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고양이도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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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고양이도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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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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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 鎬 壽/편집국장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좌중의 화제가 됐다. 호랑이라느니 도둑이라느니, 양반이 훨씬 무섭다느니 설왕설래 하는 중에 수동이 끼어들었다. “나는 호랑이를 탄 양반도둑이 더 무서운데….” 조선 말 풍자시인 수동(壽銅) 정지윤의 일화다.(`일사유사, 장지연 편’).
 `양반’에 대해서는 연암 박지원이 `양반전’에서 명쾌하게 정의하고 있다. “하늘이 만든 네 가지 백성 중에 가장 귀한 것이 선비요, 이를 양반이라 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게 없다. 농사를 안 지어도, 장사를 안 해도 문제될 게 없다.” 설명은 갈수록 가관이다. “문과의 홍패(紅牌)라는 것은 크기가 두 자도 못되지만, 100가지 물건이 갖추어져 있다. 이것을 돈자루라고 부른다.” 그뿐이 아니다. “궁한 선비로 시골에 살아도 제 맘대로 할 수가 있으니 이웃집 소를 끌고 와 자기 밭 먼저 갈고 마을 사람 불러다가 제 밭 먼저 김매게 한다. 잿물을 코에 들이붓고 상투를 잡아매어 벌을 주어도 욕하고 대들 사람이 없다.”
 
 쌀 직불금은 눈먼 돈
 
 공직자들이 농사를 안 지으면서 농지를 가진 데 더해 `쌀 소득 보전 직접 지불금’까지 받아냈다 해서 온 나라 안이 시끄럽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쌀 직불금 의심 농가 및 지급 액수’란 자료를 보면 부동산 임대업 등 회사 3개를 운영하면서 연봉만 8억6000만원에 이르는 사람이 2005년부터 2년 동안 2억6000만원의 직불금을 받았다는 내용이 있다. 어떤 사람은 공장 용지에 대해서도 직불금을 신청해 타갔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2005년-2006년 직불금을 부당하게 타간 규모가 87만여 가구 586억 원으로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자체적으로 확인한 것이 이러니 실제 부당 수령 사례가 얼마나 더 있는지 알 수 없다. 직불금 수령자 가운데 십 수만 명의 자격이 의심스럽고 그 가운데는 국회의원과 정부 차관 등 고위직을 비롯한 공무원 수만 명, 전문직 종사자 수천 명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2006년 한 해만의 경우라며 감사원이 발표했다. 지난해 7월에 나왔다는 조사 결과를 지금에야, 그것도 언론의 추적과 정치권의 요구에 못 이겨 내놓는 모양새가 됐다. 이것저것 도무지 이해 안 되는 요지경 속이다. 세금은 말 그대로 `혈세’다. 그 피 같은 돈을, 서슬 퍼런 징세권을 발동해 거뒀을 양이면 아껴 쓰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텐데 정부나 공무원이나 처사가 이 지경이다. 흑묘백묘(黑猫白猫), 즉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든,아니면 도묘(盜猫), 도둑 고양이 까지도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말인지 원….
 옛날 중국 저장성에 살던 진경초라는 사람이 귀향하는 길이었다. 고향 산둥성의 경계에 이르러 어느 절간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잠이 오지 않아 바깥으로 나왔는데 동쪽 회랑에는 단 한 개의 관이 놓여 있었다. 인기척이 나자 그 관들에서 일제히 손이 나왔다. 불을 밝혀 보았더니 극심한 흉년으로 굶어 죽은 백성들이었다. 그 손에 한 푼 씩 쥐어 주자 금방 들어갔다. 그런데 서쪽 관의 손은 내민 채였다. 두 잎, 세 잎…, 그러다 결국 주머니를 다 털어줬더니 그제야 들어가려고 했다. `아무개 현 전리(典吏) 아무개 공의구(柩)라고 쓰인 관이었다. 어이없어 하는데 `촤르르’하는 소리가 났다. 돈을 움켜쥔 손이 관 속에 들어가지 못해 안간힘을 쓰다가 다 놓쳐 버린 것이다. 진경초가 꾸짖었다. “이놈아, 살아서는 돈 받아먹고 엉터리 재판을 해서 무고한 사람 죄인으로 몰더니 그 돈 다 어쩌고 이 추태란 말이냐!” 중국 청나라 때 사람 심기봉(沈起鳳)의 `해탁(諧鐸)’에 실린 우스개 이야기(중국 풍류골계담,이주홍 편)에 나온다.
 
 공직자들의 지나친 탐욕
 
 각자 나름의 사정이 있을 테니까 일괄적으로 몰아붙일 일은 아니겠다. 그래도 그렇지! 작정하고 그랬다면 그게 바로 도둑질이다. 생계형을 넘어 연명형 절도라 해도 벌을 면하지 못하는 법치의 나라에서 `쌀 소득 보전 직불금을 겁없이 받아 챙긴 양반 도둑들’은 어떻게 처리될 지 지켜 볼 일이다. 농업보조금은 번번이 눈먼 돈, 공돈 취급을 받으며 가짜 농민들의 호주머니 속으로 사라졌다. 이번 직불금 사태는 그런 실태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 공직사회가 건전해지지 못하면 민주정치의 성숙은 기대할 바 못된다. 공직자가 부패와 결별하지 못하는 한 선진국 진입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법치가 확립되지 못한 나라도 마찬가지다. 왜 우리 사회가 아직도 민주적으로 미성숙 상태에 있는지, 어찌하여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을 높직이 보면서 까치발로 용만 쓰고 있는지 이로써 분명해진다. 정말 공직자들이 정신을 차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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