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진 몸뚱이로 / 옥수수를 팔고 있는 할머니
떨이를 외치는 소리 / 수천수만의 빗방울로 날아다닌다.
유서희 시인이 쓴 시 ‘옥수수(2018)’의 일부분이다. 태풍이 몰고 온 거센 바람과 몰아치는 빗속에서도 옥수수를 팔고 있는 노인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진다. 태풍의 위험성과 일상을 이어가고자 하는 인간의 갈등을 볼 수 있는 작품이지만 해양경찰의 입장에선 태풍이 일상을 위협하는 존재란 걸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태풍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일상은 물론 인간의 삶 전체를 뒤흔든다. 2003년 9월 12일 경남 창원시 옛 마산을 휩쓴 태풍 ‘매미’는 최대 순간풍속 60m의 바람과 2.5m의 해일, 7m의 집채만 한 파도로 18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조 9000억원의 재산피해도 냈다.
2020년 슈퍼태풍 ‘마이삭’이 진해만에 내습했을 땐 1500톤급 컨테이너선이 강한 바람을 이기지 못해 끌려가 암초에 올라타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선원 14명 전원은 다행히 창원해경에 구조됐으나 마이삭이 휩쓸고 간 고성군 동해면의 양식장은 10억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봤다. 태풍은 지나갔지만 시민들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날의 아픔을 되새기고 어민들은 매년 걱정을 놓지 못하고 있다.
매년 태풍 특보가 발효되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태풍 피항지인 진해만에 평균 200여 척의 대형선박과 군함, 3000여 척의 어선 등이 태풍을 피해 몰려든다. 이처럼 태풍의 영향은 엄청나다.
태풍의 위험을 극복하고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는 해양경찰과 관련 기관만이 아니라 개개인이 태풍 대비법을 기억하고 행동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선 태풍이 오기 전 기상청의 태풍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태풍의 이동 경로와 강도를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태풍 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되면 선박 종사자는 선박 상태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비상연락망을 유지해야 한다. 조업 중인 어선이나 선박은 조업을 멈추고 빠르게 대피해야 한다.
투묘 중인 대형선박은 앵커 줄을 넉넉하게 하거나 추가 앵커를 놓아 닻끌림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고, 소형어선과 레저보트는 침수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육상으로 옮긴 후 배를 고정해야 한다. 선박 종사자 외에도 저지대, 상습 침수지역, 해안가 지역의 주민들은 비상 상황에 대비해 미리 대피하고 이동 시에는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새는 폭풍우가 닥치기 전 뽕나무 뿌리를 물어 둥지 구멍을 막는다’라는 ‘상토주무(桑土綢繆)’처럼 태풍이 예보된 시기에는 해양 종사자와 국민 모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창원해양경찰서는 올해도 불어 닥칠 태풍으로부터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언제나 온 힘을 다해 지원할 것을 약속한다. 아울러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면 사전 대비가 가장 최선이라는 걸 기억하고 모두가 안전을 위한 행동에 동참하기 바란다. 김영철 창원해양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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