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개혁, 죽음도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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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개혁, 죽음도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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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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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과 갈등의 시대…’출간
독살설 등 기존 주장들 반박
19세기 세도정치기 역사
정조시대 연장선상 전개 주장
 
 
  정조의 죽음으로 조선의 자주적 근대화는 좌절됐을까.
 조선말 개혁 군주의 표상이었던 정조의 죽음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정적으로 알려진 노론 벽파의 실력자 심환지와 정조가 빈번하게 교류했다는 사실이 최근 발견된 `정조어찰’을 통해 드러났지만, 여전히 그의 `죽음’은 미궁 속에서 표류하고 있다.
 유봉학 한신대 국사학과 교수는 최근 출간된 `개혁과 갈등의 시대: 정조와 19세기’(신구문화사 펴냄)를 통해 소설, 영화 등에 빈번히 등장하는 `정조 독살설’을 일축한다. 또한 정조 사후 세도정치가 횡행하면서 정조의 개혁 작업이 중단됐고, 이로인해 조선사회는 보수반동으로 치달았다는 주장에도 선을 긋는다.
 저자는 “정조가 진보적 사상을 가진 소수의 시파와 남인 실학자들과 함께 개혁을 추진하다가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는 설정은 사도세자와 정조, 시파, 남인을 선(善)으로 전제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정조가 집권 후기 들어 화성 건축과 같은 무리한 토목공사와 왕권 강화 정책을 추구하면서 지지세력으로부터 신망을 잃기 시작했고, 이로 인한 실망과 갑작스런 병마때문에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실제로 정조가 추구한 왕권강화 정책은 시대 분위기와 역행하는 일이었다. 당시 노비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었고, 양반조차 생산활동에 종사해야 할 처지에 놓이는 등 전통적 신분제가 무너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조를 암살한 노론 벽파가 정조 사망 후 정국을 주도하면서 세도정치를 이끌었다는 주장도 잘못된 상식이다.
 1800년 정조 서거 후 노론 벽파가 정국을 주도한 기간은 단 5~6년뿐이었다. 1806년 벽파를 일망타진하고 나서 집권한 세력은 정조가 키워낸 시파 관료들이었고, 그들은 그후 약 60년간 세도정치라는 이름으로 조선 땅을 지배했다.
 즉, 세도정치를 이끈 김조순, 남공철, 심상규, 이만수, 서영보는 정조가 가장 아끼던 최측근으로서 한때 신학(新學)과 신문(新文)에 지나치게 기울었다며 정조로부터 견책을 받기도 했던 `북학’의 선두주자였던 것.
 저자는 “정조 사후 조선의 상황이 정조시대의 개혁과 긍정적 분위기를 완전히 거슬러 보수반동의 길로 치달았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정조의 의도대로 (세도정치가들이) 조선사회를 이끌지는 않았을지라도, 19세기 세도정치기의 역사는 정조시대와의 단절이라기보다 대체로 그 연장 선상에서 전개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조 시대의 자주적 근대화 노력이 정조 사후 좌절됨으로써 조선은 망할수밖에 없었고, 외세의 침략을 자초했다는 설명은 식민사관에 근거한 오류일 뿐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다만 저자는 정조가 말년에 군주의 초월적 지위를 강조했고 이 같은 그의 정책은 변화하는 조선 사회의 정치적 저항을 받았다면서 “결국 정조는 (이런 난국을 타계하기 위해) 신임이 두터웠던 김조순에게 아들에 대한 보좌와 정국주도를 당부함으로써 외척이 주도한 세도정치의 단서를 제공하기도 했다”고 지적한다.
 303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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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단면들이 주는 깨달음
 
황동규 시집`겨울밤 0시 5분’ 출간  
 
 “바로 오른편 슬래브 문 위에 호박꽃 하나가 / 엽기적으로 싱싱하게 피었다. / 방금 꽃가루 잔뜩 묻힌 벌 하나 기어 나와 / 무엇에 취한 듯 잠시 비틀거린다. / 나도 잠시 비틀거린다. / 아 날개가 있었지, 슬쩍 펼쳐보고 벌이 날아오른다. / 사방에 널려 있는 저 예쁘고 흔하고 환한 잡것들! / 과연 앞으로 우린 얼마나 꽃 피우고 벌 나비를 불러 / 삶의 맛을 제대로 축낼 수 있을 것인가?”(`저 흔하고 환한!’ 중)
 지난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은 황동규(71) 시인은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은 감퇴하고 반대로 상상력은 늘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꽃의 고요’ 이후 3년 만에 출간된 열네 번째 시집 `겨울밤 0시 5분’(현대문학 펴냄)은 시인의 그 말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한다.
 상상력이 늘었을 뿐 아니라 시인의 눈과 귀도 더욱 밝아졌다.
 “땅바닥에 큰 타원 수놓으며 깔려 있는 저 융단, 저 이끼, / 저 색깔! / 몸 오싹할 만큼 마음을 쪽 빨아들이는, / 그냥 초록도 아니고 빛나는 연초록도 아닌 / 그둘은 보태고 뺀 것도 아닌 / 초록 불길 속에서 막 나온 초록 불길 같은, / 슬픔마저빼앗긴 밝은 슬픔 같은, / 이런 색깔이 이 세상 어디엔가 있었구나.”(`안성 석남사 뒤뜰’ 중)
 놀랍도록 예민하고 섬세한 감각으로 시인은 `삶의 맛’ 내지 `살맛’을 온몸으로 생생하게 음미하고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좀 늦게 핀 매화 향기가 너무 좋아 그만 / 발을 헛디딘다 / 신열 가신 자리에 확 지펴지는 공복감, 이 환한 살아있음! / 봄에서 꽃을 찾을까, 징하게들 핀 꽃에서/ 봄을 뒤집어쓰지.”(`삶의 맛’ 중)
 환절기 감기를 앓다가 “허파꽈리 속으로 스며드는 환한 봄 기척”을 느끼고 밖으로 나온 시인은 “이 세상 뜰 때 / 제일로 잊지 말고 골라잡고 갈 삶의 맛은 / 무병(無病) 맛이 아니라 앓다가 낫는 맛?”이라고 말한다.
 시인이 만끽하는 “혼자 있어서 홀가분한 이 외로움”(`어느 초밤 화성시 궁평항’중)이 그대로 담긴 시들은 정적이면서도 동시에 역동적이고, 어두운 밤이면서도 눈 부시게 환하다.
 “별 하나가 스르르 환해지며 묻는다. / `그대들은 뭘 기다리지? 안 올지 모르는사람? / 어둠이 없는 세상? 먼지 가라앉는 세상? / 어둠 속에서 먼지 몸 얼렸다 녹이면서 빛 내뿜는 / 혜성의 삶도 살맛일 텐데.’ / 누가 헛기침을 했던가, / 옆에 누가 없었다면 또박또박 힘주어 말할 뻔했다. / `무언가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삶 곁에서 / 어둠이나 빛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겨울밤 0시 5분’ 중)
 이번 시집에 해설을 붙인 시인 겸 평론가 정끝별은 “그의 시는 자연스럽다. 쏠림이나 과장이 없다”며 “넓게 보여주는 롱숏과 오래 보여주는 롱테이크를 연상시키는 시의 시선은 우리 삶의 단면들을 자유롭게 펼쳐보이곤 한다”고 말했다.
 140쪽.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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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뽑은 소설’ 김연수씨 싹쓸이
 
좋은 단편소설·단행본 동시에 석권
 
 소설가 김연수<사진> 씨가 문인, 출판인이 선정한 좋은 단편소설과 좋은 작품집(단행본)에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도서출판 작가는 소설가, 시인, 문학평론가와 출판 관계자 등 100명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발표된 좋은 소설을 묶은 `2009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을 출간했다.
 이 설문조사에서 김씨의 단편소설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가 총 19회 추천을 받아 단편소설 중 1위를 차지했다.
 또 작품집 중에서도 김씨의 장편소설 `밤은 노래한다’가 가장 많은 16회의 추천을 받았다.
 기획위원으로 참여한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김연수는 오늘의 문단에서 가장 맹렬하게 활동하면서 마라토너처럼 지치지 않는 성실함을 보여주는 사람”이라며 “김씨가 대표하는 2008년과 2009년에는 35㎞ 지점에 다다른 마라토너처럼 벌써 지쳐 있는 문단에 새로운 방향이 열리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이 책에는 김씨의 작품 외에 김애란의 `큐티클’, 김태용의 `쓸개’, 박민규의 `절’(龍龍+龍龍 = 말 많을 절), 윤이형의 `스카이워커’, 이장욱의 `고백의 제왕’, 한유주의 `재의 화요일’, 최인석의 `스페인 난민소용소’ 등 총 8편의 작품이 작가의 창작노트, 평론가의 해설과 함께 수록됐다.
 또 김경욱의 `위험한 독서’, 김중혁의 `악기들의 도서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이승우의 `오래된 일기’, 정지아의 `봄빛’, 정철훈의 `카인의 정원’,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황정은의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등 9권의 작품집에 대한 서평도 실렸다.
  344쪽. 1만원.  
 
 
>>신간
 
 ▲공정무역 희망무역 = 김정희 쓰고 엮음. 생명여성주의와 지역여성운동에 힘써 온 한국여성연구원 김정희 객원교수가 아시아 지역여성들의 공정무역 현장을 생생하게 담았다.
 현장 활동가들과 공정무역 사업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아시아 공정무역의 현주소를 짚고, 공정무역이 신자유주의 경제의 세계화라는 패권적 패러다임에 맞서는 희망의 거래가 되는 이유를 말한다.
 동연. 296쪽. 1만3천원.
 ▲나는 런던의 수학선생님 = 김은영 지음. 평범한 대학의 수학과를 나와 취업에실패하고 통역대학원 시험에도 낙방한 뒤 영국에 가서 정규교사자격을 얻어 공립학교에서 수학교사로 일하고 있는 저자의 도전기를 풀어놨다.
 저자는 운 없이도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자신의 노력으로 꼽았고, 그 노력을존중해주는 영국의 공평한 제도에 대해 말한다.
 브레인스토어. 225쪽. 1만2천원.
 ▲불멸의 여인들 = 김후 지음. 남성 중심의 역사관에 갖혀 있던 역사 속의 뛰어난 여성들을 되살려 냈다.
 클레오파트라와 프랑스왕 루이 15세의 정부였던 퐁파두르 부인, 로마제국의 황녀 테오도라 등 대표적인 `팜므파탈’과 남자를 뛰어넘는 지성과 육체로 나라를 구하고 정의를 이룬 여성들, 어머니의 이름으로 천하를 제패한 여태후와 측천무후, 고정관념을 깨고 시대를 앞서간 조르주 상드와 이사도라 던컨, 나라를 이끌어간 지도자 엘리자베스 1세와 이사벨라 여왕 등이 등장한다.
 청아출판사. 608쪽. 2만1천원.
 ▲스페흐트와 아들 = 빌렘 얀 오텐 지음. 유동익 옮김. 네덜란드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리브리스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
 사물인 캔버스를 화자로 등장시키는 독특한 형식으로 창조와 죽음, 부활의 미스터리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초상화가 펠릭스 빈센트에게 거부인 발레리 스페흐트가 죽은 아들 싱어의 초상화를 의뢰한다.
 펠릭스는 살아있는 사람만 그린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지만 “당신이 그린 초상화로 한 생명을 구하게 될 것”이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스페흐트의 의뢰를 수락하게 된다.
 그러나 싱어의 죽기 전 사진과 비디오테이프 등을 통해 싱어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펠릭스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부분들을 발견하게 된다 .
 문학동네. 224쪽. 1만2천원.
 ▲아빠 어디 가? = 장-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나의 아빠 닥터 푸르니에’, `하느님의 이력서’ 등 여러 유쾌한 작품들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프랑스 작가의 신작 소설.
 장애를 가지고 있는 두 아들 마튜와 토마를 키우는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인 소설로, 지난해 페미나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열다섯 살에 세상을 뜨기 전까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던 마튜와 `아빠 어디 가?’만을 반복했던 토마의 이야기를, 지나치게 우울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희화화하지도 않은 채 들려준다.
 열림원. 212쪽. 1만2천원.
 ▲심장의 시계장치 = 마티아스 말지외 지음. 임희근 옮김. 사랑에 관한 성찰을 담은 프랑스 작가의 소설.
 이상 강추위가 몰아닥친 1874년 에든버러에서 심장이 얼어붙은 사생아 잭이 태어난다. 의사 매들린은 잭을 살리기 위해 심장에 뻐꾸기 시계를 이식하고, 잭은 그때부터 약한 심장을 지키기위해 일체의 감정변화가 금지된 채 키워진다.
 매들린의 집에 감금돼 자라던 잭은 열 살 생일에 처음으로 바깥 세상에 나갔다가 우연히 만난 소녀 가수에게 반해 강렬한 심장 발작을 일으킨다.
 문학동네. 248쪽. 1만2천800원.
 ▲사랑에 폭 빠진 15 이야기 = 하인리히 뵐 외 지음. 차봉희 엮고 옮김. 독문학교수로 정년퇴임한 저자가 서양의 여러 문학작품 중 직접 고른 아름다운 텍스트 열다섯 편을 번역해 묶었다.
 하인리히 뵐의 `통계에 함께 셀 수 없는 애인’, 요한 페터 헤벨의 `예기치 않은재회’, 페터 빅셀의 `어긋난 시대의 어긋난 이야기’, 마르케스의 `사랑을 넘어서 지속된 죽음’ 등이 수록됐다.
 문매미출판사. 310쪽. 1만원.
 ▲엄마의 은행통장 = 캐스린 포브즈 지음. 이혜영 옮김. 노르웨이계 미국인인 작가가 이민 1세대들과 그 자녀들의 소박한 삶을 잔잔하게 그렸다.
 미국이 경제대공황에서 빠져나오던 무렵인 1943년 출간된 후 영화와 연극, TV 시리즈 등으로도 제작됐다.
 반디출판사. 272쪽. 1만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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