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이자부담·매수가 밑도는 집값… "내가 설거지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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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이자부담·매수가 밑도는 집값… "내가 설거지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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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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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는 결국 설거지 세대가 된 격이죠.”

2021년 막바지 상승 랠리에 뛰어들어 꼭지에 집을 사서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는 30대 중반 남성을 만났다. 그는 ‘설거지’ 이야기를 꺼냈다. 그가 산 집값은 일부 회복을 했지만, 여전히 매수 가격에서 한참 아래다. 더욱이 다달이 내야 하는 이자 부담에 힘겨워하고 있다. 한동안 망설이다 집을 못 사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가리켜 ‘벼락 거지’라는 말이 유행하더니, 요즘은 설거지라는 말이 더 자주 들린다.

설거지는 사전적 의미로는 먹고 난 뒤의 그릇을 씻는 일을 말한다. 설거지는 MZ세대에게 낯익은 말이다. 이는 주식시장에서 유래된 것으로, 세력이 작전에 성공한 뒤 개미를 유혹해 물량을 털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상투를 잡은 개미는 수익은커녕 설거지의 대상이 되고 만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의 설거지를 아파트시장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무리다. 작전세력의 꼬드김에 휘말려 뒤늦게 아파트를 매입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은 투기해 놓고 기성세대로부터 피해를 봤다는 생각은 ‘메코네상스(mEconnaissance, 오인)’일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이 아닌 세대의 시각으로 본다면, 기성세대의 그 비싼 아파트를 다 빚을 내서 받아줬으니 어찌 보면 설거지를 당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적어도 지금 당장으로서는 말이다.

MZ세대는 무주택자 중심의 103만 명가량이 집을 사들인 2021년 고점 랠리 당시 매수를 주도했다. 집값이 소폭 올랐던 지난해에도 시장의 주역이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인구의 46.9%에 달하는 MZ세대는 베이비붐세대와 X세대의 자식 세대다. 한동안 MZ세대 사이에서 ‘영끌 푸어’라는 말도 유행했다. 지금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설거지 세대와 영끌 푸어는 일맥상통한다. 영끌 푸어는 뒤늦게 상승장에 뛰어든 20·30세대인 MZ세대가 주류를 이룬다. 어찌 보면 영끌 푸어나 설거지 세대는 모두 ‘집테크(집과 재테크를 합성한 신조어)’의 수난사로 볼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현재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격 지수는 고점(2021년 10월) 대비 13.2% 떨어져 있다.

그런데 20·30세대의 집 구매를 세대 측면에서 보자. 개인적으로 주택시장에서 세대교체로 보고자 한다. 집을 전자제품이나 승용차처럼 해외에 수출할 수는 없다. 주택시장은 순전히 내수시장이다. 이제 대부분 정년퇴직한 베이비붐세대 이상 연령층이 보유한 주택을 누군가는 사줘야 한다. 한 조사 결과를 보니 700만 명이 넘는 베이비붐세대가 가진 집만 해도 전체 주택의 18%에 달한다. 이번 20·30세대의 아파트 매입은 주택시장에서 고통스러운 손바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 손바뀜이 헐값이 아닌 비싼 가격으로 이뤄졌다는 게 문제이고, 그만큼 MZ세대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이다.

주택시장은 제로섬 게임이다. 견해에 따라 윗세대가 아랫세대에게 ‘거품 떠넘기기’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세대 간의 폭탄 돌리기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하다. 그래서 MZ세대 자신이 “설거지 당했다”고 푸념하는 것이다. X세대인 나로서는 MZ세대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부동산시장이 회복돼 설거지 세대라는 한탄에서 벗어날 수 있길 고대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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