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목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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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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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륵(鷄肋)은 닭갈비다. 먹자니 먹을 게 별로 없고 그렇다고 버리자니 아깝다.중국 삼국지에 나오는 이 말은 이제 이렇다할 가치는 없으나 버리기엔 아까운 사물을 일컫는 말이란 뜻으로 국어사전에 버젓이 올라 있다.
 동·식물의 멸종에 속도가 붙자 그 흔하던 여우 한 마리만 나타나도 큰 뉴스거리가 되는 세상이다.그런가하면 이젠 너무 많아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것 가운데 하나가 멧돼지다.간이 커져서인지 도심에도 나타났다가 횡액을 당하기도 할만큼 흔해졌다.시골 어르신네들이 애써 가꿔놓은 농작물을 떼로 몰려다니며 쑥대밭을 만들어 놓으니 환영받을 도리가 없다.마구잡이로 개체수를 줄이자니 “야생동물 학대”라는 손가락질이 켕기고,못본 체 하자니 멍드는 농심이 애처롭다.당국자들이 이 계륵같은 멧돼지 습격사건때문에 골머리를 앓게도 돼있다.
 농민들의 자구책이 없는 것도 아니다.꽹가리나 라디오소리는 기본이고 폭음탄까지 터뜨린다.얼마 전부터는 호랑이 똥 특효설이 떠돌자 동물원마다 이를 얻으려는 농민들이 줄을 선다는 이야기도 들린다.호랑이 똥 뿐만 아니라 사람의 머리카락 타는 냄새도 멧돼지는 질색이라던가.
 어제 신문에 새로운 멧돼지 퇴치법이 소개됐다. 전기 목책이다. 목장 우리를 벗어나려는 소에게 쓰는 방법에 눈길을 돌려 찾아낸 방법이다.포항시 농업기술센터가 2000만원을 들여 과수원 26곳에 시범 설치했더니 효과 만점이란 얘기다.이제 정말로 “멧돼지 습격은 걱정 끝”이라고 두 다리 쭉 뻗고 잠들어도 되는 걸까.
 죽이지 않고 쫓아내려니 그렇지 아무려면 사람이 멧돼지나 고라니 따위 야생동물과 머리싸움을 해야할 처지인가.문제는 굶주린 멧돼지의 다음 행동이다.사람도 사흘 굶으면 어쩐다는 데 하물며 닥치는대로 먹어치우는 멧돼지야 더 말할 게 뭐 있으랴.그렇다 해도 지금으로선 너무 성급한 걱정인지도 모르겠다.
 /김용언 논설위원 ki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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