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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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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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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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00년 전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의 중심지에 있는 광장이 아고라(Agora)였다. 시민들의 일상생활이 이뤄지던 장소로 어원은 아고라조(모이다)이다. 시민들은 아고라에 모여 정치와 사상을 토론하는 등 하루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냈다고 한다. 봄 이면 아테네 시민들은 이 광장에 모였다. 민의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정치를 하는 독재자를 골라내기 위해서다. 도자기 조각에 대상자의 이름을 적는 `도편추방제’는 6000명 이상의 시민이 지목할 경우 10년간 국외로 추방됐다. `광장의 문화’가 서구에서는 전통적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익숙치 않다. 일제의 식민 지배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광장은 통제되었다. 그 상황에서 부분적으로 광장의 역활을 해 온 곳이 어찌보면 명동성당이었다. 1987년 6월 최루탄에 쫓기던 시위대가 명동성당으로 모였고 경찰과 대치한 닷세동안의 농성은 시민항쟁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때부터 `민주화의 성지’가 된 명동성당에서 90년대까지 숱한 시위와 농성,집회가 벌어졌다. 세상으로 향한 `억울한 이야기’가 이곳에서 많이 표출됐다. 아고라가 부활해 명동성당을 대신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가 여론 형성의 광장이 됐다. `쇠고기 민란’은 물론 4대강 정비 실체는 대운하 계획이라는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의 양심선언글이 올라온 곳도 이곳이다. 인터넷을 통해 형성된 담론은 인터넷 밖으로 나와 세간의 관심을 촉발시켰다. 아고라는 네티즌들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나누는 소통의 공간이 되고 있다. 단순히 선동의 장으로 재단할 곳은 아니다. “법률과 그에 따른 행위가 완전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 사회에는 억울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그들이 하소연할 장소는 있어야 된다.” 명동성당이 농성장소로 이용되는 것에 대한 정진석 대주교 말이 아고라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金鎬壽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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