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뤼아르의 `평화의 얼굴’에 이런 대목도 있다.“우리는 휴식을 피하리라/우리는 수면을 피하리라/우리는 쉬이 새벽과 봄을 차지할 것이다.” 쉬지도 않고,잠도 안자면 남는 것은 일뿐 아닌가. 지금 농촌이 그렇다. 파종기에 그렇듯 수확기에도 어김없이 일손이 달려 가슴은 타들어가고 온몸은 녹초가 되고 만다.
이웃들이 다 떠난 영양군 산골마을에서 고추농사를 크게 짓는 남용희·김경희씨 부부 이야기가 지면에 소개됐다.누렇게 말라죽은 고추밭 기사만 읽어오던 터에 주산지의 풍작 소식이 반갑다.문제는 일손 부족이다. 시대는 다르지만 정약용의 농촌분석이 지금도 그대로 들어맞는 현장의 모습이다.
새벽5시부터 저녁 7시까지 쉴 틈 없이 고추를 따는 남씨부부는 “고추 수확하기 바빠 죽을 시간도 없다”고 했다.투박한 말솜씨에 영국의 석학 허버트 조지 웰스가 생각난다. 독학을 했으면서도 `세계문화사대계’를 남긴 그는 소설도 많이 썼다. 그러니 늘 바쁠 수밖에 없었다. 임종하는 친구들에게 남긴말이 이랬다고 한다. “방해하지 말아요. 나 지금 죽느라고 얼마나 바쁜지 몰라요.”
요즘 세상은 나혼자 살기에도 바쁘다. 그럴수록 기꺼이 돕기에 나서는 사람들도 많다. 봉사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 가운데엔 농촌도 있다.“병충해보다 인력난이 더 무섭다”는 곳이다. 흔히들 뿌린대로 거둔다고 말한다.흙 뿐만 아니라 `돕는 손’도 그럴 것이다.
/김용언 논설위원 ki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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