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들어 더 심해지는 `물질지상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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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들어 더 심해지는 `물질지상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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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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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鎬壽/편집국장

 간혹 주위 사람들이 기쁜 표정으로 `부동산 가격이 엄청 올랐다’며 별 생각없이 말을 할 때가 있다. 이럴 경우 다른 사람 `불로소득’까지 함께 기뻐해줄 정도로 품새가 넓으면 그만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속으로 난감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불로소득조차도 자랑스럽게 말할 정도로 배금주의화되고 있다. 하긴 공영방송 프로그램조차도 일하지 않고 부자되는 법을 상세히 알려주고 있으니 할 말을 잃을 정도다. 어떤 연구 조사에서는 한국의 60세 이상 부모가 자녀와 만나는 횟수를 늘리는 유일한 변수가 `돈’이라는 결과도 나왔다. 한국의 효(孝) 사상마저도 배금주의(拜金主義)에 물들고 있는 것이다. 가치와 전통, 진정성 따위를 거추장스런 짐 정도로 생각하며 내팽개치는, 너무 가벼운 현대인은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이 같은 배금주의와 톱니바퀴 같이 맞물려 돌아가는 현상을 스노비즘(snobbism·속물주의)으로 부른다. 최근 출간된 계간 `사회비평’ 봄호는 `속물주의’ 특집을 마련, 물질지상주의에 사로잡힌 우리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장은주 영산대 교수의 속물근성 분석틀에 관심이 간다. 장 교수는 속물근성을 `나도 너처럼 잘나 보이고 싶다는 욕망, 인정받는 사람들과 똑같아 보이고 싶어하는 욕망의 표현’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은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다수 대중의 객관적 계급은 노동자층임에도 투표 결과는 인정받는 사람들, 즉 주류권에 다가가려했던 대중심리를 설명해주고 있다. 이 같은 물질 지상주의 세태가 새 정부 들어서 더 심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슬로건인 `국민 성공시대’의 성공은 돈 버는 것을 말한다. 돈만 된다면 그 어떤 가치와도 맞바꿀 수 있다는 태세다. 전통적인 `국가 이성’의 논리보다도 기업의 기획조정실에서 논의되는 국가운영이 연상된다. 경제에 올인해 그야말로 `국민 성공시대’를 이룰 수 있다면 좋으련만 정작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경제 성장의 결과로 넘쳐흐르는 물이 목마른 국민에게로 골고루 돌아가지 않는 구조다. 물을 운반하는 `파이프 라인’은 주로 기득권층과 수도권으로 연결돼 있다. 최근 `강부자 내각’에 이은 `강부자 비서진’ 재산 공개 내용만 봐도 그렇다. 또 최근 포브스지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최고 부호 10인의 재산 규모는 개인당 1조원을 훌쩍 넘어버렸다. 바로 여기에서 `국민성공시대’의 이념적 지주인 실용주의 허상이 도사리고 있다. 결과를 중시하는 실용주의는 배금주의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인간의 가치는 돈으로 저울질된다. 인간적인 삶보다는 기업 이익이 우선시되고, 민주적 가치가 훼손되며, 공동체가 파괴될 것이다. 무서운 속도로 달리고 있는 물신주의 사회를 제어하고, 분위기 반전을 시도할 수 있는 대안은 없는 것일까. 당분간 정치권으로 부터의 변화를 기대하기란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아래부터의 `저항’이다. 물질 지상주의의 거대 구조를 바꾸려는 적극적 저항도 필요하겠지만, `거대 구조의 호명(呼名)’에 동참하지 않는 소극적 저항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의 거대한 블랙홀에 휩쓸리지 않고, 소용돌이의 바깥에 우뚝 서서 `구조의 호명’을 한번쯤 거부하는 것은 어떨까. 아니면 그런 생각을 품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최근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당당히 자기실현적 삶을 사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같은 생각이 우리 사회에 차츰 쌓여가면 규모와 돈, 속도 저항적 사회에 대한 분위기 반전도 이룰 수 있다. 현재로는 아둔하고 대책 없이 보여도 그것이야말로 자기 성찰적 자세일테고, `가치 혁명’을 향한 긴 여정의 첫 걸음마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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