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153㎝ 중량 1.7t
국립경주박물관(관장 김성구) 야외전시장에 최근 작은 변화가 있었다. 한동안 실내에 갇혀있던 불상 1점이 이곳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경주 남산 철와골에서 발견된 불두(불상머리)가 그것이다.
이 불두는 애초에는 야외에 전시돼 있다가 2002년 5월22일, 박물관 부속건물 중 하나로 미술관이 개관하자 그곳 1층 홀로 자리를 옮겼다. 이 불두는 김성구 관장의 지시에 의해 최근 다시 야외로 `방출’돼 현재는 다른 통일신라시대 불교 관련 석조물들과 함께 야외에 안치됐다.
철와골 불두가 다시 야외로 나오게 된 까닭은 미술관 복도 실내 전시로는 제 모습을 드러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김성구 관장은 “미술관 벽면이 화강암을 응용한 색깔인데, 그런 곳에다가 같은 화강암 재질인 불두를 안치하니 유물 자체가 벽면 색깔에 묻혀버린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4년만에 바깥 구경에 나선 철와골 불두는 무엇보다 그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인지 관람객의 시선을 잡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 불두는 그 출현 과정에 묘한 구석이 있다. 1959년 9월17일 새벽 남해안을 통해 한반도에 상륙해 경상도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이튿날 동해로 빠져나간 태풍 사라호가 이 땅에 내려준 `선물’이기 때문.
남산 철와골 계곡에 부처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당시 경주박물관장 박일훈은 현장을 실사한 결과 이대로 방치할 수 없으며 박물관으로 옮겨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 불두는 워낙 육중해 쉽사리 옮길 수도 없었다. 불두는 높이가 153cm. 지금까지 무게를 한 번도 달아본 적이 없다가 최근 박물관 보존과학실에서 측량한 결과, 중량은 1.7t이었다.
당시 사정으로는 운반을 위한 뾰족한 수가 없어 불두는 현장에서 방치되다가 1965년 12월22일에야 군의 도움을 빌려 마침내 경주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이 불두는 일반적인 불상의 비례로 보아 만약 입상이었다고 하면 그 불상은 전체 높이가 무려 10m 가량이나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설혹 좌상이었다고 해도 그 불상은 높이가 6m가량 되었다고 추정된다.
민머리에 큼직한 육계(틀어올린 머리)가 정수리에 우뚝 솟아 있고, 이마에는 백호를 돋을 새김했으며, 이마와 눈두덩 사이에는 눈썹을 깊게 한 홈으로 초승달처럼 표현한 불두. 굳게 다문 두툼한 입, 그러면서도 은은한 미소를 짖고 있던 이 불두는 태풍 사라호의 재앙이 이 땅에 내린 위안이었을까.
경주/김종득 기자 kj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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