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행정의 공통현상은 안전성을 둘러싼 시각이 평행선이란 사실이다. 어딜 가나 똑같다. 당국자는 수돗물이 안전하다며 공개된 자리에 나와 마셔보인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주민이 몇이나 될까. 맹물일지언정 끓여서 마셔야 마음이 놓일 정도다.
해마다 수백억 원이나 되는 돈을 쓰면서도 이렇게 불신 당하는 까닭은 당국이 더 잘 안다. 수도관 안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녹덩어리들이 혐오대상 1호다. 제아무리 정수를 잘 한다 해도 `수도관 경화증’이 이 지경이어서는 그대로 마실 강심장은 드물 것이다. 수돗물이 정수기 물이나 먹는 샘물에 음용수 자리를 내준 현상이 이상할 게 없다.
수도행정의 백년하청(百年河淸) 현상은 포항만 살펴봐도 단박 드러난다. 포항시는 18년 계획으로 해마다 12.3㎞씩 낡은 수도관을 바꿔오고 있다. 교체대상은 662㎞다. 이런 속도로는 54년이 걸린다. 결국 51만 시민은 대물려 가면서 녹물을 마셔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쯤 되면 기네스 북 감이다.
예산이 없어서라고 한다. 현재 해마다 12.3㎞ 교체에 14억4천만 원이 들어간다. 특별회계 예산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수도관 교체의 악순환은 혈세낭비의 전형이다. 예산 운용에 맹점이 도사리고 있다는 증좌다.
안써도 되는 곳에 퍼붓는 예산이 도대체 얼마인가. 시민의 건강이 융통성 없는 예산제도 지키기보다 덜 중요하다는 소리는 누구도 못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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