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鎬壽/편집국장
세계경제가 위기다. 초강대국 미국발 금융위기로 지구촌 전체가 불황에 휘청거리고 있다. 나라마다 불황타개를 위해 지혜를 짜보지만 출로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위기를 현명하게, 먼저 극복하는 나라가 세계경제의 `강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점이다. 위기는 확실하지만 어떻게 불황을 극복하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질서와 국력의 서열이 한 순간에 뒤바뀌는 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소수의 강자시대’. 한 달여 전 포스코 새 선장으로 취임한 정준양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던진 화두다. 그건 세계 경제 위기 속에 내재된 새로운 가능성을 투시한 `혜안’이다. 철강업계 침체가 몰고 온 포스코의 경영위기뿐만 아니라, 나라 경제 전반을 `관통’하는 좌표이기도 하다.
`소수의 강자’들은 이미 태동하고 있다. 세계반도체 산업이 과잉 생산으로 도산사태를 맞고 있지만 생존자는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과 죽고 죽이는`치킨게임`을 벌여온 세계 D램 반도체 생산업체인 독일의 키몬다가 결국 파산했다. 한국 업체들을 `죽이기’ 위해 합병을 꾀해온 일본과 대만 업체들의 `꾀’가 무위로 돌아갔다. 삼성과 하이닉스 주가가 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정 회장이 투시한 `소수의 강자’는 이미 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포스코도 위기다. 자동차, 가전, 건설산업 침체로 철강수요가 급감했고, 이에 따라 가격 인하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포스코는 설립 이래 40년 만에 처음 감산에 들어가야 했고, 그 규모도 지난 1월 37만톤, 2월 20만톤, 3월 20만톤에 달했다. 하반기까지 감산이 불가피하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정 회장의 위기경영은 `현재’에 머물러 있지 않다. 매출 100조 원이 달성되는 2018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빅(Big) 3, 톱(Top) 3 그룹으로의 성장이다.
포스코는 올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7조 원을 국내외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양제철소에 1조 8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생산량 200만톤의 후판공장을 신설한다. 2010년 이 공장이 완공되면 포스코 후판 생산량은 연 700만톤 이상에 달해 후판 생산만으로 전세계 1위로 도약한다. `소수의 강자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또 포항제철소에 1조 4000억 원을 투자해 기존 생산능력의 3배(연 300만톤) 신 제강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철강경기가 회복되는 3~4년 후를 대비한 투자다.
“남보다 먼저 고객 요구와 미래시장에 부합하는 능력을 맞춰가야 한다”는 정 회장의 강조는 `소수`가 아니라 `세계 유일’의 강자가 되기 위한 큰 걸음임을 믿는다.
다만 조건이 있다. 시장 지배적, 독과점 위치 속에 싹튼 포스코의 폐쇄성과 기업이기주의, 여기서 비롯된 크고 작은 현장 비리, 협력업체들과의 긴장 등에 대한 자성이 선결돼야 한다. 특히 포항-영일 주민들은 41년 전 `제철보국’을 위해 포스코에 문전옥답을 두말없이 내준 훌륭한 이웃들이다. 또 조상들의 핏빛이 흥건한 자금으로 지어진 민족기업이다. 이런 점에서 정 회장 전임자들이 `스톡옵션’이다, `성과급이다’ 하며 국민들의 기대를 외면해온 행태는 시정돼야 할 것이다.
마침 정 회장이 “마음으로 들어, 마음을 얻는 `경청’에서 열린경영이 시작된다”며 상생과 협력, 개방의 실천을 강조한 것은 전적으로 타당하다.
하루하루가 힘든 국민들에게는 포스코가 희망이고 위안이다. 포스코가 경제위기 극복의 견인차가 되기를 한결같이 고대하고 있다.
`법고창신’(法古創新. 옛것을 본받으면서 변통할 줄을 알고, 새로이 창제하면서도 법을 지킬 줄 안다)을 강조한 정 회장의 지혜가 불황을 관통하는 지혜로 작용할 것이다. 정준양 회장이 이끄는 새 포스코호가 머지않은 장래에 `소수의 강자’로 세계 속에 우뚝 서는 그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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