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불쑥, 저기서 불쑥 일어나는 것이 마치 게릴라 같다. 전쟁을 뜻하는 스페인 말이 `게르라’이고 그 축소어가 `게릴라’이어서 인가. 재난도 마치 게릴라전 치르듯 해야 하는 세상이다.
최근 장마가 그랬다. 남북을 오르내리며 태풍을 수증기 보급창 삼아 이곳저곳에 물폭탄을 퍼붓는 꼴이 꼭 게릴라 출몰같기만 했다.
그 때문에 마을 한가운데에 전에 없던 물길이 생긴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설악산에선 숲에 가려 보이지도 않던 `주전골 동굴’이 모습을 드러낼 정도였다.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떠내려 간 것인지 짐작하기도 어렵다.오죽하면 `불난 끝은 있어도 물난 끝은 없다’는 속담이 다 생겼을까 싶기도 하다.
경북지역이라고 큰비가 내리지 않은 것은 아니다. 수해도 입었다. 그러나 전체를 보면 다른 지자체와 견주어 피해규모가 큰 것은 아니다.그 비결은 도내 곳곳에 자리잡은 `저수지’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포항 흥해의 신광범촌못, 경주 안강의 딱실못이 저지대를 물난리에서 구해낸 공신의 사례로 꼽힌다. 농촌공사가 관리하는 이런 저수지들이 경북동해안 일대에 158개가 있다. 지역 넓이를 생각하면 이 정도로는 태부족이라는 느낌이 단박에 든다.
이번 수해예방엔 `사방댐’또한 큰 공로를 세웠다고 한다.
이 때문에 사방댐과 저수지 (저수조)의 중요성이 어느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물길을 여러 갈래로 나누지도 않고,물을 모으는 시설도 부족한 우리나라 치수 정책의 맹점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각광을 받는 셈이다.
대형댐 건설은 찬반 시비로 보내는 시간 낭비부터가 만만치 않다. 돈 많이 안들고 환경도 보호하는 사방댐,저수지(저수조)를 많이 설치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김용언 논설위원 ki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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