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은 창난젓갈, 알은 명란젓, 대가리는 귀세미 김치, 눈알은 술안주, 꼬리와 지느러미는 맛 국물을 내는 데 쓰였다. 사람들은 이 물고기로 36가지나 되는 음식물 을 만들어냈다. 명태는 음식재료 역할만 한 것은 아니었다. 6·25 전쟁 전후 춥고 가난한 문인들이 소주로 삶의 허기를 채울 때 편안한 안주거리가 되어주었다.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고/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양명문의 시 `명태’). 소주와 마른 명태는 이후 문학지망생들의 치기어린 상징으로 굳어졌다. 올 설 차례상 필수품목 중 명태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다고 한다. 서울시 농수산물공사가 최근 설 필수품목 25종류의 소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명태는 한 마리에 3,130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의 1,910원과 비교해 64%나 뛰었다. 이제 근해에서는 거의 잡히지 않은 탓이다.
주요 어장인 동해에서 명태 어획량이 급감한 이유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바닷물의 온도 상승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산업화의 부작용이 서민 먹거리와 명절 문화마저도 빼앗아가는 현실이랄까. 金鎬壽/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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