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첫 대한민국 독서대전
포항서 개최돼 시민 7만명 참여
독서 확산 위해 다양한 행사 필요
철에 책 더해야 포항 지속 발전
역사는 발전과 진보를 거듭합니다.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시대를 거쳐 인류 역사의 큰 획을 그은 산업혁명이 탄생했으며 지금은 4차 산업의 첨단과학시대입니다.
역사 발전의 원천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문자와 인쇄술의 발명입니다.
문자와 인쇄술은 인간의 삶과 역사, 사고, 지식을 기록하고 전파하는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자와 인쇄술은 ‘책’입니다. 책은 수천 년 전의 과거를 마치 오늘의 일처럼 생생하게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역사 철학 종교 문학 예술 등 인문학과 과학 지리학 건축 및 향해 기술 등 인류 문명의 모든 것이 책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책은 ‘독서’입니다. 독서는 옛 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알게 합니다. 그래서 독서의 중요성은 불변의 진리입니다.
최근 ‘2024 대한민국 독서대전 포항’이 경북 포항에서 개최됐습니다. 책의 큰 잔치입니다. 이 행사는 2014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매년 1회 전국의 특정 지역에서 열리는데. 포항이 세 번 유치에 나서 선정됐습니다.
대구·경북에서는 포항이 최초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대구·경북에서 한번도 독서대전을 개최하지 못했다니, 독서에 대한 지역 수준의 민낯이 드러난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합니다.
9월 27일부터 29일까지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일원에서 열린 대한민국 독서대전 포항의 주제는 ‘책으로의 항해, 동해바다 책을 만나다’였습니다.
책과 관련한 강연을 비롯해 북토크, 공연, 체험, 전시, 북페어, 학술토론 등 142개의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진행됐습니다.
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수상 작가인 이수지 작가를 비롯해 이금이, 장기하, 김숨, 김혜정, 전한길 등 스타 작가들이 강연 및 북토크에 참여해 시민들과 독서 대화를 가졌습니다.
책읽는 사회문화재단과 함께한 2024 어린이 책의 해 컨퍼런스, 국민이 뽑은 바다그림책 7선과 영일대해수욕장에서 독서와 공연을 즐기는 비치라이브러리 등이 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여기에 서울 등에서 내려온 70개 출판사와 독립서점들이 준비한 북페어 등 3일 간 행사에 7만여 명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책과 시민들이 함께 한 독서문화축제로 철강산업 도시 포항이 ‘책의 향연’에 빠져 든 것입니다. 일찍이 포항에 이런 일이 없었습니다. 전국의 출판사 관계자들도 실내가 아닌 탁 트인 바다에서의 축제를 즐거워했습니다.
김정재 국회의원은 개막식에서 “시민들의 독서 수준을 보면 그 나라, 그 도시의 수준과 품격을 알 수 있다”고 했으며, 이상휘 국회의원은 “굴뚝에 연기만 난 다고 해서 잘사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포항도 책 속에 들어가야 한다”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구태의연한 정치적 언사가 아니라 듣기가 좋았습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이 철강산업 도시로 인문학이 부족한데, 독서대전을 통해 시민들의 인성을 풍부하게 하고 첨단 신산업에도 인문학적 사고가 깊게 배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포항의 낮은 독서 현실을 지적하면서 앞으로의 기대를 표현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6명이 일 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국사회의 저출생 위기와 독서 위기가 맞물린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포항시는 향후 10년 동안 자체적으로 바다를 주제로 한 포항 독서대전을 매년 개최해 책과 독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확산한다는 방침입니다.
개인적으로 유동 인구가 많은 영일대해수욕장이나 철길숲에 매월 1회 정도 주말에 지역(서점) 및 전국 출판사와 연계한 소규모(10개 정도)의 북페어를 가졌으면 합니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지 않아도 사람들이 즐겨 찾는 다중집합장소는 책을 구하기가 편리하고, 무엇보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책을 사는 모습이 도미노처럼 독서 분위기를 확산시킬 수 있습니다. 이번 독서대전에 가족이 책을 많이 구입했습니다.
최초로 산업혁명을 일군 영국이 강대국이 되고, 세계가 기술문명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온 원천은 집단지성의 힘입니다. 집단지성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과정에서 도출되는 집단적 능력으로, 이는 개개인 독서의 의한 지식과 창의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포스코를 중심으로 지난 50여 년 간 철강산업 일변도로 달려온 포항입니다. 덕분에 포항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철강만큼은 자부심이 있습니다.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강에서 이제는 지식의 쌀인 ‘책’을 더해야 합니다. 그래야 포항이 품격 있는 도시로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습니다.
이진수 편집국 부국장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