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운제산에 올라서니 한 폭의 수채화 거기 있었네
  • 경북도민일보
늦가을 운제산에 올라서니 한 폭의 수채화 거기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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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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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물·고찰’ 3박자 조화 이뤄
 정상 오르면 동해바다 한눈에
 단풍철마다 데이트 코스 각광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 동요의 한 소절이 솔솔 흘러나오는 운제산. 단풍잎 지는 늦가을의 산행은 아련한 기대감과 추억을 기억하게 하는 한 폭의 수채화 같다. 마음을 빼앗겨 버릴 것 같은 가을 산의 운치에 흠뻑 취해보자.
 
제산의 산행은 혜공과 원효 스님에 관련된 설화가 전해지는 천년고찰 오어사(吾魚寺)에서 시작되고 골자기에 원효암, 자장암(절에서 20분 거리) 등 두 개의 암자가 있다. 포항시 오천읍과 대송면 산여리를 병풍처럼 둘러싼 높이 481m의 운제산. 산의 위치와 역사는 높은 산을 외려 능가할 명산이다.
 옛날 원효 대사와 혜공 대사가 수도를 하고 있었다. 하루는 둘이서 계곡 상류에서 놀다가 문득 장난기가 발동해 서로 법력을 시험해 보자며 고기를 낚아 다시 살리는 재주를 겨루었다. 그런데 두 스님의 실력이 막상막하여서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다가 1마리 차이로 승부가 나게 되었다. 그 고기 중 한 마리를 놓고 서로 자기가 살린 고기라고 주장했다고 한 데서 `나 오(吾)’와 `고기 어(魚)’자를 써서 절 이름을 오어사로 지었다고 한다.
 고기를 방생한 곳이 오어사 앞에 있는 오어지(吾魚池)이다. 운제산은 원효대사가 원효암과 자장암을 명명하고 수도 포교할 때 계곡을 사이에 두고 두 암자가 기암절벽에 있어서 내왕이 어려워 구름다리로 서로 오가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도 하며, 신라 제2대 남해왕비 운제부인의 성모단이 있어서 붙인 이름이 라고도 한다.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산, 그래서 산꾼 사랑받는 곳
 자장, 원효, 혜공스님 등 고승들이 이 산에서 수도했다고 전해지는 운제산은 산과 물, 고찰(절)의 3박자가 기막히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산 꾼들에게 답답한 화두를 풀 수 있는 길로 통한다. 대부분 산행코스가 짧아 아쉬운 점은 있지만 정상 팔각정에 오르면 포항철강단지와 동해바다가 한 눈에 보인다. 바위가 거의 없는 산의 꼭대기에 우뚝 쌓아 올려 영일만을 굽어보는 유별난 자태로 저절로 신비감을 불러일으킨다.
 정상에서 남동쪽 능선을 이르면 십 여분 거리에 대왕암이 있다. 높이 10m, 둘레 약 30m인 대왕암은 바위 사이에서 샘이 솟아나와 예로부터 가뭄이 심할 때 기우제를 지내면 효험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한, 매년 2월 지역 산악회에서 성모단에 산신제 거행해오고 있다.
 특히 외지고 후미진 산길 많은 시루봉은 표지판도 없을 정도로 자연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 선등자들이 달아놓은 시그널에 의존해 가는 길이지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코스이다. 소나무와 참나무로 어우러진 호젓한 산길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느긋한 마음으로 오르고 내릴 수 있는 곳이 운제산이다.
 특히 오어사로 가는 호수 길은 요즘 늦가을 단풍철을 맞아 오색 잎과 비취색 물빛이 어우러져 사랑을 고백하는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진달래 자생군락지로 봄에는 산 전체가 붉게 물들어 장관을 이루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또 사찰 내 배롱나무에서 꽃망울을 피우면 산을 찾는 산꾼들의 마음에도 꽃으로 수를 놓는다.
 운제산은 작고 아담한 산이지만 벽공으로 솟은 듯한 상승감과 첩첩산중의 안돈감, 산수간을 노니는 즐거움이 있어 가을나들이 객들에게 바쁜 일상을 잊을 수 있는 행복을 준다. 부동의 산과 한 순간도 고정되지 않는 물과 꽃, 단풍의 변화무쌍함이 있는 운제산.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에 놀라 떨어지는 오색 단풍길을 따라 이 가을 만추의 낭만을 즐겨보면 어떨까.
 오어사 주지 겸 불국사 부주지인 장주 스님<사진>은 포항경실련 공동대표로 지역발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스님은 “운제산과 오어사 인근지역은 자연경관이 수려해 관광지로 개발하면 오천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며 “식수원으로 가치가 없는 오어지를 상수도보호구역에서 해제와 등산로를 정비하고, 주차장과 도로확장, 놀이시설, 농산물직판장, 편의시설 등을 갖춘 관광단지로 개발해야 한다”고 밝히고 “아까운 자원을 썩히는 것은 시 발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산행코스
1코스: 오어사주차장 → 자장암 → 운제산정상 → 대왕암 →시루봉 → 422봉(헬기장) → 원효암 → 오어사주차장(4시간 소요)
2코스: 혜림집 → 체육시설 → 운제산3거리 → 자장암 → 오어사 → 원효암 → 424헬기장 → 시루봉 → 운토종주3거리 → 도투락목장 → 화산지 → 운제산 시루봉 주능선 → 운제산3거리 → 헬기장 → 절골능선 → 계곡합수부(우) → 혜림집(6시간 소요).

 #여행수첩 
 음식점 및 수박 -못 입구에 칼국수전문점 혜림이네집, 산모롱이식당, 만사형통, 산촌오리진흙구이, 산하촌 다향원, 백년찻집 등 10여개의 식당과 찻집이 있다. 인근과 읍내에 여관, 찜질방, 영일만온천, 펜션, 민박집이 있다.
 교통 - 포항 시내에서 포스코를 지나 929번 지방도로로 오천과 문충리 방면으로 24㎞. 대중교통은 시내에서 오어사까지는 102번, 300번 시내버스를 이용하며, 버스는 12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오천 구종점에서 하차해 오어사행 마을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1일 11회 운행한다.
  /차영조기자 cyj@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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