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프로그래머들이 밝힌 `도박공화국’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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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프로그래머들이 밝힌 `도박공화국’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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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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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가 침투로 `동네베가스’ 돼…자리싸움에 칼부림도
 조폭 출신 업주, 단락주점서 업종변경해 오락실 운영


  성인오락기 및 상품권 비리 의혹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바다이야기’와 같은 릴게임(reel gameㆍ슬롯머신처럼 돌아가는 그림을 맞추면 점수를 얻는 게임) 프로그래머들이 게임시장의 갖가지 문제점을 생생히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문제점들은 지금 정치권과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과 상당 부분 일치할 뿐 아니라 대책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프로그래머들이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행성 릴게임이 한창 호황을 누리던 지난5월 중순 게임 프로그래밍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는 전문 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글을정리해본다.
 
 ◇ “동네베가스에선 어떤 일이” = 프로그래머들은 업무상 게임장을 자주 출입했거나 게임장에서 직접 일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주택가 깊숙이 들어선 `동네베가스’(미국의 도박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딴 듯)에서 일어나는 천태만상을 소개했다.
 한 프로그래머는 “사장인 듯 부유해 보이는 남자가 몇 억을 잃는 것도 봤고 자리 싸움으로 칼부림이 일어나는 것도 목격했다”며 “수백만원을 잃고 매장에서 화풀이를 하는 사람부터 업주에게 차비를 구걸하는 사람까지 다양하다”고 전했다.
 다른 프로그래머는 `하루에 수백만원을 잃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는 풍문에 대해“한 사람이 로또를 여러 장 사듯 한 사람이 10대 이상의 게임기를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이라며 “정상적인 게임장은 한 손님이 3대 이상의 게임기를 쓸 수 없게 하지만범죄조직과 연루된 곳은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프로그래머는 “변칙 영업을 하는 곳은 일부일 뿐 게임장을 찾는 모든 사람이 패가망신하는 것은 아니다”며 “아는 게임장에 연예인 O씨가 자주 오지만 그는 정상적인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고 릴게임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 “게임장 일년수입은?” = 한 프로그래머는 릴게임장을 차리고 수개월이면 본전을 뽑는다는 소문 대해 “게임장이 생각보다 돈을 많이 못 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업주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50대 기준으로 하루 300만원 정도로 한달이면 9천만원이 되지만 전기료, 기계 감가상각비, 종업원 인건비, 투자금 이자 등을 제외하고 나면 1년에 1억 정도를 버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 프로그래머는 “게임장을 차리려면 가게 권리금 6억원, 기계 구입비 4억원 정도를 투자하는데 10억원 들여 일년에 1억을 버는 것은 잘 되는 50평짜리 식당 한달 순익이 1천만원에 달하는 것에 비교하면 떼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물론 불법 영업을 자행하는 업주도 많지만 아무 경험이나 기술 없이 창업한 업주들은 600만원 넘게 주고 산 기계가 압수당하는 것이 두려워 탈법이나 불법을자행해 부당이익을 올릴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 “먹고 먹히는 게임사-게임장” = 한 프로게이머는 `바다이야기’가 `대박’을 터트린 이후 질이 떨어지는 게임기를 만들어 판 뒤 종적을 감추는 비양심적인 개발회사가 늘어 이 피해가 업계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프로그래머에 따르면 이러한 업체는 다단계 방식까지 동원해 함량 미달의 게임기를 팔아치운 뒤 `당첨이 잘 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용자 불만으로 게임장 피해가 속출해도 전혀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
 함량 미달의 게임기를 산 게임장 업주는 울며 겨자먹기로 게임기를 중고로 내놓게 되고 이를 200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중고도매업자(나까마)가 집어가 LCD 평판 등값나가는 부품을 따로 떼서 공장에 재판매한다고 한다.
 이 프로그래머는 “이런 상황이 자주 생기다 보니 릴게임 업계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배팅금액에 제한이 없고 상품권이 아닌 현금이 오가는 사행성 PC방으로 사람이몰린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한편으론 `저질’ 게임장 업주 때문에 게임업계가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 프로그래머는 조직폭력배 출신의 업주가 단란주점 등을 운영하다 게임장으로업종변경을 한 뒤 기대했던 수익이 나지 않으면 게임업체를 찾아와 폭력을 동원해 반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업체가 자금이 부족해 반품을 못해주면 프로그래머가 대신 해코지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게임기 수리를 하기 위해 게임장을 찾았다가 욕설을 듣거나, 심지어 감금되는 프로그래머까지 있었다”며 “게임 개발업체나 프로그래머는 게임기에 자신이 없으면 신분을 최대한 노출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충고 아닌 충고를 하기도 했다.
 
 ◇ “사행성 PC방이 더 무서워” = 프로그래머들은 “릴게임은 온라인 도박을 조장하는 사행성 PC방과 달리 엄격한 법규정 안에 존재하는 합법적 놀이일 뿐”이라며 자신들에게 쏠리는 `범죄도구 생산자’라는 시선에 억울함을 표했다.
 한 프로그래머는 릴게임은 법으로 정한 `유기구’(遊技具)라며 “몇 차례 사행성 PC방에 가보니 한마디로 실력과 운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카지노였다”며 반나절 만에 200만원을 잃은 사람도 천만원을 따서 가는 사람도 봤다고 전했다.
 그는 “배팅금액 제한이 거의 없고 현찰을 사용해 하루에도 몇백, 몇천만원을 돌릴 수 있는 사행성 PC방이야말로 사회의 암적인 존재”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행성 PC방에 대한 법안이 통과돼 5월부터 단속에 들어간다고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단속을 안 한다”며 “선거가 끝나면 단속을 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피해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프로그래머는 “릴게임이 문제가 되는 것은 몇몇 게임장을, 흔히 말하는 건달들이 운영해 수익금이 범죄조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라며 “검찰도 85~90%의 릴게임장의 업주는 우리의 아버지나 삼촌, 아는 동네 아저씨와 같은 소자본 창업자들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릴게임장에 대한 단속이 시작될 경우 평범한 시민으로서 게임장을 운영하는 이들이 일순간에 범죄자, 실직자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며 기계변조를 법으로 금지한 뒤 릴게임장을 순수한 유흥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릴게임장에서 상품권 지급을 금지하고 예전처럼 조악한 중국산 경품을 주는 것으로 회귀할 경우 인형을 주는 척하면서 현금으로 환전하는 식의 더욱 기형적 환전 형태가 생겨날 것으로 내다봤다.
 
 ◇ “영등위는 최대의 적” = 이 사이트에 글을 올린 프로그래머들은 이구동성으로 게임 비전문가로 구성된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주먹구구식 심의에 심각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한 프로그래머는 “어제까지 심의를 내줬던 게임을 회의 한번 해서 뒤엎는 경우,담당직원조차 심의 내용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 늑장 심의로 심의가 몇달째 지연되는 경우”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다른 프로그래머는 영등위가 연타, 예시 기능에 대한 개념도 정립하지 않은 채 `사행심을 조장해서는 안된다’라는 법령 한 줄로 모든 것을 제재한다고 꼬집으며 “그냥 좀 연이어 대박이 나면 연타로 보고 심의를 안 내주는 위원도 있고 게임 이름에 연타를 암시하는 글귀가 들어가도 심의를 통과해주는 위원이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영등위는 연타, 예시가 사행성을 부추기는 것으로 볼지 아닐지도 결정내리지 못한 채 언론계나 종교계 인사들로 이뤄진 심의위원의 주관에 모든 판단을 맡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의 글에 댓글을 단 다른 프로그래머도 “우리 회사에서는 같은 게임 두편을 설명서도 바꾸지 않고 제목만 달리 해 심의를 신청했는데 하나는 통과하고 하나는 떨어졌다”며 “릴게임의 최대 적은 영등위”라며 맹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일부 게임업체는 영등위의 비전문성을 노려 심의용 게임기와 출시용 게임기를 따로 제작한다는 증언도 나와 고액배당, 메모리 연타, 예시등장, 확률 변경 같은 사행성을 부추기는 게임기가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이유를 짐작하게 했다.
 다른 비회원은 영등위의 심의기준이 일본의 것을 그대로 갖다 베낀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 “가난한 게임개발업계?” = 프로그래머들에 따르면 한 업체는 3개월에 게임 한 종류(타이틀)를 개발하는데 1천대 이상 팔리면 회사에 순수익 2억∼4억원이 남고이를 개발한 프로그래머에게도 500만원의 보너스가 지급된다.
 거기에 릴게임 프로그래머 연봉은 4천만∼8천만원으로 언뜻 보기에는 꽤 고소득직업으로 보인다.
 그러나 프로그래머들은 “타이틀 1천개가 개발됐을 때 그 중 성공을 거두는 것은1개 정도”라며 “업계 전망이 불투명하다 보니 한 업체가 1년을 존속하는 경우도 드물고 월급을 꼬박꼬박 지급하는 회사도 많지 않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이들은 “수익을 많이 내는 회사가 1이라면 영세 개발업체는 999에 달할 것”이라며 “적은 월급에다 성인용 릴게임 개발자를 바라보는 곱지않은 시선에 암울할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한편 게임의 성공과 실패는 프로그래머가 수학적으로 어느 정도 확률이나 통계에 능통한가에 달려 있어 프로그래머의 대다수는 수학과 출신들로 채워져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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