 윤 대통령과 제1야당 이재명 대표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할 때 야당을 상대로 협치정국을 이끌어 낼 책임자로서 총리에게 무게가 실리는 건 당연하다. 이러한 비상상황에서는 무난한 총리보다 실타래처럼 얽힌 국정 난맥을 풀어나갈 과단성 있는 인물이 적임자일 수밖에 없다.

야당에 양보할 것은 과감히 양보하고 대통령에게도 서슴지 않고 직언을 할 수 있는 총리가 등장해야 남은 윤 대통령 임기 동안 희망이 있다. 국민의힘이 개헌저지선을 단 8석 넘긴 위중한 상황을 감안하면 단순 관리형 인사보다 강한 변화를 상징할 개혁적인 인사의 발탁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회의 탄핵발의 당시 노무현 정부가 고건 총리를 내세운 사례나 김대중 정부 때 초대 비서실장으로 대구·경북 쪽 김중권 노태우 정부 정무수석을 택한 전례를 상고할 필요가 있다.

대구·경북지역 정치권에선 이러한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차기 총리로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거론되고 있다. 홍 대구시장은 그동안 윤 대통령을 비롯해 여권에 주저없이 지속적으로 쓴소리를 해왔다. 이로 인해 여권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지 오래다. 하지만 그는 SNS와 유튜브를 활동을 통해 젊은 층과 꾸준히 소통해 오고 있어 이들로부터 ‘사이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예상을 깨고 경기 화성을 지역구에서 당선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구마 100개 먹은 듯한 정권에 그나마 젊은 층이 관심 가지려면 한덕수 총리의 후임 총리부터 화끈하게 위촉해야 한다. 젊은 층에서 시원하다는 평가를 받는 홍준표 대구시장을 총리로 모시고 국정의 상당 부분을 나눠 맡기는 것도 방법”이라며 차기 총리로 홍 시장을 거론했다.

그러나 홍 시장은 지난 12일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꿈’에 한 시민이 올린 총리직에 관한 질문 글에 “총리를 노리고 대구 온 것이 아니다”라며 총리에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눈길은 자연히 이철우 경북도지사에게 쏠린다. 이 지사는 윤석열 정권 초기부터 총리 후보로 꾸준히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 지사는 2012년 총선에서 전국 최고득표율인 83.5%로 당선됐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77.95%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재선에 성공했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원내대변인, 원내수석부대표, 경북도당위원장, 당 사무총장, 대선 총괄선대본부장, 최고위원 등을 맡는 등 풍부한 정치경험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남과 경북도지역구 국회의원의 모임인 동서화합포럼 창립을 주도하고, 박정희·김대중 대통령 생가를 함께 방문해 동서화합 및 국민대통합 행보를 펼쳐 주목받기도 했다. 이 지사는 2017년 제19대 대선 패배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사무총장직을 사퇴했다.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 유일한 당직자였다. 그의 과단성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과 소통되는 몇 안되는 인사로 꼽힌다는 것도 장점이다.

‘쓴소리 시장’과 ‘마당발 도지사’는 대구·경북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이 지닌 소중한 정치자산이다. 이러한 정치자산을 잘 활용한다면 국면타개를 통한 국정정상화의 길이 요원한 일만도 아니다. 또한 스펙트럼을 야권에까지 확대하면 야당과의 협치를 이끌어낼 총리감이 아주 없지만은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다소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면 말이다.

역대급 총선 참패로 여권은 국정을 주도할 전의를 상실한 상태다. 차기 총리 인선과 참모 인선에 따라 현 정부 3년의 성패가 판가름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리 인선은 그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은 2년 전 검찰총장에서 곧바로 정치판에 뛰어들어 대통령에 당선된 까닭에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 대가로 이번 총선에서 혹독한 시련을 경험해야 했다. 또다시 실수를 반복한다면 보수진영과 여권에 미래는 없다. 윤 대통령에게 진짜 ‘정치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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