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산업’유연한 변신만이 불황터널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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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산업’유연한 변신만이 불황터널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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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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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진단 `위기를 기회로’<3>  
국내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 계속 감소
수출의존도 높아 앞으로 전망 더 암울

 
서비스업-IT 융합 통한 효율성 높이기
오염물질 줄이기 등 환경문제 대응해야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세계 실물경제가 본격적으로 하강국면을 맞고 있다. 우리 제조업체들이 세계적 불황을 버텨내고, 나아가 불황 이후 순위 재편 과정에서 도약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서비스업, 정보통신(IT)과의 컨버젼스(융합)를 통해 제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환경 문제에 적극 대응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조언이다. 사진은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08 국제조선해양산업전(Marine Tech Korea 2008)'.
 
 
이동통신의 대명사,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1위의 핀란드 기업 `노키아’가 불과 40년전인 1960년대까지 제지펄프와 고무·타이어를 주력 제품으로 생산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업 다각화를 거쳐 1990년대 이동통신·멀티미디어 단말기를 앞세워 세계를 장악한 이 회사는 치열한 경쟁으로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최근 다시 이동통신 콘텐츠와 운용시스템을 공급하는 서비스업으로의 확장을 서두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선·철강·반도체 등 우리나라 주력 제조업이 세계적 경기 침체의 파고를 넘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유연한 노키아의 '변신'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 위기의 제조업…내년 마이너스 성장 업종도
 “조선, 철강 등 한국의 제조업이 현재 외형상으로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경쟁기반은 취약하다”. 이구택 포스코회장은 지난 1월 전국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이같은 `제조업 위기론’을 제기했다.
 지금까지의 제조업 호황이 경쟁력 개선의 결과라기보다 상당 부분 세계 경기 호조와 아시아 중산층 인구 증가 등 외부 요인에 힘입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그 근거로 외형(매출) 성장에도 불구, 국내 제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 2004년 7.6% ▲ 2005년 6.1% ▲ 2006년 5.3% 등으로 해마다 떨어지고 있는 사실을 지적했다. 갈수록 `실속없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 제조업의 기술력은 아직 세계 최고의 80%(산업연구원 연구) 수준으로, 여전히 핵심 부품과 소재를 일본 등에 의존하고 있다. 임금 등 원가 요인은 계속 늘어나는데, 기술 격차를 3~4년으로 좁히며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과 가격 경쟁을 벌이려니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세계 실물경기가 본격적으로 하강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의 경우,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 제조업의 전망이 더 암울하다.
 산업연구원의 `2009년 산업 전망’에 따르면 내년 10대 주력 업종의 수출은 올해보다 4.4% 늘어나는데 그칠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 철강, 가전, 섬유 업종의 경우 생산이 각각 5.1%, 5.2%, 0.5%, 0.8% 뒷걸음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 제조업, 서비스·IT·환경과 짝지어야
 제조업은 2006년 현재 우리나라 GDP의 28%, 수출의 98%, 고용의 18%를 떠맡고 있다. 최근 서비스업 육성을 통한 경제 성장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수출 기여도나 고급·단순 인력 모두에 대한 고용 창출력 등을 고려할 때 근본적으로 제조업의 혁신을 빼고 한국 경제의 활로를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렇다면 우리 제조업체들이 세계적 불황을 버텨내고, 나아가 불황 이후 순위 재편 과정에서 도약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서비스업, 정보통신(IT)과의 컨버젼스(융합)를 통해 제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환경 문제에 적극 대응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조언이다.
 웅진그룹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시너지가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지난 1980년 직원 7명의 작은 출판사로 출발한 웅진은 이후 야심차게 정수기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외환위기 여파로 부도 직전의 위기까지 몰렸다. 최악의 경제난에 100만원을 호가하는 정수기가 팔릴 리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웅진은 학습지 사업으로 축적한 방문판매 서비스의 노하우를 제조업체인 웅진코웨이에 접목, 렌탈 서비스업으로 방향을 바꿔 기사회생했고, 이후 재계 순위 50위권의 우량그룹으로 성장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IT기술 도입도 필수적이다. 최근 `대한민국 IT 이노베이션 대통령상’을 수상한 업체는 IT업체가 아니라 전통 굴뚝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이었다. 이 회사는 석유액화가스(LNG)선 자동운행관리시스템, 재기화시스템 탑재 LNG선 및 해양플랜트 자동위치유지시스템 등을 자체 개발, 기술 국산화로 연간 수 백억원을 절감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위성통신을 이용해 세계 곳곳에서 작업 중인 굴착기 상태와 작업 이력을 실시간으로 파악, 분석할 수 있는 첨단정보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으로 판매한 굴착기의 고장 여부, 소모성 부품 교환 시기 등을 쉽게 확인함으로써 경쟁사들과 차별된 고객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국제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이 이미 1천억달러에 육박하면서, 환경 문제 역시 더 이상 구호가 아닌 기업 이익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5월 포스코가 세계에서 처음 상용 가동에 들어간 파이넥스 공법은 `그린 제조업’의 이상적 방향을 제시한 좋은 본보기다.
 포스코는 철광석.석탄을 덩어리로 가공한 뒤 고로에 넣었던 기존 방식과 달리 가루 형태의 원료를 그대로 투입, 쇳물을 생산함으로써 제조 원가를 낮추는 동시에 황산화물.질소산화물.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전무는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면 바이오.항공우주 등 신산업을 떠올리지만, 우리가 현재 강점을 가진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키워 성장을 지속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IT 적용, 틈새시장 개척, 디자인 혁신, 저탄소 가치 부여 등의 작업을 통해 제조업에 날개를 달아줘야한다”고 강조했다.
 
 ◇ 전방위 `혁신’만이 살 길
 김재윤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지금 한국 제조업은 당장의 경기 침체에 단기 대책을 세우기보다 모든 관행을 잊고 원점에서 다시 설계하는 근본적 `혁신’이 더 시급하다”며 “IT나 서비스업과의 융합도 결국 혁신의 한 형태”라고 강조했다.
 김 상무는 한 업체가 전혀 성격이 다른 업종이나 업체의 장점까지 폭넓게 벤치마킹, 자사의 제품·프로세스·비즈니스모델.고객층 등을 전반적으로 새로 설계하는 작업을 `혁신’으로 정의했다.
 그는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가 소니·마이크로소프트(MS) 등 경쟁사와 한정된 젊은 남성 소비자를 타겟으로 경합하기보다, 몸을 움직여 조작하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기 `위(Wii)’를 내놓고 중장년·여성 등 완전히 새로운 게임 수요층을 스스로 창출한 사실을 혁신의 쉬운 사례로 들었다.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은 창조적 혁신을 위한 수단으로서 `지식 경영’을 강조했다.
 그는 “임금이 높아지면 결국 굴뚝산업은 후진국에 밀리게 되지만, 이탈리아 섬유 같은 경우는 예외다. 디자인과 새 염색기술 등으로 임금 상승분을 상쇄할만큼 값을 더 받기 때문”이라며 “우리 제조업도 직원의 창의력과 노하우를 최대한 축적하는 지식 경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수 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멀리 해외까지 눈 돌릴 필요없이 발상의 전환과 부단한 연구·개발(R&D)로 `혁신’에 성공,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사례는 국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6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최대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 등 한국의 조선업계가 넘쳐 나는 주문을 육상에서 배를 만드는 `기발한’공법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혁신적 건조 방식과 가스운반선·시추선·원유생산저장용 해양구조물 등 고부가가치 선종 수주에 힘입어 우리 조선업은 2000년 이후 일본을 젖히고 세계 시장 점유율 1위(35~40%)를 달리고 있다.
 제조업의 재도약을 위해 기본적으로 부품·소재 육성, 노사 갈등 해결, 투자 관련 규제 완화 등에 대한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제조업의 돌파구는 정부가 찾아줄 성격이 아니고, 역량을 갖춘 기업들에게 맡겨 둘 문제”라며 “정부는 노사 문제, 출자총액 제한 등 각종 규제, 반기업 정서 등을 해결해 기업의 투자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제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임금을 안정시키고 협력적 노사 관계를 정착시키는 일이 필수적”이라며 “부품소재 산업을 육성, 제조업의 국산화율을 높여야 환율 등 외부 여건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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