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물인 미꾸라지 생명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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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물인 미꾸라지 생명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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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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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鎬壽/편집국장
 
 여름 내내 사람을 괴롭혀 온 모기가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를 지나면서 추어탕이 제철을 맞은 모양이다. 동해안에서 가장 크다는 포항 죽도 재래시장 골목길엔 질그릇에 미꾸라지를 담아 파는 장사꾼들이 많이 눈에 띤다. 시장 한귀퉁이에 자리한 추어탕집도 점심때는 문전성시다. 온 여름 무더위에 시달려온 사람들이 이제 아침저녁 찬바람을 느끼면서 몸을 보신하려고 몰려들고 있는 모습이다. 내가 잘아는 이웃집의 한 노파는 미꾸라지 한사발을 1만원을 주고 샀단다. 사위가 도무지 몸을 가누지 못한다는 딸의 전화를 받고 허둥지둥 재래시장을 찾아 미꾸라지를 샀단다. 장모가 사위 건강이 걱정돼 추어탕을 끓여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불교신자인 장모는 막상 미꾸라지를 사긴 했지만 살생이 걱정이다. 생각다못해 미꾸라지를 아파트 베란다에 놓고 “부처님, 사위가 몸이 허약해 어쩔 수 없이 미꾸라지의 생명을 해합니다. 용서해 주이소. 미꾸라지야, 죽은 뒤 더 좋은 몸을 받거라, 미안하데이”하고 추어탕을 끓였다는 이야기였다.
 장모가 베란다에서 미꾸라지를 앞에 놓고 용서를 비는 광경은 상상만 해도 박장대소감이지만, 한편으로 생명 존중에 대한 우리 선조의 깊은 지혜와 삶의 윤리가 잘 드러나 있다. 우리는 매일 다른 생명을 먹고 산다. 육식이든 채식이든 생명을 취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가 삶을 지속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다른 생명을 취하더라도 불필요한 살생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바로 신라의 화랑오계에 나오는 살생유택의 정신이다. 이는 우리 선조가 인간을 넘어 모든 생물의 생명을 소중히 여긴 기본 정신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어떻게 생명을 취급하고 있는가. 현대병 중 대부분이 과잉 영양섭취가 원인인데도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는 이유로, 새로운 맛이라는 이유로, 몸에 좋다는 이유로 나만 좋으면 다른 생명이야 상관할 바 없다는 식이다. 심지어 사람들의 미각을 즐겁게 하기 위해 결국 `공장식 농장’이 만들어지고, 동물들이 광우병과 조류독감 때문에 다량 살생되는 것에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있다. 동물 해방을 선도한 피터 싱어는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다.
 `채식하는 것이 그다지 쉽지 않은 이유는 고기를 먹고자 하는 순간의 욕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오랫동안 동물을 오직 식생활 도구로만 간주하면서 길든 육식 습관 때문이다.’그렇다. 진정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명을 경시하고 늘 먹던 습관 때문에 죽어가는 생명에 대해 무감각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우리 식습관이 바뀐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선조가 일구어 온 `생명은 그 자체로 존엄하다’는 생명중심적 사고를 버리고 서양식 인간중심적 사고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다른 생명보다 우월하고, 따라서 다른 생물은 단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고로 인해 우리는 다른 생명을 함부로 취급하면서도 전혀 미안한 마음이 없다. 이런 사고가 더 나아가 이제 인간 생명에도 위험이 될 만큼 지구 전체를 오염시키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평소 습관 하나도 제어하지 못하면서 생명윤리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신의 행위로 인해 수많은 생명이 죽어가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생명윤리의 시작이 돼야 한다. 우리의 생명윤리는 모든 생명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다른 생명에 경외심을 가진 우리 선조의 윤리가 바탕이 돼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생명윤리를 바탕으로 지금 세계를 선도하는 생명공학의 생명윤리를 정립해야 한다. 우리의 윤리를 강조해야 하니 서양의 윤리를 거부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지구에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듯이 사고 또한 다양하기 때문에 인정하고 함께하는 것이다.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게 있다.
 이제 우리는 서양식 잣대가 아니라 우리 잣대로 생명공학의 윤리를 세워 보편적인 윤리로 자리 잡게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미물인 미꾸라지의 생명도 소중하게 여긴 선조의 삶의 윤리를 되살려 지구에 생존하는 모든 생명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생명윤리여야 한다. /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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