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리수의 `황성옛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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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리수의 `황성옛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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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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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악산 영화롭던 옛 모습 생각하니/지금처럼 봄이 가을 같을 줄 어찌 알았으랴’.
 황진이의 시 `만월대 회고’의 일부분이다. 옛 성터를 보며 역사와 세월에 대한 무상함을 `봄이 가을 같다’고 표현한 것이다. 만월대는 개성 송악산 남쪽 기슭에 자리잡은 고려시대의 왕궁터다. 1361년 고려 공민왕 10년에 불이 나 폐허로 남아있던 것을 광복 이후에 발굴하였다. 1920년 후반 작곡가 전수린이 황해도에 순회공연을 갔다가 여관에 머물 때였다. 여관 뒷마당에서 풀벌레 우는 소리가 교교한 달빛을 타고 흘러들자, 고향인 개성의 만월대 모습이 떠올라 작곡한 노래가 `황성옛터’다. 황성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폐허에 서린 회포를 말하여 주노라’로 시작되는 가사는 함께 공연을 다니던 연극배우 왕평(본명 이응호)이 지었다. 1928년 가을 서울 종로의 단성사에서 극단 `취성좌’의 연극 공연 막간에 가수 이애리수가 이 노래를 불렀다. 한번은 이애리수가 3절을 부르다 망국의 설움에 목이 메어 노래를 중단하고 말았다. 가수로서는 큰 실수였는데,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애리수가 다시 노래를 부르다 3절에서 또 울음이 터져나왔다. 연극의 막이 오르려 하자 관객들은 이애리수의 노래만 거듭 듣기를 원했다고 한다(최창호·민족 수난기의 대중가요사). 입소문을 탄 이노래는 크게 유행되었으며, 총독부는 사람들을 비탄에 젖게 한다는 이유로 `금지곡’처분을 내리고 못 부르게 하였다. 80년 전 18세의 나이로 `황성옛터’를 불렀던 이애리수씨가 경기도 일산에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화제를 모았다. 22세 때 결혼한 뒤로는 가수 생활을 아예 접고 2남7녀의 어머니로서의 삶에만 충실했다고 한다. 가수 출신임을 발설하지 못하도록 한 시아버지의 함구령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金鎬壽/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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