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구조·인사 시스템 획기적으로 개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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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구조·인사 시스템 획기적으로 개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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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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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한 식약청,곳곳에 도사린 뇌관 제거하려면…

 
      
 
 
    기획·총괄 기능 미비…부서 위주 업무 악순환
   “업계와의 사슬 끊고 소비자·환자 입장에 서야”
 
       
               윤여표 식약청장.
 
 윤여표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은 최근 국회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석면 파동의 경위를 보고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밤새워 일하는데 범위가 워낙 넓어 너무 힘들다”고 말하던 대목에서 감정이 북받친 것.
 그러나 이에 대해 동정보다는 무책임해 보인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잠도 못 자고 일하는데도 끊임없이 사고가 반복된다면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제대로 된 개선책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중국산 납꽃게, GMO 옥수수, 저질 만두소, 기생충알 김치, 생쥐머리 새우깡, 멜라민, 석면 탈크 등이 버젓이 유통된 배경에는 `밤새워 일하는 식약청’의 오판과 안일한 대응이 숨어 있었다는 점을 떠올린 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거듭된 실책은 식약청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멜라민 파동으로 식약청이 발칵 뒤집힌 지 6개월 만에 석면 파동이 일어난 점은 대표적인 구조적 문제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15일 “근본적인 개선책을 만들지 못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대형 사고가 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식약청 곳곳에 도사린 뇌관을 제거하려면 특히 인적 구조의 개편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부서간 소통이 안된다”
 식약청에 대한 주변의 대체적인 평가는 “정부가 아니라 연구소 같다”는 것이다.
 1998년 출범 이후 `전문가 집단’을 지향하면서 절반에 가까운 직원이 연구직으로 채워졌다. 직원 1425명 중에서 633명(44%)이 연구직이고 식품과 약무ㆍ의무 전문직이 424명(30%), 기능직이 119명(8%)에 달한다. 대신 일반 행정직은 186명에 불과하다.
 전문성이 중요하긴 하나 행정직 숫자가 너무 적다 보니 아무래도 `학자풍’ 분위기가 흐른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이론적으로 이 정도면 문제없다”는 개인적 판단에 의존하다가 일을 그르친 사례가 적지않다.
 5년 전 `탈크의 안전성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연구용역 보고서를 무시한 경우와 멜라민 파동 1년 전 주중 대사관의 멜라민 유입 경고를 묵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부서 간 소통 부족의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사 순환이 되지 않는 연구직과 행정직, 식품직과 약무직 사이에서는 무관심을넘어 반목의 분위기까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가장 중요한 부서 중 하나인 대변인실은 일선 과에서 시의적절하게 보고를받지 못해 대형 사고가 터질 때면 언론 대응을 거의 포기하고 있다.

 ◇“고인 물 썩는다”
 이처럼 모래알 같은 조직일수록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지도부의 조직 장악력도 떨어진다는 평가다.
 전문가 집단의 수장을 행정 경험이 없는 같은 전문가들이 맡아온 점이 그 원인으로 지적된다. 역대 청장 9명 가운데 7명이 의ㆍ약학 박사 출신이고 2명만 정통 관료 출신이었다.
 따라서 공무원 조직의 생명인 보고ㆍ명령 체계가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았고 위기 대처 능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많다.
 식약청 차장은 복지부 출신 고위 관료가 계속 맡아왔지만, 조직의 소수인데다 엄연히 상관이 존재하는 만큼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기획ㆍ총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부서 위주로 업무를 진행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의약품과 식품 관련 부서는 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질 수밖에 없고, 이러한 위치를 활용한 비리도 심심찮게 터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식약청 직원들은 정말 고압적”이라며 “고인 물은 썩는다”고 말했다.
 특히 의약품 분야는 식품 분야보다 더욱 막강하고 독점적인 권한을 가진 구조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그러나 반대로 업계와 오랜 관계를 갖다 보니 때로는 주요한 결정 과정에서 업계의 이해를 고려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경애 건강세상네크워크 대표는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식약청은 업계와의 사슬을 끊고 소비자와 환자 입장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성 수준도 의문
 전문성을 앞세우지만 실제로 전문성과 업무 역량이 탁월한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젓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석면 파동도 과거에 외국의 약전을 그대로 베끼기만 했을 뿐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연구 검토를 하지 않아 생긴 사태다.
 선진국의 기술과 사회의 변화 흐름을 감지하고 따라가는 능력도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어떤 분야는 일부 선도 업체들이 식약청의 기준보다 더 빠르게 세계적 흐름을 따라가는 일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구멍이 숭숭 뚫린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또 사고가 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 구조와 인사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와 보건의료계 등에서는 식약청 구조 개편과 관련해 복지부와의 인사 교류 확대, 기획조정 및 공보 업무 강화, 행정직 증원 배치, 의사 전문가 증원, 관계부처와 협의 기회 확대 등의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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