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문화가 한곳에…지갑 속`시대의 단편’숨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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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가 한곳에…지갑 속`시대의 단편’숨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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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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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발행에 담긴 재미난 이야기  
백환권,도안인물 두고 괴소문 돌아
발행 25일만에 폐기…최고단명 기록

 
화폐도안 인물상 사용 탁월한 기능
미세한 표정으로 진폐·위폐 분별

 
 
 한국은행은 지난 25일 신사임당 초상이 들어간 5만 원권 도안을 일반에 공개했다. 오는 6월 중 5만 원권이 시중에 유통되면 우리나라의 화폐액면 체계는 1, 5, 10, 50, 100, 500원 등의 주화 6종과 1000, 5000, 10000, 50000원 등의 은행권 4종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오만원권 발행을 앞두고 한국은행 포항본부 김영민 차장의 도움말로 화폐의 뒷이야기를 들어본다.
 
 
 ◇ 과거 화폐발행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
 5만 원권 지폐 도안의 주제는 `여성’이다. 우리나라의 지폐 도안으로 여성 인물이 사용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화폐 도안소재로 사용된 인물로는 이승만 대통령, 세종대왕, 충무공 이순신, 퇴계 이황, 율곡 이이 그리고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모자상’ 초상이 등장한 적이 있다.
 이 중 모자상이 사용되었던 100환권에 얽힌 일화를 보면 화폐도안에 사용할 인물의 채택이 얼마나 신중해야 하고 중요한 지를 엿볼 수 있다.
 1962년 5월 16일 발행된 100환권 지폐에 한복을 입은 어머니와 아들이 저금통장을 들고 있었다.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제작된 이 지폐에는 특정 위인이 아닌 일반인이 도안 모델로 채택됐다. 그러나 이를 두고 시중에서는 도안의 실제 주인공이 박정희 당시 최고회의장의 부인과 아들이며 최고권력자에 대한 과잉충성심에서 이 같은 은행권을 만들었다는 괴소문이 떠돌았다. 이 100환권은 그 해 6월 10일 제3차 통화조치로 새 화폐가 발행되면서 발행된 지 25일만에 폐기돼 한국은행 창립 이래 가장 단명한 화폐로 기록되고 있다.
 또한 1972년 한국은행은 앞면에는 석굴암을 뒷면에는 불국사를 그린 만원권을 발행키로 결정했으나 일부 종교계의 거센 반발로 발행이 유보됐고, 1년후 결국 앞면은 세종대왕, 뒷면은 경복궁 근정전으로 화폐도안이 일부 바껴 발행됐다. 대신 숨은 그림에는 석굴암보살을 넣었다.
 1972년 발행된 최초의 오천원권은 원판을 영국회사에서 제작함에 따라 율곡선생의 얼굴이 서양인을 닮았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 화폐도안에 인물상을 사용하는 이유
 화폐도안은 해당국가의 사회적, 문화적, 예술적, 역사적 특성을 고려해 국민들이 사용하는 화폐에 들어 갈 그림, 무늬, 색상 등을 제한된 지면에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화폐의 앞면 도안소재로 인물상을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유통중인 모든 은행권에 인물상을 도안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선진국 은행권중에는 유럽연합이 유일하게 앞면에 인물초상을 쓰지 않는다. 김 차장은 그 이유에 대해 “15개 국가가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어느 특정국가의 인물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나라에서 화폐도안소재로 인물상을 사용하는 이유는 우선 화폐도안에 채택된 인물들이 대부분 그 나라를 대표하고 국민들이 존경하는 인물이어서 이들을 도안소재로 사용할 경우 이들의 위엄과 훌륭한 업적으로 화폐의 품위와 신뢰를 한껏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반인들이 화폐의 위조여부를 식별하는데 인물상이 탁월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가 매일 얼굴을 대하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건강이 나빠지거나 하는 경우 그의 미세한 표정변화 만으로도 이를 알 수 있듯이 인물상이 다른 도안소재에 비해 진폐와 위폐의 미세한 차이를 분별하는데 보다 용이하기 때문이다.
 
 ◇ 지폐는 무엇으로 만드나
 우리나라의 화폐 제조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이며, 지폐 용지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지 궁금해 하는 이도 많다.
 과거 한때는 우리나라의 화폐가 미국, 영국, 일본 등 외국에서 제조되기도 했고, 지폐의 원료로는 부스러기 솜 또는 펄프를 사용했다.
 1983년 이후 우리나라는 은행권의 소재로 고품질의 100% 면을 사용하고 있으며 지질 수준도 매우 높다.
 김 차장은 “전 세계적으로 은행권 용지를 자체기술로 생산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20여개국에 불과한데 우리나라 지폐 용지는 해외에 수출할 정도로 품질의 우수성과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평균 유통수명도 품질향상과 더불어 국민들의 화폐사용 습관이 크게 개선됨에 따라 만원권은 4~5년, 천원권과 오천원권은 2년 내외로 늘어났다.
 
 ◇ 화폐의 액면체계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화폐 액면체계는 국민들의 화폐사용 습관, 거래의 편의, 여타 지급결제수단과의 관계 등이 감안되어 결정된다. 전 세계적으로 화폐 액면의 기본수 체계로는 `1, 5’ 체계와 `1, 2, 5’ 체계 또는 이들을 혼합한 체계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 5’ 체계이며 1, 2, 5, 10, 20, 50, 100달러 7종으로 형성된 미국의 은행권은 `1, 2, 5’ 체계에 해당된다. 그러나 일부 국가에서는 1.5, 2.5, 3, 4.5, 9 등 특이한 체계로 화폐를 발행하기도 한다. OECD 회원국 중에는 일본이 2000년에 2000엔권을 도입하면서 우리나라만이 유일하게 2단위 액면의 은행권을 사용하지 않는 나라로 남게 되었다.
 김 차장은 “은행권 액면 종류로 볼 때에는 OECD 회원국 중에서 우리나라가 그동안 3종류로 가장 단순했으나 오만원권이 발행되면 일본, 영국, 아이슬란드와 함께 4종류의 은행권을 사용하는 나라가 된다”고 설명했다.
 /남현정기자 nhj@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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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 발행`득과 실’
 
得 - 화폐 관리·수표발행 따른 비용절감·편의성 ↑
失 - 물가상승 자극…위조나 각종범죄 이용 우려도

 
 
 오는 6월 중 5만 원권이 시중에 유통되면 국민 생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급결제 수단이 더 생기는 만큼 일상 거래에서 편의성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화폐 관리나 수표 발행 등에 따른 비용도 절감될 전망이다. 그러나 물가상승 자극 우려, 위조나 뇌물 수수와 같은 각종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 등은 부작용으로 지적된다.
 
 ◇ 편의성 커지고 비용 절감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은행권의 최고 액면 금액은 1973년부터 1만 원권으로 고정돼 있었다.
 지난 36년간 물가는 12배 이상 오르고 국민소득은 150배 이상 늘어나는 등 경제규모가 커졌는데도 최고 액면 금액은 1만 원을 유지하다 보니 경제 주체들은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김 차장은 “예컨대 경제 규모나 물가 등을 고려해 1만 원권이 거래돼야 하는데, 1000원권만 사용할 수 있을 때 느끼게 될 불편함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주요국의 고액권을 보면 미국은 100달러(약 15만원), 유럽연합은 500유로(약 93만원), 영국은 50파운드(약 11만원), 일본은 10000엔(약 16만원), 스위스는 1000프랑(약 126만원)이며, 세계 최고의 가치를 지닌 지폐는 싱가포르의 1만달러지폐로 우리 돈으로 약 654만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5만 원권이 유통되면 당장 지갑에 넣고 다니는 지폐 장수가 줄 것으로 보인다. 현금입출금기(CD.ATM) 등에서 현금을 넣고 뺄 때 소요 시간도 단축될 수 있다.
 무엇보다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5만 원권이 10만 원 자기앞수표 수요를 어느 정도 대체하면 자기앞수표 제조와 관리 비용의 일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1만 원권 5장 대신 5만 원권 한 장만 발행하면 되기 때문에 화폐 제조나 운송, 보관 등에 따른 관리 비용도 줄 것으로 보인다. 1인당 화폐발행 장수는 1975년 7장에서 지난 2006년 기준 77장까지 늘어난 상태다. 한은은 현재 시중에 풀려 있는 1만원권이 26조∼27조 원으로, 이 가운데 40% 정도는 5만 원권으로 대체될 것으로 추정했다.
 김 차장은 “5만 원권이 발행되면 10만 원짜리 수표를 대체해 수표발행, 보관 등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물가상승, `검은 거래’ 이용 우려
 5만 원권은 물가 상승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4만8000원짜리 옷이 5만 원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조사비가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한은 관계자는 “5만 원권이 불러오는 인플레이션은 무시할 정도로 작을 뿐아니라 일회적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른바 `차떼기’(뇌물 수수)나 화폐 위조와 같은 범죄에 이용되거나 범죄를 조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은은 이에 대해 “금융회사의 고객 확인 의무를 강화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는 등 시스템의 보완이 이뤄져 고액권을 범죄와 연관짓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5만원권 발행은 현실적으로 필요하기는 하지만 화폐액면단위변경(리디노미네이션)을 피해가는 조치라는 지적과 정부와 한은이 10만 원짜리 화폐 발행을 포기한 것도 이번 고액권 발행의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5만 원권 발행에 따른 영향을 살펴보겠다면서 10만 원권을 발행을 무기한 보류한 상태다.  /남현정기자 nhj@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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